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6.7%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1위가 경제적 이유, 2위는 심리적 이유였다. 거창하고 선량한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기부, 쉽고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꼭 돈이 아니어도 마음을 전할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퍼네이션(Funation)’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말이다. 액수보다 기부하는 방법과 동기에 흥미를 느끼게 한다. 대표적인 퍼네이션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있다. 2014년 세계의 SNS를 뜨겁게 달군 이 시원한 기부법은,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루게릭 환자들의 고통을 느끼고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았다. 유명인과 일반인의 구분 없이 참여한 이 캠페인은 1년간 미국에서만 1억 1500만 달러, 한화로 약 1321억 원을 모았다.
걷기만 해도 기부가 된다
‘퍼네이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기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 기부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퍼네이션 앱은 ‘빅워크’다. 걷기만 해도 기부가 된다. 걸음 수뿐 아니라 시간, 이동거리, 이동속도, 칼로리 등도 표시된다. 앱을 내려받으면 우선 GPS를 켜고 ‘모금통’을 선택한다. 미혼모 지원, 소아암 환우 후원 등 여러 모금통이 올라와 있다. 기부를 원하는 모금통을 고르고, 참여하기 버튼을 누른 뒤 걷기만 하면 된다. 10m당 기부 포인트 1눈(NOON)이 적립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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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구나 더빙으로 목소리를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 ‘헬렌’ ⓒ헬렌 2 걸은 만큼 모금통에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빅워크’ ⓒ빅워크
터치 한 번으로 기부가 이뤄지는 앱도 있다. 반려동물 모바일 플랫폼 ‘올라펫’은 하루에 한 번 기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10g의 사료가 기부된다. 올라펫은 지난 6월 서비스 론칭 2년 만에 누적 기부 사료 20t을 달성했다. 사용자들의 참여로 모인 사료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팅커벨프로젝트,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등 전국 11개 유기동물 단체에 전달된다.
‘트리플래닛’은 온라인 나무 심기가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트리플래닛 게임에서 씨를 심고 물, 비료를 줘 가상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가 몽골이나 아프리카 등 실제 사막화 지역에 심어진다. 숲 조성비는 앱 속 광고 비용과 유료 아이템 수익으로 충당된다. 트리플래닛의 목표는 2020년까지 세계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이외에 목소리로도 기부가 가능하다. ‘헬렌’은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에 누구나 더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오픈 더빙플랫폼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노트북과 이어폰만 있으면 시각장애인이나 시약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에 더빙을 입힐 수 있다. 누리집에 접속해 회원 가입만 하면 자막을 읽는 것만으로도 봉사와 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손바느질로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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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류준열 ⓒ씨제스 인스타그램 2 소아암 환자를 위한 ‘따뜻해 마스크’ 캠페인 ⓒ한국백혈병재단 3 신생아의 체온 유지를 위해 모자를 만드는 ‘신생아 모자 뜨기 키트’ ⓒ세이브더칠드런 4 소아암 환자를 위한 ‘히크만주머니’ 캠페인 ⓒ한국백혈병재단
재능 기부로도 ‘퍼네이션’에 동참할 수 있다. 지난 12월 11일 배우 류준열은 소속사 인스타그램에 뜨개질 사진을 올렸다. “따뜻한 마음을 담은 뜻깊은 캠페인,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였다. 사진 속에는 신생아 모자를 뜨개질하고 있는 류준열의 모습이 담겼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간은 2019년 3월 8일까지다. 임신부터 생후 4주는 신생아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가장 위태로운 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생후 한 달 내 사망하는 신생아는 260만 명, 이 중 70%는 손쉬운 조치만으로도 살릴 수 있다. 신생아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털모자를 씌워 아기의 체온을 2°C 높이자는 이 캠페인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모자를 보낸 이들은 총 84만 9512명,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목숨을 잃는 신생아 수는 2007년 400만 명에서 2016년 260만 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이 모자들이 말리와 타지키스탄에 전달된다.
한국백혈병재단에서는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히크만 주머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소아암 어린이는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때 가슴에 ‘히크만카테터’라는 관을 정맥에 삽입한다. 이 관은 통증과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감염의 위험도 있다. 이 위험으로부터 기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히크만 주머니’다. 캠페인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나 한국백혈병재단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키트가 배송되면 손바느질로 주머니를 만든다. 이 주머니와 응원카드를 함께 재단에 보내면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따뜻해 마스크’ 캠페인도 있다.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약해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손바느질로 직접 만든 마스크를 선물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페이지에 참가비 1만 원을 기부하면 우편으로 오가닉 소재의 DIY 키트가 배송된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도록 동영상 강좌도 제공된다.
음악 듣고 기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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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미더머니 경연곡인 ‘119 리믹스’의 음원 수익은 모두 소방대원 단체와 화재 피해자를 위해 기부된다. ⓒAOMG
Mnet ‘쇼미더머니 777’ 경연곡 ‘119(Prod. GRAY)’의 리믹스 버전 ‘119 REMIX’를 들으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AOMG는 12월 3일 “‘119 REMIX’ 음원으로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을 119 소방대원 단체 및 화재 관련 피해자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9 REMIX’는 51명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전무후무한 곡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프로듀싱을 맡은 그레이를 비롯해 팔로알토, 스윙스, 기리보이, 더콰이엇, 창모, 넉살, 딥플로우, 김효은, 오디, EK, 차붐 등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했던 프로듀서 및 참가자들이 함께했고, 그 외에도 박재범, 사이먼 도미닉, 로꼬, 어글리덕, 우원재, 개코, 비와이, 식케이 등 국내 힙합 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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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테인먼트의 설현과 배우 정해인이 크리스마스 기념 음원을 녹음하고 있다. ⓒFNC
FT 아일랜드, AOA, 배우 정해인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FNC가 겨울을 맞아 만든 ‘잇츠 크리스마스(It’s Christmas)’의 음원 수익금도 전액 기부된다. 이번 시즌송의 수익금은 제3세계 학교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건축 지원에 쓰인다.
버리지 말고 기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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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옷을 기부하는 ‘옷캔’ ⓒ옷캔
이사를 하거나 계절이 바뀔 때 옷장을 정리하며 헌옷을 한 무더기 가져다버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옷을 버리지 않고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 비영리법인 ‘옷캔’과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하면 된다. 이들은 헌옷이나 신발을 기부 받아 국내외 소외계층과 제3세계 어린이에게 전달한다. 구멍이나 보풀이 있거나 파손된 옷은 재사용이 어렵다. 기증한 뒤 별도 세탁이나 수선이 어려우니, 되도록 세탁 후 기증하는 게 좋다. 특정 로고가 적힌 단체복이나 교복, 도복, 단복, 군복은 기부가 어렵다. 착용했던 속옷이나 내의, 잠옷, 레깅스, 양말, 수영복 등도 빼는 게 좋다. 기증 안내를 확인했으면 누리집에 기부 신청서를 작성하고, 방문 날짜를 선택하면 택배사에서 지정 날짜에 수거하러 온다. 헌옷을 기부하면 기부금액을 산정해 연말 정산에 세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암환자들은 항암치료 중에 탈모가 발생한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는 환아들의 정서 지원 사업으로 모발 기부를 받아 가발을 지원하고 있다.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면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누리집에 모발 기부를 사전 신청한 뒤 송장을 출력한다. 기증할 수 있는 머리길이는 25㎝ 이상이다. 먼저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고 그 윗부분을 자른다. 자른 머리카락을 포장해 협회로 발송한다. 파마나 염색을 한 머리는 기부할 수 없다는 점에 주의한다.
달력으로 어린이와 동물을 보호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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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해 처음 만들어진 ‘몸짱 경찰 달력’ ⓒgp코리아 2 동물권행동 카라와 애니메이션 ‘언더독’이 함께 만든 달력 ⓒ카라 3 5년째인기를 모으고 있는 ‘몸짱 소방관 희망나눔 달력’ ⓒ소방재난본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의 공통점은 한 해가 가면 달력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들의 ‘굿즈’는 팬들에게 인기 상품이었다. 달력을 사면 그만큼의 후원금이 기부됐다. 달력으로 후원하기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만드는 ‘몸짱 소방관 희망나눔달력’은 5년째 인기를 모으는 스테디셀러다. 더구나 달력 판매 수익금 전액은 화상환자 의료비와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에 기부된다. 2019 달력에는 올해 5월 열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선발된 12명의 소방관이 모델로 참여했다. 올해 처음 만들어진 ‘몸짱 경찰 달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 범인 검거율 1위를 기록한 박성용 경사가 기획했다. 경찰관 20명이 참여한 이 달력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아동학대 피해자를 위해 사용된다. 사회복지법인 네트워크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달력을 만들었다. 이 달력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17세 나영이가 그린 그림으로 채워졌다. 나영이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어 거동이 어렵다. 처음에는 치료를 목적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은 희귀 난치병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린다. 판매 수익금은 모두 경북대학교 어린이병원에 전달된다.
동물을 돕기 위한 달력도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실제 케어에서 고양이를 입양한 김용아 작가의 일러스트로 구성된 달력을 선보였다. 케어가 사육 실태를 고발하면서 유명해진 한국의 마지막 북극곰 ‘통키’의 일러스트도 담겨 있다. 케어는 달력 외에도 다이어리와 엽서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모인 금액은 동물구호 활동, 동물학대 법적 고발, 동물보호 입법 활동 등에 쓰인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검은고양이를 응원하는 마음’을 주제로 2019년 달력을 제작했다. 이 달력에는 각기 다른 지역의 검은색 길고양이 사진이 담겨 있다. 길고양이 중 검은고양이는 특히 더 입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익금 전액은 길고양이를 위해 사용된다.
동물자유연대는 이곳을 통해 입양된 반려동물 사진을 응모 받아 만들었다. 지난 11월 선정된 모델과 함께 디자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9년 초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언더독’과 함께 달력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캐릭터 배지, 원화 천 포스터, 메모장 등도 판매한다. 수익금은 모두 ‘카라 더봄센터’에 쓰인다. ‘카라 더봄센터’에는 학대를 받았던 동물, 구조된 동물, 중증 장애가 있는 동물이 입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