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산책하다 신록이 춤을 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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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에 신록을 품에 안다.’
보통 늦은 봄쯤 새로 난 나뭇잎의 연한 초록빛을 신록(新綠)이라 한다. 7, 8월이 되면 그 초록의 잎들이 무성해져 유난히 짙게 보인다고 해서 녹음(綠陰)이라고 표현한다. 국립공원의 신록은 1년 중 5월
초에서 중순까지 연둣빛 풍경을 연출한다. 현재 전국이 빠르게 신록으로 물들어가고 있고, 설악산과 오대산 등 북부권은 5월 중순 이후에 신록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5월 관광주간과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국립공원의 숲길에서 신록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국립공원 숲길 50선’을 선정했다. 이번에 50선에 선정된 신록 숲길은 경
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거나 계곡을 끼고 있는 풍광이 아름다운 코스들이며, 2시간 정도 산책하기에 좋은 곳들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담당 김주원 계장은 숲길 50선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산에 가면 무조건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탐방 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산에 오르는 것을 힘들어한다”면서 “그래서 정상 탐방 문화를 분산하고, 산행을 즐기자는 취지로 숲길 50선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록 숲길 50선은 초등학교 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가 쉽게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신록 숲길 50선은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산과 산 사이를 잇는 계곡을 따라 걷는 ‘계곡길’,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문화길’,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떠날 수 있는 ‘산책길’,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숲길’, 능선을 따라 하늘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하늘길’,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해안길’이 있다. <위클리공감>은 독자들이 이 6가지의 유형 중 자신의 성향에 맞는 코스를
골라 행복 여행길을 떠날 수 있도록 소개한다.
▷▷ 주왕산 대전사
계곡길
기암괴석과 시원한 폭포의 조화
사계절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설악산은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 무척 많은 곳이다. 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를 잇는 계곡길은 거리 5.2km, 걸어서 편도 2시간 30분이 걸리는 곳으로
설악산의 대표적인 계곡길이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감상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마음까지 맑아지는 산책 코스다. 설악산의 또 다른 계곡길은 오색약수~금강문~용소폭포를 잇는
곳으로 거리 3.2km, 편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 제2의 천불동계곡으로 불릴 정도로 남설악 중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으로 손꼽히는 코스다. 걷는 길에는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가 있어 갈
증도 달랠 수 있다.
중국에서 주왕이 이곳으로 피신해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주왕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주왕산의 대표 코스인 이곳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가는 평탄한 탐방로이며,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만나는 용추폭포와 절구폭포, 용연폭포 등이 장관을 이룬다. 계곡 주변에는연화굴, 무장굴, 청학과 백학이 머물렀다는 학소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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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소리길
문화길
천년고도 신라의 옛길을 걷다
문화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신라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경주의 옛길이다. 이 길은 삼릉~삼선암~금오봉을 따라 걷는 곳이다. 거리는 총 2.1km이며, 소요시간은 편도 1시간 20분이다. 삼릉
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무덤이다. 세 왕의 무덤보다 더 유명한 것은 주변의 소나무 숲길이다. 왕에 대한 충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무덤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있는 듯한 소나무
들의 모습이 관람 포인트. 이 밖에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666호), 선각육존불, 목 없는 불상으로 유명한 석조여래좌상 등 많은 문화재들이 산책 코스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초·중·고 학생들의 역사
산책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경주의 또 다른 문화길은 염불사지~칠불암~신선암을 잇는 길이다. 거리 1.7km에 소요 시간은 편도 1시간 20분. 국보 제312호로 지정된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8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신선암마애보살반가상 등 많은 문화재와 신비한 기암괴석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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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하늘길
발아래 구름바다, 지리산 노고단
하늘길 가운데 최고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지리산 노고단이다. 성삼재~노고단을 잇는 하늘길은 거리 3.4km, 편도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 길은 평지에서 보기 힘든 고산지대의 다양한 식물과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노고단 운해도 빼놓을 수 없다. 성삼재휴게소와 무넹기를 경유해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흙, 모래, 자갈이 섞인 넓고 평탄한 탐방로여서 남
녀노소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장점.
지리산의 또 다른 하늘길은 정령치~정령치 습지 코스다. 거리0.8km에 편도 50분이 걸리는 곳이다. 천왕봉에서 반야봉에 이르는 주능선과 함께 지리산의 자연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자연관찰로가 조성돼 가벼운 마음으로 탐방이 가능하다. 절벽을 이루는 바위에 여러 부처의 모습을 새긴 보물 제1123호 남원 개령암지 마애불상군과 지리산 고산습지 중 하나인 정령치 습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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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해안길
해안길
곰솔림과 어우러진 해안의 비경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씻어 내릴 수 있는 해안길 중에서는 태안의 해안길이 으뜸이다. 몽산포~달산포해변~청포대를 잇는 태안 해안길은 거리 4km로 편도 2시간이 소요되는 길이다. 해송이 빽빽이 들어찬 곰솔림에 수북이 쌓인 솔잎의 푹신한 감촉과 향긋한 솔 내음을 맡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염습지)에서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해안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삼봉~기지포탐방지원센터~두여전망대 코스는 거리 4.8km에 편도 2시간 30분 걸린다. 이곳은 빼곡하게 들어찬 푸른 곰솔림에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독특한 습곡지형이 내려다 보이는 두여전망대와 우리나라 3대 낙조 장소로 꼽히는 할미, 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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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쌍둥이전망대
산책길
서울의 쉼터,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의 대표적인 산책길은 우이령길 입구~솔밭근린공원을 잇는길이다. 거리는 3.1km, 편도 기준 1시간 30분 걸린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 양주시를 있는 우이령길은 소나무, 물푸레나무, 국수
나무, 쪽동백나무, 상수리나무 등 수많은 수목들이 신록의 잎을 활짝 펼친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가 빼곡하며 길이 넓고 완만해 산책하기에 좋고, 강렬한 송진 향이 온몸을 감싸 상쾌함까지 느껴진다.
북한산 우이령길은 지난 4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지역으로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생태계 보전이 우수한 곳이다. 이에 하루에 탐방할 수 있는 인원은 1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 중 도봉옛길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신록 숲길이다. 도봉탐방지원센터~쌍둥이전망대를 잇는 길로, 거리 1.9km에 편도 1시간이 소요된다.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무장애 탐방로는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편한 길로 탐방로 종점에 위치한 전망데크에서 선인봉과 도봉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내장산 비자나무림길
숲길
피톤치드 가득한 숲 체험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숲길은 숲의 80%가 낙엽활엽수여서 울창한 신록 숲길을 만들어낸다. 단풍나무와 신갈나무에서 한창 돋아나는 새 잎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조용하고 아늑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전남대 수련원~제1교량으로 이어지는 내장산 숲길은 거리 3km를 편도 1시간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 장성호와 황룡강 발원지인 남창계곡을 따라 갓바위를 향해 걷다 보면 피톤치드 향기가 솔솔 나오는 삼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오대산의 월정사~상원사를 잇는 숲길도 빠뜨리면 안 되는 명소다. 거리 9km, 편도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이곳은 전나무와 금강송이 내뿜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와 나무다리, 섶다리를 건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오대산 일주문~월정사로 이어지는 0.9km, 편도 30분 안팎 걸리는 전나무 숲길도 유명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전나무 숲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나무의 향기가 그윽한 숲의 끝에 월정사가 있어 고즈넉한 사찰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걷고 싶은 힐링 숲길 50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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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