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을 명함처럼 내밀던 시대는 갔다. 적어도 취업시장에서는 그렇다. 명문대 졸업장으로도 고배를 마시는 게 현실이다.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진정한 ‘스펙’이 됐다. 정부가 3년간 600억 원을 투입해 더 매력적인 직업학교(매직) 사업을 띄운 이유다. 고졸취업의 최전선 직업계고 현황과 정부 육성책을 소개한다.
‘능력 중심 사회 구현’. 약 10년 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가 등장하며 내건 기치다. 학력이나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대우받는 학생들을 양성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전국적으로 특성화고는 472개, 마이스터고는 43개, 일반고 직업반(구 종합고)은 77개다(2016년 기준).
우선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의 대안적인 학교 모형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요리, 영상 제작, 관광, 통역, 보석 세공, 인터넷, 멀티미디어, 원예, 골프, 공예, 디자인, 도예, 승마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학금과 3년간의 수업료를 장학금으로 제공하며, 우수한 학생의 경우 해외 기업에서 일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준다.
마이스터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기술 중심 교육으로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예비 마이스터(young meister)를 양성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다. ‘졸업 이후 우수 기업 취업, 특기를 살린 군 복무, 직장 생활과 병행 가능한 대학교육’ 등의 기회도 제공한다.
마이스터고 또한 수업료,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 면제 등의 학생 지원이 있다. 또 우수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제공하고, 해외 직업전문학교 연수, 국가·지자체의 세계화 사업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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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연속 상승 취업률, 대졸자보다 높아
실력 중심 인재를 키우겠다는 직업계고의 취지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취업률의 꾸준한 상승이 그것이다. 2009년 16.7%에 불과했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2011년 25.9%로 뛰었고, 2013년엔 40%대(40.9%)에 진입했다. 2016년 취업률은 47.2%를 기록했는데, 대학 진학자를 제외한 취업률은 72%에 달한다. 7년 연속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이는 대졸자 취업률 67%보다 높은 수치다. 학교 유형별로 취업률을 살펴보면 마이스터고 90.3%, 특성화고는 47.0%, 일반고 직업반 23.6% 순이다.
또 주목할 점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진학률과 취업률 추이다. 진학률은 하락한 반면 취업률은 상승했는데, 이는 과거의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에서 벗어나 먼저 취업하고 필요한 경우 대학에 진학하는(先취업 後진학)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0년 전만 해도 진학률이 취업률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지금은 역전됐다. ‘고교 직업교육 대상자 취업률 및 진학률’을 보면 2009년 73.5%였던 진학률이 매년 하락해 2012년에는 50.8%로 급감했다. 이후 2013년에는 41.6%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34.2%에 머물렀다. 반면 취업률 그래프는 진학률과 반비례한다. 2013년에는 취업률과 진학률이 거의 비슷하다 이듬해부터 역전되더니 점점 상승세다.
한편 취업 후 대학 진학을 하는 수치는 점점 늘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혜택,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서다. 이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산업체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재직자가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가는 학생은 2010년만 해도 180여 명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12년 들어 400명 가까이 오르더니 2014년에는 1300여 명으로 급증했다. 2016년 입학생은 무려 2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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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학생의 맞춤형 직업교육
2016년 기준 직업계고는 592개 교인 데 반해 일반계고는 1765개 교로 4배 수준이다. 배출되는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이들이 모두 대학 진학을 원하지는 않는다.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하려는 학생도 많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일반고 비진학자도 고교 단계에서 맞춤형 직업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16일 교육부는 일반고 비진학 학생들이 개인 맞춤형 직업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예비 직업과정을 시범 운영하고 위탁 직업과정을 확대 및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통해 발견한 소질, 적성을 가지고 고교 1학년 단계 때 예비 직업과정에 참여해 실제 자신에게 맞는 직업과정을 찾고, 2학년 2학기부터 일반고 학생 누구나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도록 직업 위탁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2017학년도 1학기부터 대구, 광주, 경기, 전북 등 4개 시도에서 일반고 1, 2학년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문대 등과 연계해 예비 직업과정을 시범 운영한다. 에너지 융합설비,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방과 후, 방학, 주말 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직업과정을 체험하고자 하는 학생은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직업과정을 탐색하고 찾을 수 있다.교육부 관계자는 “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와 선취업 후진학 생태계 확산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중등 직업교육의 비중이 30%까지 확대되는 2022년에는 취업률 65%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매력적인 직업계고 위해 집중지원
정부는 고졸 인재에 대한 인식개선 및 고졸 취업 문화의 확산을 위해 올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사업 이른바 ‘매직’ 사업이다. 지난 3월 13일 교육부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의 수업 인프라 개선을 위해 3년간 100개 직업계고에 600억 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긴 매직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매직(MAGIC)은 Make an Attractive, Good & Innovative sChool의 줄임말로 직업계고의 양적확산과 함께 매력도를 높이는 질적인 업그레이드 의지를 담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졸 취업 문화 확산으로 2009년 16.7%였던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지난해 47.2%로 상승했지만 일부 직업계고에서 기초학력 부족 문제가 나타나는 등 학교 간 양극화가 전체적인 직업계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7~2019년 1단계 사업에서 100개 학교를 뽑아 학교당 연간 1억∼3억 원씩 200억 원을 지원하고, 2020∼2022년 같은 방식으로 100개 교를 더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희망 학교는 필수사업과 선택사업을 학교 특성에 따라 조합해 신청하면 된다. 필수사업은 각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교 특성에 맞는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학교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학교의 인적·물적 자산과 산업 여건을 고려해 학과를 개편하거나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식이다.
선택사업으로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생 참여 중심의 프로젝트 기반 수업 개발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창작이 가능한 ‘창작실’을 만들거나, 학생의 학습 수준과 학습 부진 요인을 진단해 맞춤형 학습 클리닉을 운영하고, 학생 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식이다.
박지현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