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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네!”
서울시 용산구 이촌1동에 위치한 원유치원. 최진자(66) 할머니가 교실에 들어서자 30여 명의 어린이들이 주위로 빙 둘러앉았다. ‘이야기 할머니’로 불리는 최 할머니는 매주 유치원을 방문해 4~7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최 할머니는 “이야기 할머니 입에서는 재밌는 이야기가 나와요”라며 “호랑이를 물리친 강감찬 장군에 대해 들어볼까요?”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어린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됐다. 최 할머니는 직접 준비해온 그림 자료를 펼쳐보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감찬 장군은 어릴 적 키가 매우 작았어요. 마을 어른들이 놀리자 강감찬 장군은 하늘에 기도를 드렸어요. 열심히 공부한 강감찬 장군은 한양의 판관이 됐어요….”
이야기를 듣던 어린이들은 궁금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바로 최 할머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진자 할머니가 이야기 할머니 일을 하게 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에 뽑히면서부터다. 이야기 할머니는 유치원 등 유아교육기관에 파견되어 선현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 56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68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수하게 한 뒤 1주일에 3회씩 유아교육기관에서 1년간 활동한다.
이 사업은 과거 조부모들이 손자·손녀들을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인성교육을 콘셉트로 했다. 유아와 조손 세대간 소통을 통해 어린 시절 인성 함양을 돕는다는 취지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2009년 대구·경북권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영남과 서울 지역으로, 지난해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2009년 30명으로 시작한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올해 94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전국 2,800여 개 유아교육기관에서 1년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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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께 갖춰야 할 예의범절 배워
이야기 할머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원유치원 이미진 교사는 “이야기 할머니 시간을 기다리는 원생들이 많다”며 “이야기 할머니를 통해 어른들께 갖춰야 할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박린하(6)양은 “이야기 할머니가 해주시는 동화 이야기가 정말 재밌다”며 “할머니가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봉사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이 실시한 ‘2012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수요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63명의 할머니들 중 95.6퍼센트가 만족해했다. 관찰조사에 포함된 유아 58명의 만족도도 91.5퍼센트에 달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팀 김미주 연구원은 “이야기 할머니를 한 번 하신 분들은 지속적으로 할 만큼 높은 열의를 보였다”며 “교육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직업이 없으신 분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어린이들 교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로 뽑히면 1회 파견수당과 함께 월례교육과 현장실습교육, 심화교육을 받는다. 김 연구원은 “할머니들이 전달하는 이야기는 일반 위인전이나 전래동화가 아닌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옛 선조들의 일기류를 통해 발굴한 새로운 이야기”라며 “1년 계획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이야기에 할머니들만의 독창적인 수업 방법이 더해져 친근한 수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올해 선발 기수인 5기 모집을 마감했다. 600명 선발에 2,611명이 지원해 4.4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최종 합격된 할머니들은 7개월여 전문 양성교육을 받은 뒤 내년부터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한다.
글·김슬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 홈페이지 www.koreastudy.or.kr
문의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팀 ☎ 054-851-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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