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은 꽤나 경제적인 소통 수단이다. 한 이모티콘을 전송하는 데 큰 비용도 긴 시간도 많은 공간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활용도는 문자 못지않다. 그렇다면 이모티콘은 언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각양각색의 이모티콘 활용법을 소개해본다.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이모티콘을 찾아내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모티콘 대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활용 가능한 영역 또한 확대됐다. 과거 이모티콘이 주로 소통의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이용자 개성을 표현하거나 상품을 홍보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어색한 분위기 탈피형
친구와 다퉜다. 먼저 사과 메시지를 건네자니 어색한 분위기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잘잘못을 따지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미안하다’고 운을 띄워 대화를 시작해볼까? 무슨 말을 꺼내도 냉랭한 분위기를 깨뜨리기엔 역부족이다. 얼마 전 구매한 메신저 이모티콘을 뒤적뒤적하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힌 고양이 캐릭터를 찾았다. 에라, 모르겠다. 콕 눌러 채팅창에 보냈다. 이게 웬걸, 친구가 같은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한다. 냉전 끝이다.
대화 마무리형
밤 11시 30분, 잘 때가 됐다. 문제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메시지 알람음. 분명 용건이 있어서 시작한 대화이지만, 그 화제를 벗어났음에도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중간 중간 오가는 단답형 답장으로 미루어보아 상대방도 이 대화의 끝맺음 시기를 눈치보고 있는 것 같다. 대화를 끝내자는 의사 표시를 최대한 불쾌하지 않게 해야 할 때다. ‘이제 그만하자’, ‘먼저 잘게’라는 직접적인 문자 대신 이불을 들어 올리는 바나나 형상의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개성 표현형
등산 동호회 회원이다. 산에 다녀온 뒤에는 온라인 후기를 올려야 하는 게 동호회의 규칙이다. 수많은 후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후기를 작성하고 싶지만, 문자로만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길쭉한 다리가 장점인 나를 닮은 이모티콘을 글과 함께 담아본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내 얼굴을 입힌 이모티콘 제작도 가능하다. 나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꽤 괜찮은 선택이다. 자칫 딱딱할 수 있었던 후기의 가독성이 높아진 건 덤이다.
유명인 응원형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얼굴이 결합된 이모티콘이 출시됐다. 흔히 말하는 ‘굿즈’다. 이 이모티콘을 쓰면 멀리서나마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학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응원을 통제해왔던 부모님도 이 이모티콘을 쓸 때만큼은 한마음이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본뜬 이모티콘이 나온다면 사드릴 생각이다.
글쓰기 귀찮아형
답장하기 귀찮다. 대충 보내자니 상대방이 느낄 언짢은 감정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이럴 때면 한 번 누르면 바로 전송되는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게 최고다. 선택의 폭도 넓다. 앙증맞은 이모티콘부터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모티콘까지. 어떤 이모티콘은 당초 전하려던 메시지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 한 번쯤은 글자를 작성하는 것 대신 이모티콘을 툭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보여주기식 남발형
지인이 처음 보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에 발랄한 효과음까지 더해진 이모티콘이다. 그런데 이 사람, 쉼 없이 이모티콘을 보낸다. 그 이유를 묻자 “새로 구매한 아이템 자랑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새삼 깨닫는다. ‘아, 이렇게도 이모티콘을 활용하는구나.’
기부 동참형
누구는 이모티콘을 기부 동참 수단으로 활용한다.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동시에 그 금액의 일부가 기부되는 형태다. 착한 이모티콘, 일명 ‘기브티콘’이라고도 불린다. 이모티콘 활용법으로 참 신선하다. 기부는 말 그대로 물건이나 돈을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인데 기브티콘은 일거양득인 셈이다.
소소한 선물형
흔히 말하는 ‘B급 코드’ 이모티콘을 수집하는 소소한 취미를 가진 이들도 있다. 친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전송할 때 곁들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보낸 이모티콘에 열광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에게는 해당 이모티콘을 선물하곤 한다. 딱히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선물하기 좋은 용도로는 이모티콘이 제격이다.
무료 이모티콘 활용형
메신저 이모티콘 가격이 평균 2000원 정도.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소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돈을 지불하려니 아까운 기분이 든다. 가만 보니 주기적으로 무료 이모티콘 이벤트가 열린다. 지정된 친구를 추가하기만 해도 20여 종의 이모티콘이 내 것이 된다. 유료 이모티콘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 더 낫다고 여겨진다. 사용 기간이 제한된 건 아쉽지만 괜찮다. 조금만 기다리면 또 다른 무료 이모티콘 이벤트가 펼쳐지니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모티콘도 인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수호랑과 반다비 이모티콘 40만 건을 무료 배포했다. 앞서 2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무료 배포까지 합치면 올해에만 세 번째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이모티콘은 수호랑 6종과 반다비 6종, 수호랑과 반다비가 함께 있는 혼합형 4종 등 총 16종이다. 이모티콘의 작은 움직임에 간단한 감정 표현이나 격려 메시지를 전하는 형태다. 그중에서도 성화 봉송을 든 채 달리는 수호랑, 금메달을 걸고 단상에 올라선 수호랑은 올림픽 분위기를 한껏 뽐낸다. 이모티콘은 하나의 콘텐츠로 성장하면서 홍보 수단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직위가 마스코트 이모티콘 배포를 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만약 무료 이모티콘을 놓쳤다고 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조직위에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맞춰 각 경기 종목을 응원할 수 있는 관련 이모티콘을 배포할 계획이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