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이러한 아이들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멘토 봉사가 있다. 러빙핸즈 봉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지고 도움을 준다. 마치 부모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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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홍 대표 ⓒC영상미디어
2007년 2월 설립된 ‘러빙핸즈’에 2017년은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데다 그간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얼마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희망멘토링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 1:1 멘토링 봉사단체 ‘러빙핸즈’는 성인이 되기 전 만 10~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한 번 멘토링을 맺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한 명의 아동·청소년을 끝까지’라는 단체 목표에서도 알 수 있다. 주로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중단하지 않고 애정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멘토로 나섰다가 중단하면 아이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10주년의 의미에 대해 박현홍 대표는 “후원에 의존하는 NGO가 10년 이상 유지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11~16세의 아동·청소년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지원해 지금까지 108명의 멘티를 졸업시켰다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여러 멘토링 프로그램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즉 일회성과 물질·학습 중심의 봉사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됐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 1명(멘티)과 멘토 양성 과정을 수료한 멘토 1명을 결연시켜 한 달에 두 번 이상 꾸준히 만나며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즈음 여러 사정 상 부모 없이 자라는 아동·청소년이 많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멘토는 부모다. 부모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이러한 부모의 조언을 받지 못하면 진로 선택에 여러 어려움이 생긴다. 이러한 어려움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업이 멘토링이다.
비슷한 멘토링 봉사는 많다. 러빙핸즈는 꾸준한 지원을 추구한다. 박 대표는 “러빙핸즈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어른 친구인 멘토 선생님 한 명을 매칭해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4~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토로 봉사 활동에 참여한 김외규씨는 “내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에서 선정해준 아이를 맡게 된다”며 “아이를 집에 초청해 화목한 가정을 체험하게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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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빙핸즈 멘토 봉사자들과 아이들. 아동·청소년 권익보호를 위해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다. ⓒ러빙핸즈
멘티가 자라 멘토가 돼 봉사하기도
해외에서는 사업의 도움을 받은 학생이 성인이 되어 봉사자로 나설 때 사업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도움을 받는 위치에서 도움을 주는 봉사자로 성장한 것 자체가 봉사의 가치를 알려준다. 러빙핸즈는 이러한 나눔의 선순환에 자부심을 갖는다. 박 대표는 “10년을 맞은 러빙핸즈가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것은 멘티 출신 아이들이 멘토가 된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세 명이 멘토로 나서줬다”고 설명했다.
요즈음 청소년 범죄가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범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로 고통받기도 한다. 잘못된 길로 빠져든 아이들을 다시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취지에서 러빙핸즈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 미리 돕는 예방적 봉사를 추구한다. 박 대표는 “한 번 나쁜 길로 빠진 아이를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일찍부터 아이들의 대화 상대가 돼 자연스럽게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멘토링이라고 하니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궁금했다. 러빙핸즈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 특별히 어떤 목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일단 멘토가 되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가 되는 봉사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요즈음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끼기 힘든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느낌이 좋아 한 번 봉사를 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쉼 없이 참여하게 된다.
러빙핸즈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은 아이들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로 조심할 사항이 많다. 자칫 잘못된 조언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자 자격과 관련해 박 대표는 “교육 이수자만 아이들을 소개해주고 있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범죄 조회 동의서를 받는 등 멘토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빙핸즈는 최근 일 년에 60~70쌍의 멘토링 커플을 새롭게 매칭하고 있고, 현재 254쌍이 맺어졌다. 멘토링 봉사를 경험한 봉사자들 상당수가 가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봉사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동의와 허락이 필요하다. 멘토 봉사를 경험한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봉사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데 이런 경험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대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봉사는 나 아닌 다른 이를 도우려고 시작해서 자신이 얻어간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