‘실패’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나에게 일어나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우리 국민은 대체로 실패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창업 관련 국민의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의견이 70.9%, ‘창업했다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응답이 91.7%를 차지했다. 한번 도전이 낳은 실패는 개인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두려움의 반증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기위해 비록 한 번 실패했을지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토대가 마련된다. 정부가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는 재창업자와 재취업자를 지원하고 폐업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재창업, 재취업 등 재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예산이 2018년 115억 원에서 2019년 약 4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난다. 자영업자가 근로자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장을 폐업·철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과 취업교육 인원은 7500명에서 2만 명으로 늘리고 전직 장려수당도 75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한다. 또한 비과밀업종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재창업 교육 인원을 25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한다.
폐업한 영세자영업자에게는 구직 촉진수당을 지급한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중위소득 50% 이하에 포함될 경우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면 월 30만 원 한도로 3개월간 구직 촉진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다만 국민이 무분별하게 창업에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 등록 이전에 경영이나 기술 등 필요 분야에 창업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신설하고 예비창업자에게는 바우처를 지급해 업종별 전문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책적 토대뿐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정부는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2018 실패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는 실패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인의 실패를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전환해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6월 1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창업허브에서 2018 실패박람회 공동추진 선포식을 열고 실패박람회의 행사 내용을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실패박람회는 실패 이후 실의에 빠진 분들에게 실질적인 재도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실패의 경험과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해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재기를 응원하는 실패박람회
실패박람회는 국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정부는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전국 단위로 듣기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8월 7일부터 19일까지 13일간 지역 주민이 함께 실패 사례를 나누고 원인과 해법을 심도 있게 토의하는 ‘오픈테이블’ 행사다. 오픈테이블은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지정된 단체가 지역 주민이 제시한 의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좋은 일자리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기 계발을 위한 결심은 왜 3일을 못 넘기나’, ‘전공 실패-나는 법학도인데 왜 행사 기획을 하고 있을까요?’ 등의 주제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오픈테이블이 끝나고 8월 20일부터 26일까지는 오픈테이블에서 나눈 내용을 공유하고 지역별로 핵심의제를 도출하는 엔딩테이블이 진행됐다. 오픈테이블과 엔딩테이블에서 나온 실패이야기는 실패박람회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발표하고, 정책의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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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실패박람회 프로그램인 엔딩테이블은 오픈테이블에서 나온 핵심의제를 도출하는 숙의 프로그램이다. ⓒ천안청년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7월부터 11월까지는 국민의 참여로 모인 다양한 실패 경험과 사례를 키워드로 담아낸 ‘실패 의제 연구’를 진행한다. 실패의 원인과 영향 요인, 메커니즘 등을 추정해 실패의 유형과 구조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실패박람회 현장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9월 14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메인무대에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메인 프로그램과 문화·전시·참여 프로그램, 어린이 공모 등 국민 참여 중심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재기를 꿈꾸는 기업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실패박람회가 열리는 3일간 재창업을 희망하는 사람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재도전 기업인 마당’이 열린다. 재도전 기업인 마당은 폐업 대상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부동산, 세무, 회계 등 분야의 조언과 전직 교육을 연계하는 ‘폐업 컨설팅’, 재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업종별 전망, 경영관리, 마케팅을 컨설팅하는 ‘재창업 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그 밖에 청소년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정책살롱’, 오픈테이블에서 도출된 핵심의제를 놓고 토론하는 ‘국민숙의토론’ 등도 있다.
실패와 재도전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광화문 세실극장에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포기하기 않고 살아온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문 밖에서-그대 있는 곳까지’가 상연된다.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을 응원하는 ‘청춘해 콘서트’와 노숙인, 다문화가정, 무명 예술인 등이 참가하는 ‘희망의 작은 콘서트’,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작품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영화를 재조명하는 ‘Re-birth 영화상’ 등이 개최된다. 그 외에 자세한 내용은 실패박람회 누리집(http://failexpo.com)을 방문하거나 행정안전부 콜센터(02-2100-3399)로 문의하면 된다.
충남권 오픈테이블 진행한 ‘천안청년들’
“실패에 대한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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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운 대표
충남권 오픈테이블은 ‘천안청년들’이 진행했다. 충남권에서는 오픈테이블 기간 열두 개 정도의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나의 성장을 방해한 요인들’이라는 개인적인 주제의 실패담부터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하면서 잘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까지 다양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중 군 단위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의견이 인상 깊었다. 이들은 소도시에 교통복지가 확대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군 단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행사에 참가한 뒤 집에 돌아갈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 보니 지역에서 문화행사가 열려도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100원 택시처럼 문화산업과 연계한 교통수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해결책까지 나왔다. 문제점을 찾은 사람들은 해결 방안까지 생각한 경우가 많아 흥미로웠다. 결국 실패의 답은 실패에 부딪힌 사람이 갖고 있었다. 이런 의견이 한데 모이면 좀 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