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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 4층의 사무실 앞에 붙은 파란색 아크릴판이 반짝인다. 시범운영 중인 서울관악경찰서의 ‘성폭력 전담수사팀’이다. 경찰청은 지난 5월 27일부터 서울 관악경찰서와 경북 구미경찰서 두 곳을 시범운영 경찰서로 선정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여러 대책을 적용하고 있다.
‘성폭력 전담수사팀’은 현재 여성청소년·형사로 이원화되어 있는 일반 성폭력 수사 시스템을 개선해 통합·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오전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아쉽게도 수사팀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정열 여성청소년과장은 “성폭력 전담수사팀의 역할은 그간 형사들이 성폭력 범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맡고, 여성청소년과의 여경이 피해자의 진술을 듣고 보호·지원하던 각각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통합수사의 첫 번째 장점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 강화”라고 말했다. “피의자 조사와 피해자 진술을 같은 팀에서 받으니 불필요한 과정을 줄일 수 있고 피해자가 보다 마음이 안정된 상황, 장소에서 진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피해자 진술과 현장 증거, 목격자 진술 등을 일시에 취합하게 되어 범죄수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요.”
성폭력 전담수사팀은 올 연말까지 시범운영을 하면서 사건 접수에서 종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 고민 등을 기록해 2015년부터 전국의 경찰서가 운영할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위한 매뉴얼 자료도 만든다.
시범운영 한 달 동안 이곳에 접수된 성폭력 사건은 모두 4건. 관악구는 유흥가가 밀집되어 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성폭력 범죄가 많은 편이다.
성폭력 전담수사팀은 성폭력 범죄발생 예방 활동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성폭력 우범자에 대한 통합 관리와 함께 성폭력 피해 고위험군(재가 지적장애 여성, 조부모 가정 아동, 특수학교 학생 등)에 대한 보호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내 전문가, 지역주민 등과 함께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지역을 ‘성폭력 범죄 특별관리구역’으로 운영해 성폭력 피해를 가시적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성폭력 전담수사팀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월 지방경찰청 내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신설되면서부터다. 전국 지방경찰청에 16개 조직 200여 명 규모로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신설돼 아동·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이렇게 강화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1순위로 ‘성폭력 발생 시 신속대응시스템 개선(38.6퍼센트)’을 꼽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2012년 여성정책수요조사, 여성가족부).
정부는 지난 6월 21일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11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이 대책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앞으로 박근혜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대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 친고죄 폐지 등 성범죄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 관련 5개 법률이 지난 6월 19일부터 일제히 개정·시행되었다. 여성이 좀더 안전한 사회가 구현되고 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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