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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다 ‘국립 굿즈’
국립 굿즈(NG, National Goods)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굿즈(Goods) 자체만 따지면 특정 장르나 인물의 정체성을 상징하기 위해 제작된 상품을 가리키는데, 국립 굿즈는 조금 다르다.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기념품이자 상품이라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국립 굿즈 열풍’이라고 일컬을 만큼 해당 굿즈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일명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굿즈를 구매하는 과정과 소유의 기쁨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는 경험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값비싼 물건이 소유의 만족감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물건을 선호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롱패딩과 수호랑 인형으로 대표되는 평창동계올림픽 굿즈의 인기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시장 조사기관 두잇서베이가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3700명 중 83%가 ‘평창올림픽 굿즈 구매의사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제 스포츠 행사를 모티브로 한 기념품의 인기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만든 기념품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평창 굿즈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제작한 기념품은 촌스럽다는 편견이 강했다. 행사명 또는 기관명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탓에 활용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국립 굿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요즘 기념품은 달라졌다. 평창 롱패딩 안감에 평창 로고가 박힌 것이 대표적이다. 세련된 디자인에 실용성을 더하자 없어서 못 파는 품목이 생길 정도다. 청와대 대표 기념품 ‘이니 시계’가 희귀템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또한 굿즈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이들 굿즈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회화 등을 기반으로 한 기념품을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기존세대와 다르게 세련된 문화적 기호로 사회적 정체성을 인식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같은 정체성을 방증하는 가장 좋은 예가 국립 굿즈”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립 굿즈. 과거 국가 기념품과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까. 국립 굿즈를 찾아 그리고 굿즈를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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