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콜드브루(Cold Brew)’의 인기가 거세다. 올봄 H사에서 선보인 신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주요 커피 전문점에서도 올여름 주력상품으로 콜드브루를 베이스로 하는 커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젠 편의점에서도 콜드브루 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콜드브루’는 저온의 물로 천천히 추출하는 방식으로 얻은 액상커피로, 더치커피와 같은 뜻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이나 중국에선 더치커피로, 서구권에서는 ‘콜드브루’로 불려왔다.
콜드브루의 인기 요인은 색다른 맛과 계절의 특수성이다. 우선 액상커피의 특성상 아이스커피로 만들어 먹기 적합해 여름에 더 인기다. 게다가 콜드브루는 기존의 에스프레소 추출방식의 아메리카노보다 쓴맛이 덜하고 텁텁한 맛이 없으며, 부드러우면서 원두향이 살아 있다.
바리스타 김숙희 카페 파젠다 대표는 “콜드브루에는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방식에서는 나올 수 없는 독특한 향이 있다”면서 “원두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자연 가공방식의 단일 품종 커피를 콜드브루 방식으로 내리면 커피인지 와인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꽃향기나 과일 향이 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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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드브루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커피라 ‘천사의 눈물’이라는 애칭을 갖고있다.
더치커피와 같은 뜻, 맛과 질에서는 차별화
장시간 추출 세균 노출 가능성, 카페인 함량 높아 주의해야
콜드브루의 인기 요인으로, 고급화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김숙희 대표는 “기존의 더치커피를 새로운 형태로 상품화한 마케팅의 힘”이라고 평가한다. 맛과 질에서 차별화해 ‘기존 커피와 다르다’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하루 평균 10만 병가량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고 있는 H사의 제품은 2015년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를 내세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혔다. 제품 겉면에 원두 로스팅 일자를 큼직하게 표기하고 유통기간도 로스팅 후 단 10일로 정하는 등 유제품처럼 신선도를 강조했다. 카페라테와 아메리치노, 앰플 세 가지 종류로 출시하고 있는데, 앰플의 경우 에스프레소 원액처럼 카페라테와 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커피를 자유롭게 제조해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에 팝업스토어도 오픈했다.
커피 전문점 S는 한정 판매를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웠다. 업체는 “각 매장에서 약 14시간 동안 직접 추출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한정된 양만을 판매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덕분에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의 경우 매진 사례를 빚기도 한다. 기존의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보다 400원가량 비싸지만 선호도가 높다.
편의점 C가 자체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제품은 원두의 차별화와 간편성을 내세워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이 100% 이상 급증했다. 이 커피는 100% 아라비카 등급의 콜롬비아 원두와 탄자니아 원두를 7 : 3의 비율로 블랜딩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치커피에서 콜드브루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나 추출방식의 변화(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점전식에서 침출식으로)도 있지만, 위생 논란이 가장 크다. 올해 2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더치커피 30개 제품에 대한 세균 검출시험을 한 결과 3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9900배에 달하는 세균이 발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실온에서 장시간 추출과 숙성 과정을 거치는 더치커피는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사는 “입자를 얇게 하는 초임계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해 위생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S사는 “문제가 됐던 방식이 아닌 침출식으로 커피를 우려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우려해야 할 점은 고함량의 카페인이다. 그동안 더치커피는 카페인이 에스프레소나 핸드드립 방식보다 적다고 알려져왔으나 오히려 이보다 많았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 형태의 더치커피에는 아메리카노(0.4㎎/㎖)보다 4배 많은 카페인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숙희 대표는 “추출된 콜드브루 원액의 경우 보관기간이 길고 자유롭게 응용해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콜드브루 커피를 고를 때 얼마나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드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원두를 고를 수 있다면 본인이 선호하는 원두의 품종을 선택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콜드브루 제대로 즐기는 방법
콜드브루 하나면 우리 집이 카페가 된다!
초간단 콜드브루 제조법
시중에 콜드브루용 기구가 여러 종류 출시돼 있지만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도 콜드브루를 제조할 수 있다.
| 재료 | 원두, 물
① 원두는 핸드드립용보다 가늘게, 에스프레소용보다는 굵게 갈아 준비한다.
② 페트병은 깨끗이 세척한다.
③ 페트병에 가루 원두와 물을 넣고 흔든다.
④ ③을 냉장고에 8~10시간 정도 넣어둔다. 보통 저녁에 만들어서 다음 날 아침에 꺼내면 적당하다.
⑤ ④를 커피필터에 여과시켜 커피 가루를 걸러낸다.
⑥ ⑤를 병에 담아 하루나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더 맛있다.
콜드브루 아메리카노
콜드브루를 가장 간편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콜드브루는 에스프레소보다 맛이 부드럽기 때문에 시럽이나 설탕은 안 넣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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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콜드브루, 얼음, 물
①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을 담는다.
② 콜드브루를 반쯤 붓는다.
③ 물을 넣어가면서 개인의 입맛에 맞게 농도를 조절한다.
tip 진한 커피를 원하는 경우에는 얼음과 콜드브루만 넣는다. 따뜻한 커피를 원한다면 콜드브루에 뜨거운 물만 붓자.
콜드브루 카푸치노
우유에 콜드브루를 넣어 카페라테를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여기에 우유 거품과 시나몬 가루를 뿌린다면 멋진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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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우유, 콜드브루, 얼음, 시나몬 가루 약간
① 프렌치프레스나 거품기로 우유 거품을 내서 준비한다.
②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을 넣는다.
③ ②에 우유, 콜드브루 순서로 부어준다. 우유와 콜드브루의 비율은 기호에 따라 조절한다.
④ ③에 우유 거품을 스푼으로 얹는다.
⑤ 시나몬 가루를 뿌려준다.
tip 사진처럼 층을 내고 싶다면, 우유와 거품을 순서대로 넣고, 콜드브루를 맨 나중에 붓자. 우유와 거품 사이에 커피가 스며들어 층이 생긴다.
아이스 아포가토
아포카토는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넣어 만드는 디저트다. 여기에 에스프레소 대신 콜드브루를 사용하면 아이스크림이 덜 녹아 더운 여름에 먹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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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바닐라 아이스크림, 콜드브루, 초콜릿 시럽 약간
① 유리 볼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담는다.
② 아이스크림 위에 콜드브루를 붓는다.
③ 기호에 따라 초콜릿 시럽을 뿌린다.
글 · 두경아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도움말 · 김숙희(바리스타·카페 파젠다 대표) / 사진 · 지호영 기자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