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나주 오씨 대종회가 소장한 오자치 초상(吳自治肖像, 보물 제1190호, 1994년 1월 5일 지정)을 기증 받고 지난 11월 16일 기증식을 가졌다. 문화재 기증은 그 자체로도 뜻깊을 뿐 아니라 개인이 관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도난, 훼손 등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 얼굴,흉배 ⓒ국립고궁박물관

▶ 오자치 초상 전면 ⓒ국립고궁박물관
오자치 초상은 나주 오씨 대종회에서 2003년부터 궁중유물전시관(국립고궁박물관 전신)에 맡겨 보관하다가 2015년 8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2년여에 걸쳐 전면적인 보존처리를 했다. 나주 오씨 대종회에서는 귀중한 보물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항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초상화의 주인공인 오자치(생몰년 미상)는 본관이 나주인 조선 전기의 무신이다. 세조 때 무과에 급제했으며, 세조 13년(1467년) ‘이시애의 난’ 때 공을 세워서 적개공신(敵愾功臣,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운 사람에게 내린 칭호)에 책봉된 뒤 병조참판을 지냈다.
오자치 초상은 성종 7년(1476년)에 제작됐다. 당시 성종이 충훈부(忠勳府, 조선시대에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이나 그 자손을 대우하기 위해 설치한 관청)에 명하여 그렸으며, 비단 바탕에 채색했다. 화폭의 크기는 세로 160cm, 가로 102cm이다.
오른쪽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상의 모습으로 얼굴은 갈색 선으로 윤곽을 잡고 엷은 황토색으로 칠해져 있다. 높이가 낮은 검은색의 오사모(烏紗帽,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가 쓰던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짙푸른 색의 단령(관원들이 공무를 볼 때 입었던 깃을 둥글게 만든 옷)을 입고 두 손을 마주 잡은 공수자세(두 손을 맞잡아 공경의 뜻을 표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반신은 백피혜(白皮鞋, 관리들이 신던 흰 가죽으로 만든 목이 긴 신)를 신은 발을 족좌대(足座臺)에 올린 모습이다. 호표(虎豹) 문양의 흉배(胸背)로 보아 이 초상화가 그려질 당시 품계가 무관 1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자치 초상은 배경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등 조선 전기 15세기 공신 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또한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무관 공신 초상화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자치 초상화 기증을 기념해 2018년에 공개 전시하고 학술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그 가치를 국민과 널리 공유할 계획이다.
개인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 어떤 것들이 있나?
우리나라 각 박물관과 미술관은 많은 문화재를 기증 받아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 기증된 문화재는 국민에게 공개하고 관련 학술연구의 자료로 활용하는 등 뜻깊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증 문화재만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열한 개의 기증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증자를 위한 기증전시는 물론 기증문화재 특별전 개최, 기증문화재 도록 발간 등 문화재 기증을 널리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 낙수정 동종(傳 樂壽亭 銅鍾)
보물 제1325호,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일본인 다카하라 히미코 여사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소장해오던 중 1999년 11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통해 기증·반환한 것이다. 종을 매다는 용뉴 부분의 훼손이 있기는 하나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종에 새겨진 기록이 없어 제작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형태와 문양 및 성분비율 등을 살펴볼 때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계승해 고려 초인 11세기경에 제작된 범종으로 추정한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보물 제1864호,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한 재일동포가 기증한 문화재. ‘소상팔경’을 주제로 8폭을 모두 갖춘 완전한 형태의 작품이자 조선 초기 문인사회의 시화일치(詩畵一致) 사상이 잘 녹아 있는 산수화다. 종이에 수묵으로 그려져 있는데 8폭의 그림이 두 폭씩 대를 이루는 구도로 좌우에 우뚝 솟은 산세가 마주 보면서 무게 중심을 이룬다. 각각의 그림에는 농담의 대조와 용묵법에 의해 계절의 변화 등이 잘 나타나 있고, 16세기 전반 안견 화풍이 드러나 있어서 회화사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흥완군 의복(興完君 衣服)
국가민속문화재 제121호,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둘째 아들 흥완군 이정응(1814∼1848)이 입던 옷이다. 그의 양자인 완순군 이재완이 보관하다가, 이후 그의 후손인 이철주가 기증했다. 의복의 종류는 조복·복·상복·구군복·청철릭·쾌자·대·후수·흉배·상아홀·등거리장식·차선·청초등롱 등 13종이며 수량은 62점이다. 개화기 관복의 변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인 동시에 다양한 형태와 색상 등을 볼 수 있어 민속자료로서 가치가 크며 당시의 복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유제화형촛대(鍮製花形燭臺)
등록문화재 제454호,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1910년 구세군 선교사로 내한, 1941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될 때까지 선교활동을 펼쳤던 토마스 홉스가 사용한 촛대로 그 후손이 기증했다. 전통 소재인 나비나 박쥐 대신 활짝 핀 꽃잎 모양의 화선(火扇), 꽃잎의 형태를 부분으로 제작해 조립할 수 있게 디자인한 연꽃형 좌대에서 근대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근대기 공예품이 실용성에서 미술공예로 변모해가는 흐름을 제작기법과 조형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역사적·공예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