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매일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다. 정부기관의 정책이나 기업의 지원도 있지만 소셜벤처는 창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창업가가 평소 갖고 있던 고민을 바탕으로 창업해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이익을 창출하는 활동을 한다.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같은 대안경제가 전 세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소셜벤처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내살네쌀’은 다이어트로 결식아동을 돕는 플랫폼을 만든 소셜벤처다. 프로젝트 참가자가 감량하고 싶은 만큼의 쌀값을 내살네쌀에 보낸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SNS에 성공 인증샷을 올리면 돈을 돌려준다. 실패하면 참가자 이름으로 결식아동에게 쌀을 대신 기부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날씬해져서 좋고, 실패해도 좋은 일을 했으니 위로가 된다. 세 사람이 시작한 ‘재미있는 기부’는 장난삼아 해본 내기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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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살네쌀을 만든 배달꾼 이근영, 조영재, 이준혁(왼쪽부터) ⓒC영상미디어
조영재, 이근영, 이준혁 세 친구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결식아동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기 전 온갖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온 그들은 숙연해졌다. 쌀을 살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며 음식을 남기고 온 게 미안했다.
“그때 저희가 다이어트 중이었거든요. 한쪽은 너무 많이 먹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이 굶고 있다니 안타까웠어요. 저희 셋이서 다이어트를 하는 김에 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쌀을 기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죠.”
소셜벤처 ‘내살네쌀’은 그렇게 탄생했다. 세 사람은 가장 많이 감량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쌀을 사서 기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6년 11월 서울 금천구 노인종합복지관에 기부한 쌀 30kg. 내살네쌀의 첫 기부였다.
“땀 흘리는 기부로 재밌는 문화 만들죠”
세 사람의 기부는 끝나지 않았다. 쌀 30kg으로 ‘기부의 맛’을 본 이들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쌀을 더 많은 결식아동에게 기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들의 지인이 다이어트를 할 때 팔에 고무 팔찌를 차고 밥을 먹을 때마다 다이어트 결심을 다졌다는 말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이어트 발찌’ 50개를 만들어 판매했다. 결과는 완판. 발찌 판매로 얻은 수익금 전액으로 쌀 200kg을 사서 결식아동에게 기부했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제 판을 좀 더 키워보고 싶었다. 더 많은 아이들이 굶지 않도록 많은 쌀을 구할 수 있는 금액이 필요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콘텐츠와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내살네쌀을 만들었다.
‘내 땀 한 방울, 그대의 쌀 한 톨’이란 재미있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내살네쌀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눈을 돌렸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 누리집에 셰이퍼 보틀과 내살네쌀 로고가 새겨진 수건을 만들어 팔았다. 내살네쌀의 취지를 좋게 봐서인지 목표 금액의 250%를 초과달성했다. 물품을 제작하는 데 쓴 금액을 제외한 수익금으로 쌀 600kg을 사서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도시락에 기부했다. 이렇게 조금씩 기부 규모를 늘리다 보니 어느새 1600kg이 넘는 쌀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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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시설에 쌀을 기부하는 내살네쌀 ⓒ내살네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기부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살네쌀이 추구하는 기부문화는 ‘퍼네이션(Funation)’이다.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퍼네이션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가 결합된 신조어다. 말 그대로 재미를 느끼면서 기부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일 만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이 폭염에 휩싸인 7월 말 망상해수욕장에서 만보기 수만큼 쌀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내살네쌀의 ‘땀 흘리는 기부’는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의 시선을 모았다. 다이어트와 기부를 합해 만든 재미있는 기부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였다.
소셜벤처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도 있다. 스타트업이 겪는 자금문제 등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기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각보다 차가워 당황한 경우가 많다.
“자선사업을 하는 단체에서 기부금을 횡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까 기부로 창업을 한 내살네쌀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저희가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기부문화를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몇몇의 잘못 때문에 밥을 못 먹는 아이들까지 외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정부가 지원하는 소셜벤처 정책
혁신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소셜벤처 전용 투자펀드 조성,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를 통한 소셜벤처 육성 등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올해는 각 부처별로 소셜벤처 활성화를 위한 세부지원책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사회적경제가 부각되는 흐름에 발맞춰 ‘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6월 19일 소셜벤처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1200억 원 규모의 ‘소셜임팩트 투자펀드’ 운용사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와 ‘지비보스톤창업투자’, ‘미시간벤처캐피탈’을 선정했다. 오는 9월까지 모태펀드 자금 340억 원에 민간자금을 매칭해 소셜임팩트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