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다 떨어진 나무는 겨울 내내 움츠립니다. 그러다 봄이 오면 꽃잎을 활짝 피우고 열매를 맺지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터널을 지났다는 건 꽃이 열매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그 열매를 밑거름 삼아 세상을 향해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인생의 선배들이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넵니다.
3전 4기 끝에 꿈을 이룬 신민호 씨가 수험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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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호
학창 시절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악기 다루는 걸좋아해 기타를 쳤지만 음악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꿈을 찾지 못한 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해 봄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날 이후 손에서 공부를 놓았고, 기타만 잡았습니다. 상처 난 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기타 연주뿐이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뒤늦게 대학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결과는 불합격.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1년 후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내 앞가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음악을 포기하고 특전사에 지원했습니다.
입시 낙방 후 재수, 가정 형편 이유로 대학 포기
네 번째 도전 끝에 경찰관의 꿈 이뤄
군생활은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어요. 경호작전 등각종 훈련이 고됐지만 ‘할 수 있다’는도전정신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앞날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역하기 전 마지막 휴가 때 담당 행정보급관이 "휴가기간 동안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며 숙제를 내줬습니다. 문득 ‘경찰관’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경찰관은 어렵고 약한 이웃을 돕는 사람이었습니다.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솟구쳤습니다. 전역 후 수험생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비회사에 취업해 2년간 일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하고 영어 단어를 외웠어요. 틈틈이 ‘어떤 경찰관이 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수험생활 첫날, 중학교 이후로 손에서 놓았던 공부를 하려니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공부하려는 의욕이 넘쳤지만 공부하는 방법은 잘 몰랐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안 한 것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이 무척 후회됐습니다. 어릴 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목표가 생기니 공부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세 번 연속 경찰공무원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1차 필기시험통과 후 2차 체력평가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손목이 삐끗하면서 부어올랐습니다. 50점 만점에 35점. 남은 건 3차 면접뿐이었습니다. 평소 말주변이 없던 저로서는 면접 대비가 쉽지 않았지만, 면접 자세를 다듬고 예상 질문을 뽑아 진솔한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최종 발표날인 2015년 12월 24일, 저는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과 노력한 것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죠. 올해 6월 25일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5개월간 교육을 받은 저는 11월 18일자로 임용돼 현장실습에 임하고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중에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더 훌륭히 해낼 수 있습니다.
교사 우치갑 씨가 늦깎이 수험생인 제자 김진호 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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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갑
사랑하는 제자 진호야, 옛말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요즘 청춘들에겐 이 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나 보다. 뒤늦게 꿈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이들 중에 종종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려는 모습을 볼 때가 있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거친 네가 뒤늦게 야간대학에 진학한다는 말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만학도가 되는 진호야, 당당하길 바란다.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또렷이 남긴 위인들은 방황의 시간을 거쳤고, 이런 과정을 이겨내면서 한층 단단해졌단다.
입시 낙방 후 재수, 뒤늦은 도전에 박수와 응원
열심히 하면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것
꿈을 이루려면 수년간 도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1년 만에 꿈을 이루는 이가 있는가 하면 10년 만에 꿈을 이루는 이들도 있지. 인생에서 꿈을 늦게나마 이룰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기간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공부하고 일한다면 너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것이다. 다만 진정한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최면이 아니라 오직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거라.
직장인의 삶은 하루하루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이런 와중에 시작하는 학업은 너의 삶에 풍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피곤하고 고단하겠지만 꿈을 향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보람차게 보낸다면 네가 생각하는현실의 벽과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30여 년간 교직에서 학생들과 만나보니 인생은 자기와의 싸움이더구나.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업뿐 아니라 인생의 여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엄마 변주현 씨가 딸 예린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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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현
딸 예린아, 네가 대학 입학시험 2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한 이후 우리 집에는 새로운 금기어가 생겼단다. ‘합격자 발표’, ‘수시 결과’ 같은 단어들이지.
이제 수능시험을 무사히 치렀으니 이들 단어가 곧 금기어에서 해제되겠구나. 그건 예린이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겠지. 엄마는 예린이가 수험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이 무척 대견하고애달프단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지 옆에서 지켜봤으니 말이야. 딸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인생의 지혜
길은 많고 방법은 다양, 마지막까지 최선을
엄마가 예린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한 가지다. 지난 1년 수험생활 동안 경험했던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잊지 말라는 거야. 혼자 힘으로 대학 입시 2학기 수시에 지원할 대학을 찾아본 일, 면접을 위해 예상 질문을 뽑은 후 답변을 스스로 작성한 일, 낯선 지역에 소재한 대학을 찾아가기 위해 교통편을조사해 가는 법을 익힌 일, 면접을 보러 가는 와중에 차편을 놓쳐 발을 동동 구른 일…. 이 시행착오는 수능 점수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생활의 지혜가 될 거야. 실패 없는 성공은 무척 멋지고 대단하지만, 인생의 회오리에 휩쓸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단다.
중요한 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거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때 실패를 딛고 일어서게된단다. 엄마는 예린이가 공부만 잘하는 사람으로만 자라지 않길 바란다. 부딪혀 넘어지고 깨져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세상의 길은 많고, 방법은 다양하니까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예린이가 인생의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엄마가 기도할게.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