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눈 돌리지 말자. 올여름 휴가는 국내여행이 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52.1%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들 중 83.6%는 국내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국민 124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방문 목적지는 강원도(33.2%), 경상남도(14.6%), 전라남도(9.8%), 경기도(8.9%), 경상북도(7.4%) 등의 순이었다.
국내여행 의사가 높은 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짧은 휴가 일수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휴가 기간으로 2박 3일(44.0%)을 가장 선호했다. 그다음으로 1박 2일(29.2%)과 3박 4일(15.8%) 순으로 나타나 평균 여행 기간은 2.9일로 집계됐다.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속성으로’, 부담 없이 달래기엔 국내여행이 제격이란 얘기다. ‘알쓸신잡’, ‘삼시세끼’, ‘1박 2일’ 등의 매체를 통한 국내여행의 재조명도 한몫했다.
실제로 해외에 집중하던 여행업계도 국내로 눈을 돌리고 앞다퉈 이색 상품을 내놓으면서 그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밝은 젊은 층이 SNS에 올린 국내여행기는 그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국내여행의 매력’ 그 자체다. 산과 바다가 있고, 체험과 휴식이 있다. 전통과 현대가 있고, 맛과 멋이 있다. 근거리, 저비용 등의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둘러볼 이유가 충분하다.
올여름엔 물 좋고, 산 좋고, 사람 좋은 우리 땅에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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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오혜인(42) 씨는 자칭 ‘국내여행 예찬론자’다. 슬하에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그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농산어촌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오 씨는 “아이가 있어서 해외로 나가려면 준비가 복잡하다”면서 “아이들의 문화 체험을 위해서는 국내여행이 제격”이라고 했다. 지난여름에는 충남 청양 알프스마을을 찾았다. 그는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의 경치도 인상적이었지만, 세계조롱박축제에서 경험한 박 공예 체험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20대 여행객에게도 농산어촌은 더 이상 고루하지 않다. 자칭 ‘트렌드 세터’라는 박서원(21) 씨는 방학을 맞이해 같은 과 친구들과 전남 여수로 여행을 떠났다. 여수는 요즘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다. 박 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각 지역의 여행객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며 담소를 나눴고, 요즘 인기인 ‘낭만포차’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다졌다”면서 “내년에 이 친구들과 태국 여행을 가려고 계를 했었는데, 여수에 다녀온 이후 남도 일주를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SNS상에서도 요즘엔 해외여행보다 국내 농산어촌 여행이 좀 더 트렌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마치 ‘이효리’와 ‘민박’이라는 조합처럼” 이라면서 “농산어촌 여행은 접근성도 좋아 그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올여름엔 농산어촌으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다. 농산어촌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도 의사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우리 농어촌에서 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도 휴가를 모두 활용할 계획인 만큼 장관들도 그렇게 하고,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달 말이나 8월 초께 경남 지역의 모처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곳은 문 대통령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에 앞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휴가철을 맞아 관광 수요가 국내관광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내수를 살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기업과 경제단체 임직원들이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