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 해가 고개를 빼꼼히 드는 순간 탄식을 자아낸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1월 1일의 일출은 특별하다.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건강, 재물, 애정 등 소원을 빌고 새로운 1년을 살아갈 결심을 한다. 2018년 무술년은 부디 결심한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길 바라며 전국 해돋이 명소를 미리 만나보자.
01
강릉 정동진
푸르스름한 새벽녘, 밤새 달린 기차가 정차한 정동진역에 동이 터온다. 부산, 동대구, 대전, 광주, 전주, 춘천 등에서 출발하는 해돋이 열차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에 내려준다. 작디작은 마을에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정동진은 모래시계 회전식과 함께 해맞이 행사를 매년
1월 1일 개최한다. 철길과 해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동진 주변을 레일바이크를 타고 모래시계 공원을 돌아 정동진으로 순환하게 된다. 모래시계 공원은 1999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가 있다. 시계 속 모래가 모두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1년. 매년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보신각종이 울리면 모래시계는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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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경포 해맞이 축제에서 소원을 적어 날려보내는 모습 ⓒ뉴시스
02
강릉 경포
동해안 일출에서 정동진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경포대·두 곳 모두 해돋이 명소임은 분명하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시원한 바다 소리를 뚫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경포 해변도 일출을 감상하기 좋지만 경포대를 한번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경포대는 해 돋는 모습을 바라보기에 안성맞춤인 누대다. 바다와 호수를 모두 안고 있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경포호와 인접한 초당동의 두부는 강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별미다. 두부를 만들 때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하는 것이 맛의 비결. 일출을 보고 맛보자. 또 1998년 처음 개최돼 매년 열리는 경포해돋이축제에 매향 행사, 수로부인 꽃마차 행렬, 동해 용왕 제례, 열기구를 이용한 국토 횡단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12월 22일 개통하는 경강선 KTX를 이용하면 강릉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03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해를 향해 있다’는 의미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임포마을은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해를 향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름처럼 해를 향해 있는 이곳에서 해를 맞이하면 간절한 마음이 해에 더 가까이 닿을 것 같다. 향일암은 강원도 양양 홍연암, 경남 남해 보리암, 경기 강화 보문암과 함께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 하나다. 향일암에는 7개의 바위동굴·바위틈이 있는데 그곳을 모두 통과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도 있다. 향일암이 있는 임포마을에서 매년 여수향일암일출제가 열려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돌게장, 갓김치, 하모회 등 남도 음식을 고루 맛보는 것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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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이 경북 포항 호미곶에 모여 ‘상생의 손’ 뒤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04
포항 호미곶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중 한 곳인 호미곶.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는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의 꼬리 지점을 나타내 호미곶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해가 떠오르면 ‘상생의 손’이 평소보다 웅장하게 다가온다. 해맞이 축제에서는 경축 행사, 불꽃쇼, 해맞이 음악회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소원을 적어 풍선에 달아 날리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올해는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체험존도 경험할 수 있다. 해돋이를 보고 호미곶 새천년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올라 확 트인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지난해 답답했던 응어리를 풀어내보면 어떨까.
05
울산 간절곶
간절곶이라는 이름은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니 마치 긴 대나무 장대처럼 보인다고 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름과 같이 육지가 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돌출돼 있다. 1920년 처음 불을 밝힌 간절곶 등대, 울창한 송림, 조각품 등으로 수려한 해안을 자랑한다. 이곳도 해가 빨리 뜨는 곳으로 유명해 새해가 되면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와 매년 축제 때마다 10만 명 이상의 관람 기록을 세운다. 간절곶 수평선 너머로 일부가 가린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용히 두 손을 모아 새해의 소원을 비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06
당진 왜목마을
일출과 일몰을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 충남 당진 왜목마을이다. 왜목마을은 왜가리 목처럼 불쑥 튀어나온 지형 때문에 이름 붙여진 곳으로 12월 31일 마지막 해를 보내고 1월 1일 새로운 해를 동시에 맞이할 수 있는 특별한 명소다. 해돋이라고 하면 으레 동해를 떠올리기 때문에 동해안보다 덜 붐빈다는 장점도 있다. 서해의 서정적 일출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왜목마을에서 일출 포인트는 왜목마을 선착장, 오작교, 일몰 포인트는 석문각이 유명하다. 바다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바다 풍경은 당진 9경에 속할 만큼 아름답다. 차로 15분 정도 더 이동하면 작가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했던 필경사가 있다. 심훈기념관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는 기회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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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경포 해맞이 축제에서 소원을 적어 날려보내는 모습 ⓒ뉴시스
07
해남 갈두리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땅끝에 모인다. 한반도 뭍의 최남단에 자리한 해남 땅끝마을은 바다의 끝이자 땅의 시작이다. 서울에서 천 리를 달려야 닿는 땅끝은 그 상징성 때문에 새해 결심을 하기에 특별한 곳으로 꼽힌다. 해남 땅끝마을은 곳곳이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갈두항 옆 기암괴석인 형제바위다. 갈라진 바위 틈바구니로 떠오르는 해돋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사구미 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08
설악산 대청봉
살을 에는 듯한 영하의 기온에도 한 줄기 땀이 등을 타고 내릴 만큼 묵묵히 산을 오르다 보면 새해를 맞아 잊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다. 산을 오르는 어려움과 지난 한 해 동안 안 좋았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마저 들 것이다. 대청봉, 중청봉, 화채능선 등 자연이 만든 수려한 능선을 보기 위해 평소에도 등산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설악산이지만 새해가 되면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깎아지를 듯한 멋진 암괴 울산바위는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울산바위 정상 전망대 뒤에 새로 생긴 해돋이 전망대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도 좋은 포인트다. 단 겨울 산행은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춰 무리하지 않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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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형제바위는 해돋이를 보기 좋은 포인트다. ⓒ해남군청
09
제주 성산일출봉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은 지평선 너머에서 해가 차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82m 높이에서 일출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중에서 해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푸른 바다 위에 놓여 있는 듯한 거대한 분화구, 신이 빚어놓은 듯한 배경의 성산일출봉 일출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에도 새겨져 있을 정도로 장엄하다. 평소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새해 첫날이면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문화와 예술관광을 테마로 이목을 사로잡는 ‘일출제’가 열린다. 희망찬 새해의 기원을 담은 축제와 더불어 일출을 즐기면 제주에서의 시간을 한층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 천천히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다.
10
서울 해맞이 명소
바쁜 일정으로 여유는 없어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도심 속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서울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아차산 해맞이광장’은 매년 4만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남산 팔각정’은 도시 경관과 일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서울 강동구 ‘일자산 해맞이광장’은 정상이 155m로 낮아 가족 단위로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강동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새해맞이 걷기 행사, 풍물놀이 등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