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풍경이 달라졌다.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시험 부담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성적의 압박에서 벗어나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통해 꿈과 끼를 찾아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토론·실습 수업이나 직업체험 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로, 2013년도입 이후 올해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다.
정부는 2013년 42개 연구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 2551개교에 이르는 시범 운영학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자유학기제가 현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왔다. 그결과 교육 현장에서도 자유학기제에 대한 공감대가빠르게 확산되어 시범 운영에 참여한 학교 수가 지난해 80%로당초 목표치인 50%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시범 실시 평가 결과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만족하는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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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자유학기제는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를 실시해 교과 수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등학생의 희망과 적성을 반영한 수업으로 경쟁 중심의 교육을 창의성과 인성, 자기주도학습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행복교육 박람회에서 자유학기제 공개수업을 진행한 대전 삼천중 유순준 교사는 "실생활과 연계된 수업이라서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더느꼈을 거라 생각하고,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교실 수업이 변화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323개 정부부처 연계 진로체험 프로그램
원격영상 진로 멘토링 만족도 4.18점
학교와 정부기관, 기업, 대학 등은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더 생생한 직업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학생들이 법 관련 체험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솔로몬파크에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있다. 이를 통해 부산진여중 1학년생(114명)은 법 관련 체험시설을 직접 탐방하고 법 관련 다양한 직업에 대한 내실 있는 진로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도 ‘정부부처 연계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및 신청 방법은 ‘꿈길(www.ggoomgil.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323개의 정부부처연계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꿈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고, 그중 321개 프로그램에 2만1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예술·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1학생, 1문화·예술, 1체육 활동’ 지침을 확산시키는 등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예체능 교육을 활성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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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서 9월 28일 열린 ‘2016 글로벌 퓨처 라이트 포럼’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중학생들이 참가해 반도체 전동 비행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또한 학생 참여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유학기제 학생 동아리 지원사업’을 시행해 지난해 132개교 2000개 동아리를지원했고, 올해는 200개교 3000개 동아리에 혜택을 줬다. 학생 동아리 한마당, 지역 진로체험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고동아리 활동 결과를 합동 발표하는 등 학교 간 동아리 연계 활동을 위한 사업도 추진했다. 교실수업 개선의 구심점 역할을 할 현장 교사들에게는 지난해 23회에 걸쳐 5500명에게 연수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교사연구회 지원을 확대(2014년 30개, 2015년 145개)했다.
상대적으로 진로체험 기회가 적은 농산어촌 학생들을 위해서도 자유학기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2013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원격영상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멘토링 수업 영상은 ‘다시보기’와 ‘스마트북’ 콘텐츠로 제작되어 진로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 온라인 공개수업(MOOC)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매년 30여 편의 멘토 동영상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원격영상 진로 멘토링 수업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종합 만족도(5점 척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이 각각 4.18점, 4.15점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교육부는 내년에 자유학기가 끝난 뒤에도 한 학기 이상 다양한 체험 활동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이 계속되도록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학교’를 300곳 이상 운영할 방침이다. 이 학교들은 평가의 자율권을 얻어 지필고사를 안 봐도 된다. 교육부가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학교를 지정하려는 이유는 교육 현장에서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가 자유학기 종료 후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올해 말 해당 학교를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터뷰 | 대전 삼천중 최민영·이해연(13) 학생
"꿈을 찾게 해준 자유학기제, 저희에게 오아시스 같은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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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삼천중 1학년 6반 최민영 양과 이해연 양은 학교에서 유명한 단짝이다. 이들은 이번 학기 자유학기제를 통해 꿈을 찾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1학기 때는 교과 수업만 하고 정해진 시험만 보니까 지루하기도 했고, 제 적성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자유학기에는 하고 싶었던 체험 활동 등을 마음껏 해볼 수있어 정말 좋아요."
실제로 최 양과 이 양은 주제탐색 프로그램인 뮤지컬 제작반부터 배구 활동, 바리스타 체험, 헌법 토론대회, 인문학 손수제작물(UCC) 제작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했다. 이 밖에도 교외 활동으로 사회과목 체험수업의 일환인 학교폭력 예방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 최 양은 이번 학기에 과학 선생님이라는 구체적인 꿈을 찾게 됐다고 했다. "과학시간에 미리 공부해서 친구들을 가르쳐주는 활동이 있었어요. 예습을 하면서 과학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친구들을 가르친다는 데서 보람도 느끼게 됐죠. 특히 저는 지구과학이 정말 재미있어서 그분야의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구체적인 꿈이 없던 이 양은 뮤지컬 제작반 활동을 통해 아나운서의 꿈을 갖게 됐다. "뮤지컬 대본을 읽으면서 친구들에게 발음이 좋다고, 아나운서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국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제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최 양은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시험 부담 없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이 양은 자유학기제를 체험할 후배들에게 "자유학기제 기간에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많은 걸 얻고 자기 꿈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자유학기제를 한 이번 학기가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이제 꿈과 목표가 생겼으니 2학년 때부터는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10년 뒤 멋진 과학 선생님과 국제 아나운서의 탄생 기대해주세요."
글· 박샛별(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