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선조들이 일제의 탄압에 맞서 태극기와 맨손으로 평화 시위를 벌였던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97주년이 되는 해다.
전국 각지에서는 3월 1일을 기점으로 세계 최초의 평화적 시위로 기록되고 있는 3·1 독립만세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만세운동 재현 행사와 체험 행사를 살펴보며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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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가 주최한 만세운동 재현과 거리행진.
국가보훈처, 69개 만세운동 행사 지원
국민의 나라 사랑 정신 함양 계기 마련
제97주년 3·1절을 맞아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나라 사랑 정신으로 계승하기 위한 3·1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2월 29일 부산의 '일신여학교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시작으로 6월까지 전국 57개 지역에서 개최된다.
국가보훈처는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를 비롯한 부산, 울산, 충남 천안시, 경북 영덕군, 제주 조천읍 등 전국 57개 지역에서 잇따라 개최되는 69개의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지원해 국민이 나라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순국선열의 애국혼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만세운동 재현 행사는 지역별 만세운동일을 전후해 2월 말부터 6월까지 지방문화원, 청년회의소,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 등 민간단체 주관으로 개최된다. 당시의 만세운동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공연, 체험 행사를 함께 열어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주민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문화축제로 거듭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3·1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는 1999년 제80주년 3·1절을 기념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며 "제97주년 3·1절인 올해는 전국 57개 지역이 참가하는 등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정신을 이어가는 대표적 독립 기념 행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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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리는 체험 행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재현
거리행진, 대동놀이, 태권도 공연, OX 퀴즈 등
서울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은 3월 1일 우리나라의 대표적 독립운동 현장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를 개최한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가득 채웠던 그날의 아픔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3·1 독립만세운동 재현 퍼포먼스' 사전 공연과 함께 독립문까지 거리행진을 한다.
'거리행진'은 초청된 애국지사 후손들의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 삼창으로 시작된다. 이어 독립만세 깃발과 대형 태극기를 선두에 세우고 김구, 유관순,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대형 초상화와 서대문형무소 투옥 독립운동가 5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캘리그래피 현수막이 그 뒤를 따르며 행렬을 이룬다. 이 행렬은 사물놀이패의 장단에 맞춰 이동하며, 독립문까지 거리행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만세를 외치며 일본 헌병과 대치해 그날의 함성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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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1운동 당시 일본 순사와 학생들의 복장을 보여주는 코스튬 플레이.
거리행진이 끝나면 농심줄을 꼬고 풀어보는 대동놀이(농민들이 즐기던 전통 집단놀이)를 펼치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한 관람객이 모두 하나 되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부터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태권도' 공연을 벌이며, 태권도 공연이 끝나면 3·1정신을 살려보고자 시민을 대상으로 독립만세 크게 외치기 대회와 독립운동사 OX 퀴즈를 진행한다.
이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는 관람객을 위한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먼저 서울·경기·강원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 5곳이 참여해 각 기념관의 대표 체험을 제공한다. 안성3·1운동기념관(안성)은 태극기 만세 가방 만들기, 의암유인석유적지(춘천)는 독립 손수건 만들기, 최용신기념관(안산)은 마음을 나누는 거울 만들기, 몽양여운형기념관(양평)은 여운형 선생 인형 만들기, 심산김창숙기념관(서울 서초)은 무궁화 꽃 만들기 무료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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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만세운동 재현과 애국지사 후손들의 독립선언서 낭독을 통해 3 · 1절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이 밖에도 재능 기부를 받아 독립운동가 분장하기, 독립운동가 복장 입어보기 등의 독립운동가 코스튬 플레이(시대나 인물을 나타내는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는 놀이 또는 행사)와 페이스페인팅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서대문구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희망의 빛을 안겨준 선열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가슴에 품고, '그날의 함성'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로구, 97년 전 만세 함성 재현
인사동, 종로, 보신각 등 거리축제 진행
서울 종로구는 3월 1일, 남인사마당 야외무대와 인사동 거리 일대에서 '3·1 만세의 날 거리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3·1운동의 발상지인 종로에서 시민과 함께 만세운동을 재현해봄으로써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다.
행사는 크게 식전행사(기념공연), 본행사(기념식, 태극기 물결 행진), 보신각 타종 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남인사마당 야외무대에서 극단 서라벌의 3·1절 기념 퍼포먼스 '광복이 오면'으로 시작되는 식전행사는 민족대표 33인을 소개하고 독립선언서 낭독, 역사어린이합창단의 3·1절 기념노래로 이어진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대형 태극기를 선두로 한 민족대표 33인과 3·1 만세운동 당시의 의상을 입은 청소년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손에 들고 있는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치는 태극기 물결 행진을 재현한다. 이 행렬은 남인사마당에서 출발해 종로2가 금강제화, YMCA 앞을 지나 보신각까지 약 0.6km를 30분 동안 행진하며 태극기로 온 종로거리가 물결치는 장관을 연출해 그날의 감동을 되새길 예정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3·1절 행사가 97년 전 우리 선조들의 강인한 독립정신을 느끼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애국선열의 정신을 추모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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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m에 달하는 900여 개의 태극기로 만든 태극기 터널을 지나는 시민들.
독립기념관, 참여형 문화 행사
소장자료 사진전 개최
독립기념관은 국민 참여형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독립기념관 누리집을 통해 모집한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대한독립만세 행진을 시작으로 그날의 함성과 감동을 느끼는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진행된다. 연이어 화합을 기원하는 1919명분의 비빔밥 행사, 국가 상징물을 주제로 하는 태극기 퍼포먼스 공연 및 국가상징 무용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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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참여형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독립기념관
체험 행사로는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태극기 바로 알기, 무궁화 볼펜 만들기와 룰렛으로 알아보는 역사 이야기, 역사 인물 배지 만들기가 준비돼 있다. 이 밖에도 110m에 달하는 900여 개의 태극기로 꾸민 3·1 태극기 터널과 대형 태극기 나무, 무궁화 꽃 포토존을 조성해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국민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독립기념관 제7전시관 특별기획 전시실에서는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일본제국주의, 그 야만의 기록-수탈과 탄압의 현장'을 주제로 소장자료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소장자료 사진전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인을 어떻게 탄압하고 학살·수탈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기념관은 "제97주년 3·1절을 맞아 다양한 문화 행사와 소장자료 사진전을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나라 사랑 정신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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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 자료 사진전에 공개될 사진. 강제 징병으로 입대하는 한국 청년들과 강제 징용된 한국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3·1절, 플래시몹을 즐기는 젊은이들
참여하고 즐기는 국경일 문화 정착 기대
2013년 3월 1일 서울 인사동 쌈지길.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홀로 서서 '아리랑'의 구슬픈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윽고 관중 사이에서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악기를 들고 나오더니 아리랑의 선율에 합류했고 이어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을 든 연주자들이 모여들어 이내 웅장하고 풍성한 '아리랑'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까지 등장했고, 한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합창단이 더해져 인사동 거리는 감동적인 아리랑 선율로 가득 찼다.
처음 오케스트라의 등장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은 혹여 방해가 될까봐 숨죽이며 이들을 바라봤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는가 하면 감격스러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 아리랑으로 시작한 공연은 애국가로 이어졌고, 지켜보던 사람들까지 합세해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 멋진 공연의 감동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수많은 관중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아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가 끝나고 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로 사라졌다.
이들의 공연은 바로 플래시몹(Flash Mob)!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정해 모인 뒤, 약속된 행동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흩어지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들의 플래시몹 동영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해질 정도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이렇게 멋진 아리랑과 애국가를 듣게 되다니 감격스럽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놀라운 건 플래시몹을 기획·제작한 사람들이 국내의 평범한 대학생들이라는 점이다. 9개 청년단체가 무일푼, 무보수로 시작해 작곡과 영상, 홍보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것.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는 이 청년들의 패기와 아름다운 도전 덕분에 '인사동의 아리랑'은 유튜브를 통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3·1절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은 다양한 형태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3·1절을 포함한 국경일에 플래시몹이 없어서는 안 될 축제의 꽃처럼 여겨지고 있다. 청년들이 한순간 모여들어 춤을 추면서 태극기를 휘날리는가 하면, 태극기의 모양이 그려진 옷을 입은 여학생들이 갑자기 모여들어 춤을 추고 '만세삼창'을 하면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들의 플래시몹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플래시몹을 통해 각자 원하는 메시지를 현수막이나 종이에 써서 관중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3·1운동은 97년 전 우리 선조들이 외세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단체로 거리로 뛰어나와 태극기를 흔든 평화 시위로,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최초의 '플래시몹'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나라 청년들은 과거와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플래시몹'을 재현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3·1절의 플래시몹. 이런 문화가 '쉬는 날'로 인식돼가는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이 함께 즐기는 날'로 거듭나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