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국에서는 ‘토이라이크미(#toylikeme)’ 캠페인이 있었다. 이 캠페인은 청각장애를 가진 프리랜서 작가 레베카 앳킨슨, 시각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카렌 뉴웰, 마비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청각장애 작가 멜리사 모스틴 등 영국 여성 세 명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토이라이크미’는 장애아동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장난감을 제작해주자는 운동이었다. 이들은 장애아동들이 자신들의 장난감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걸 알리고, 이들에게 맞는 장난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힘을 모았다.
▶ 3드림메이커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을 받은 뒤 함께 재능을 기부하는 커뮤니티다. ⓒ3드림메이커
2018년 초, 우리나라에서는 경력이 단절된 이공계 여성을 위한 ‘4차 산업 융합교육 전문강사 양성과정’이 있었다. 3월에서 7월까지 4개월간 하루 4시간씩 51회 교육을 받으면 초·중·고교 방과 후 학교나 동아리, 직업체험 강사로 취업할 수 있었다. 4개월간의 교육과정은 드론과 가상현실(VR), 3D 프린팅과 로봇 코딩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재능 나눔을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 뜻을 모았다. ‘함께 만들고, 서로에게 배우고, 모두에게 나누자’며 모인 이들은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구를 만들었다. ‘3드림메이커’의 시작이었다.
“3D 프린터 교육을 이수하던 중에 과제물을 출력하기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의 ‘상상공작소’를 소개받아 이용했어요. 공모사업 중에 ‘우리가 배운 것을 더 발전시켜 적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됐고요. 저희 커뮤니티에서 한 분이 평소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구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를 좀 더 발전시키면 4차 산업 영역에서 소외될 수 있는 시각장애인 교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김지영 3드림메이커 대표는 구성원들이 수학, 과학, 통계, 컴퓨터 등 비슷한 분야를 전공하다 보니 공감대가 더 넓어졌다고 한다. 3D 프린터는 각자 원하는 것을 직접 설계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 1,2 3드림메이커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교구들 ⓒ3드림메이커
“커뮤니티 활동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자 맞춤형 교구’를 제작하는 일이었어요. 시중에는 이미 많은 학습교구들이 나와 있지만, 막상 시각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건 많지 않거든요.”
이들은 먼저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의 인지 감수성이 다르다는 걸 인지했다.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복지관과 맹학교 등에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활동기간에 만든 각종 교구를 국립서울맹학교에 전달할 때였어요. 각 과목 선생님들께서 교구를 흔쾌히 받아주시고 감사해 할 때는 ‘그동안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에게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경력이 끊긴 채로 단절돼 있던 이들이 4차 산업혁명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이들의 도전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시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3드림메이커가 만든 교구는 소외된 이들에게 교육의 장을 열어주었다. 혁명의 연쇄작용은 이렇게 조용히 일어나고 있었다.
이선희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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