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농산어촌에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복을 입고 옛사람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전통체험부터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워줄 제철 농산물 수확까지. 방문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재미난 프로그램으로 잊지 못할 여름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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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경주 교촌마을
“꽃가마 타고 전통혼례, 한복 입고 조선시대 양반 체험”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도 굵은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다. 경북 경주에 있는 교촌마을에는 알록달록한 한복을 겹겹이 입은 사람들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흰 무명 한복을 입고 신부가 탄 가마를 진 가마꾼들의 얼굴에서 80kg이라는 가마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마 안에는 연지곤지를 찍고 활옷을 입은 신부가 수줍게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다. 신부가 탄 가마를 따라 사모관대를 한 파마머리 신랑이 한 걸음 한 걸음 진중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경주 교촌마을에는 매주 토요일 전통혼례가 열린다. 많은 신혼부부가 이곳에서 새 출발을 약속했지만 이날 신랑신부는 여느 때와는 좀 달랐다. 전통혼례 체험에 참가한 고찬용·인영순 씨는 이미 40여 년 이상을 함께한 부부 사이. 처음 신접살림을 차릴 때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부부로 살아온 그들은 긴 세월을 함께하고 나서야 혼인서약을 하게 됐다. 부인으로 엄마로 긴 세월을 살았어도 신부라는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던 인영순 씨는 식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신랑 고찬용 씨도 마찬가지. 혼례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서로 눈 한 번 맞추지 않고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두 사람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20분 남짓 진행된 전통혼례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가 돼서야 부부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이 모든 과정이 어색해 혼쭐이 났다는 인 씨는 “자식들이 전통혼례를 제안했을 때 다 늙어서 무슨 혼례냐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렇게 식을 올리고 보니 더 나이 들기 전에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촌마을에는 고 씨 부부 외에도 한복을 입은 사람이 많다. 그들 대부분이 교촌마을에서 대여하는 한복을 입고 있다. 한 시간에 1만 원이면 고운 한복을 입고 조선시대 양반네 자제가 된 기분을 낼 수 있다. 미국에서 온 손님과 함께 한옥체험을 하러 온 이혜진 씨는 “교촌마을이 옛날 양반이 살던 민속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체험할 거리가 많아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교촌마을에서는 여름철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전통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투호, 국궁 등 전통놀이체험, 전통 차를 우려 마시는 다도체험, 전통 바느질 기법인 누비 방식으로 장신구 만들기 등 다채로운 내용이 준비돼 있다. 경주 최부자집의 철학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최부자 아카데미도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각광받는 최부자집의 정신과 선비문화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가하려면 경주 최부자 아카데미에 전화(054-744-0202)하거나 경주 교촌마을 누리집(http://www.gyochon.or.kr)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 받아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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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손님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경주 교촌마을을 방문한 이혜진 씨와 창원 사파고 학생들 ⓒC영상미디어
문의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교촌마을팀 054-760-7880~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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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항어촌마을 개막이 체험 ⓒ웰촌
남해 문항어촌마을
“갯벌에서 맨손으로 물고기 잡아요”
여름에 어울리는 여행지로 바다만 한 곳이 없다. 바다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잡고 먹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여행도 없을 것이다. 남해 문항어촌마을은 이 모든 것을 즐기기 딱 좋은 여행지다. 문항마을은 어촌답게 대부분의 체험이 쏙잡이 체험, 바지락 캐기 체험, 선상 낚시, 낙지 잡기 체험, 후리그물 체험 등 갯벌을 끼고 있는 어촌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개막이 체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체험이다. 개막이는 바닷물이 빠지기 약 두 시간 전에 그물을 설치한 다음 갯벌이 드러나면 그물에 걸려 있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법이다. 개막이 체험은 그물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물이 빠지기 전 그물을 설치한 후 썰물인 때를 맞춰 갯벌로 나가면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 그물에서 슥슥 물고기를 건지면 낚시와는 또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문의 남해 문항어촌마을 055-863-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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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고미마을 토마토축제 ⓒ조선DB
화천 토고미마을
“빨간 토마토로 물드는 여름날”
작은 시골 마을인 토고미는 해마다 1만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소문난 농촌체험마을이다. 토고미마을은 유기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방법은 다름 아닌 오리농법이다. 오리농법을 시작하면서 농촌체험학교를 열었는데 해마다 많은 방문객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토고미를 찾는다. 요즘 토고미마을에는 여름마다 색다른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토마토가 무르익는 8월이면 토마토를 눈처럼 던지면서 노는 토마토 축제가 열린다. 토마토를 사방팔방으로 던지고 놀다 보면 어느새 토마토만큼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인다. 토마토가 휩쓸고 간 토고미마을의 여름밤은 논두렁에서 울리는 재즈 선율로 젖어든다.
문의 화천 토고미마을 033-441-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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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드미마을 삼굿구이체험 ⓒ한드미마을
단양 한드미마을
“제철 농산물, 우렁이로 여름 수확의 기쁨을”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한드미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을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고즈넉한 정자가 방문객을 먼저 맞이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 마을 앞에는 산천어가 사는 개울이 흐른다. 한드미마을은 산과 들뿐만 아니라 계곡, 동굴 등 다른 농촌마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이뤄져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자연체험학습을 하러 오기 좋다. 7월이면 여름 햇살에 무르익은 옥수수, 감자 등 제철 농산물을 직접 수확할 수 있다. 한드미마을에서는 삼굿구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음식을 쪄먹는다. 삼굿구이는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달궈진 돌을 채우고 모래로 덮은 다음 물을 부어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쪄먹는 요리법이다. 제철 농산물로 배를 채우고 난 다음에는 개울로 발걸음을 옮기자. 한드미마을 개울에는 알이 굵은 우렁이가 서식하고 있어 한 시간 정도면 양손 가득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문의 단양 한드미마을 043-422-2831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