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도깨비는 방망이를 휘두르며 금은보화를 만들어내는 신화 속 존재로 더 익숙하다. 얼마 전 판타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도깨비가 만든 보물창고가 화제에 올랐다.
도깨비 보물창고는 충북 청주시 용답1동에는 주민센터 안에 있다. 철제 프레임과 나무판자로 된 진열대에는 봉지라면, 쌀, 통조림 같은 식료품부터 샴푸, 세제, 기저귀, 생리대 같은 생필품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도깨비 창고는 이용자가 따로 정해져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층 주민들이 1년에 4번 12만 원어치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을 고른 뒤 창고 책상에 놓인 서류에 물품 이름을 적고 서명만 하면 된다.
도깨비 보물창고만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길음1동에서는 ‘365 사랑 나눔 패키지’가 이웃 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나눔박스, 나눔주머니에 이웃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활용품을 넣으면 주민센터에서 어려운 이웃을 선정해 전달한다.
청주의 도깨비 보물창고, 서울 성북구의 사랑나눔패키지는 지자체의 노력도 한몫했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운영될 수 있었다. 이웃과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태풍에 휩싸인 산을 떠올려보자.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쳐도 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가 서로 얽혀 흙을 움켜쥐고 있어서다. 사회적 연대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맞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고령화 사회, 불안정한 고용시장, 빈부격차처럼 사회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가 각광 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경제는 지금까지 봤던 것과는 모습이 다르다. 소셜벤처, 1인 미디어,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소셜벤처는 창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환경, 교육, 일자리문제부터 차량, 숙박 공유서비스 등 사회를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세운 기업이 모두 소셜벤처에 속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소셜벤처가 저소득층 소액대출 P2P기업 ‘키바’다. 우리나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플라워 패턴으로 제품을 만드는 ‘마리몬드’, 장애가 있거나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만드는 ‘에누마’ 등이 있다.
사회적 약자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약자를 돕기도 한다.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청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끼리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금융이 등장했다.
불편한 상황에 처한 본인이 나서서 문제를 알리고 같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1인 미디어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다. ‘어쩌다장애인함박TV’는 지하철 환승에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에게 환승 구간 정보를 제공하는 1인 미디어다.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점은 같다. 시대의 색깔을 입은 나눔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살펴봤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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