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어느 가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부른다는 표현 대신 꺼내 먹으라고 했다. 마치 간식처럼. 물론 가수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따로 있겠지만 무언가를 소비하는 형태를 그렇게 묘사했다는 게 꽤 신선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닌 게 우리는 이미 과자를 먹듯이 많은 문화 콘텐츠를 흡수하고 있다. 가볍고 빠르게 그리고 맛깔나게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짧은 시간 동안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을 두고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한다. 문화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느낌이 들곤 한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만 같고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만 같다. 하지만 스낵이라는 단어와 결합하자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시간과 장소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문화를 즐기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흔해졌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 PC, 휴대용 게임기 등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스마트 기기가 대량 보급되면서 대중은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잠들기 직전에, 때로는 용변을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다. 고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자 사람들은 더 간단명료하면서도 감각적인 콘텐츠에 호응한다. 스낵컬처의 원조 격인 술술 잘 읽혀 내려가는 웹소설과 호흡이 빠른 웹툰이 대표적이다.
스낵컬처는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확산된 부분도 있다. 텔레비전에서만 송출되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채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전파를 타는 방송보다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많고, 덕분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유인할 수 있었다.
스낵컬처는 콘텐츠의 표현과 형태를 다변화하기도 한다. 한 웹툰 작가는 “당신의 하루 중 가장 가벼운 3초”라는 말로 ‘하루 3컷’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로 만화를 보는 독자를 위해서다. 10분 만에 끝나는 영화와 드라마, 8초 만에 끝나는 광고 영상, 기존 뉴스를 조금 더 짧은 내용과 이미지로 전달하는 카드 뉴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콘텐츠 수용자의 태도가 변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마이너에서 주류 콘텐츠로 넘어온 개인방송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 자체의 새로움 외에 재미를 주는 것은 시청자와의 실시간 채팅이다. 모 방송사의 모바일사업팀 관계자는 “시청자와 쌍방 소통은 디지털 콘텐츠의 기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수용자 친화적인 콘텐츠는 필요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직접 문제를 풀고 채팅창에도 참여하는 최신 인기 콘텐츠 모바일 퀴즈쇼가 그 예다.
우리는 오늘도 스마트폰을 통해 가벼운 글이든 영상이든 하나쯤은 보고 있다. 결국 스마트 기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바야흐로 스낵컬처의 시대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