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12시 30분. 직장이 밀집한 모처 인근 카페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음료 마시기는 뒷전인 채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 여념이 없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한편에선 환호성이, 또 다른 편에서는 탄식이 들려온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인기몰이 중인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가 불러온 풍경이다.
잼라이브는 퀴즈쇼 성격 그대로 모든 문제를 맞히면 상금을 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브라운관에서 봐온 퀴즈쇼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시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동시접속 11만 명을 돌파했다. 일종의 스낵커블 콘텐츠인 셈이다. 잼라이브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재미’와 ‘속도’에 있다.
최윤정 씨는 요새 잼라이브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직장인이다. 동료가 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겨 시작했는데, 꾸준히 해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길지 않은 점심시간 동안 짧고 굵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좋아요. 한 문제당 딱 3초만 주어지니까 그 짜릿함이 신선하기도 하고요. 잼라이브 전에는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산책을 한다든지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상금은 덤이고요.”
결국 스낵컬처 가치는 재미로 귀결된다. 재밌어야 시작하고, 재밌어야 지속하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모바일 콘텐츠 소비에 가장 적극적인 세대인 20대를 대상으로 이용 패턴을 파악한 바 있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어떤 형태로 봐도 ‘빵 터지는’ 콘텐츠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를 위한 목적으로만 스낵커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전부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스낵컬처가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한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오픈 채팅은 이름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채팅방이다. 좋아하는 연예인, 취미 등을 주제로 형성된 여러 채팅방 가운데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고, 익명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다섯 명 이내의 소규모부터 수백 명에 이르는 대규모 방까지 그 크기는 다양하다. 굳이 문자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문장 하나 없이 사진만으로도 채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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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 관심사를 주제 삼아 불특정 다수와 대화할 수 있는 ‘오픈 채팅’ ⓒ조선뉴스프레스
야구 마니아 오아름 씨는 1년째 오픈 채팅을 이용하고 있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대신 공통 관심사를 가진 다수와 친목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SNS가 ‘채팅’이잖아요. 아는 사람과 늘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게 따분할 때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오픈 채팅은 참신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야구를 중심으로 오픈 채팅을 해오고 있는데 때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기도 해요. 평소 하기 어려웠던 소통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공통 관심사 나누는 통로로 활용
혹자는 콘텐츠에 관한 댓글로 소통하기도 한다. 대개 콘텐츠 하단에 마련된 댓글 창에 개인의 의견을 남기곤 하는데 최근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실시간 댓글을 쓸 수 있는 형태도 등장했다. “1인 크리에이터 방송을 보면서 출연자와 쌍방 소통하는 구조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이용자들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스낵컬처는 매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도 활용된다. 간단명료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스스로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낵컬처를 소비하는 주된 방법은 킬링 타임용이다. 넓은 공간도 큰 비용도 필요 없다. 내 손안의 작은 플랫폼,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된다. 대중교통 속에서, 침대 위에서, 화장실 안에서 등 곳곳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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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승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시선을 돌린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뉴시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는 김성민 씨에게 클립 영상은 ‘지옥철’ 속 숨통을 트여주는 존재다.
“유독 출퇴근 인구가 많은 노선을 지나야 해서 늘 좁은 공간에 서있어야 해요. 옴짝달싹 못하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몰라요. 그럴 때면 지난 밤 미처 챙겨보지 못한 드라마나 예능을 짧은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을 봐요. 졸린 출근길, 고단한 퇴근길에 꽤 유용한 아이템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멍하니 앞을 보는 승객이 있었지만 이제는 저마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향해 있다. 신문이나 책으로 보내던 자투리 시간을 만화, 음악, 게임으로 채우고 있다. 10분 안팎 분량의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되는 것만 봐도 그만한 수요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말했다. “아 오늘 경기 놓쳤네. 이따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리는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봐야지.” 우리는 다양한 이유와 방법으로 스낵컬처를 흡수하는 중이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