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용기를 주는 글,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던 말이었어요. 너무 큰 설렘을 안고 가요.”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달린 인스타그램 댓글이다. 예비신부인 한 독자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신혼집 이사에 분주한 일정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밤에 잠깐씩 읽은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위로와 응원이 됐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고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그리고 세월이 지나 결혼생활에 지칠 때 다시 꺼내보고 싶다고 말이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펴낸 위즈덤하우스의 허주현 편집자는 평소에도 SNS에 올라오는 글을 살피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작가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출판계의 트렌드는 텍스트 양을 줄이고, 사진과 일러스트로 판면을 배치한다는 겁니다.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죠.”

시원한 이미지와 심플한 텍스트는 지면 역시 ‘SNS화’돼가고 있음을 뜻한다. 트위터는 사용자들에게 140자로 말하기를 훈련시켰고, 인스타그램은 말보다 강렬한 한 컷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법을 알게 만들었다. SNS 스타 작가들은 이 단문과 이미지의 사용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주현 편집자는 여기에 ‘독자와의 소통력’ 역시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하태완 작가의 경우 전작인 <너에게>를 통해 가능성을 봤습니다. SNS상에서도 독자와 깊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요.”

출판사 관계자들 역시 SNS를 통해 콘텐츠를 검증한다.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애독자층’이다. 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는 건 이미 충성도 있는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도서의 판매로 이어진다. 이때 편집자의 역할은, 독자가 읽고 싶은 모습으로 책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SNS 작가가 쓴 그대로 책을 펴냈다면 최근에는 각 글들을 주제별로 묶어 스토리화하고 있다. 만남, 사랑, 헤어짐 등이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의 경우도 1. 생각이 많은 밤을 보낸 너에게 2. 이 순간, 사랑하는 너에게 3.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너에게 4. 사람에, 사랑에 상처받은 너에게 순으로 구성했다.

“결국 독자를 움직이는 건 작가의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작가의 글은 화려하거나 멋부리지 않은 수수한 단어들이 많아요. 이 문장에 담긴 진심이 읽히기 때문에 짧은 글에도 커다란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 (좌)문학동네 시 애플리케이션 ⓒ문학동네, (우)창비 애플리케이션 시요일 ⓒ창비

SNS 단문, 시(詩)의 부흥 이끌다

때문에 글을 읽는 독자층도 다양하다. 인터파크 도서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SNS 작가의 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책을 구입한 이들은 20대가 26.4%, 30대가 30.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40대의 비중도 26%, 10대와 50대의 비중도 10% 내외로 높았다. 성별의 경우 여성이 55%, 남성이 45%가 SNS 작가의 책을 구입했다. 남성의 경우 연인이나 친구를 위한 선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스스로 ‘위로’를 얻고자 구입한 이들도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SNS 작가의 책에 ‘처음 사본 책’이라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다. SNS로만 문장을 소비하던 이들을 서점으로 유입시켰다는 게 SNS 문학의 숨은 힘이다. 여기에 삽화,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이미지 등이 더해지면서 ‘공감각적 책읽기’가 가능해졌다.

문학동네 나해진 출판마케팅 담당자는 앞으로는 독자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통 문학과 SNS 문학의 차이는 독자의 참여도라고 생각해요. 전통 문학이 독자에게 한 방향으로 전달됐다면, 최근의 책들은 쌍방향이거든요. 독자의 반응이 바로 책에 반영되니까요.”

실제로 문학과 디지털을 접목시킨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학동네에서는 ‘문학동네시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앱은 2014년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시집의 발음, 글자, 조형, 시인의 느낌 등을 디자인과 컬러로 구현해낸다. 시를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은 밑줄을 그어 노트에 남길 수도 있고, 시인이 직접 낭송한 시를 들을 수도 있다. 창비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은 론칭 1년 만에 이용자 21만 명을 돌파했다. 아이돌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 SNS에 이 앱을 언급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시요일’은 매일 새로운 시를 큐레이팅해줄 뿐 아니라 테마별 시도 소개한다.

“문학에서 가장 위축됐던 시가 SNS를 통해 가장 활성화된 문학이 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단문으로 지어진 문장에 호감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를 대하는 태도도 우호적이고요.”

실제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8만 4000부가 팔렸다. 이 시의 제목을 딴 해시태그도 많았다. 한 권의 시집을 읽는 건 어렵지만, 매일 하루 한 편의 시를 읽는 건 하루를 풍요롭게 만든다. SNS 문학의 부흥이 이루어낸 또 하나의 ‘문학의 봄’이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