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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2번 출구에서 300미터쯤 직진하다 오른쪽 골목으로 방향을 튼다. 조금 가다 보면 염리동 주민센터가 보인다. 주민센터에서 100미터가량 가다 좌회전하면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 나온다. 3년째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전국적으로 31개 단체 가운데 이 사업에 참여한 지 만 2년 이상 된 단체는 우‘ 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을 비롯해 10개이다.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곽희철(42)·윤성일(40) 이사를 9월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조합의 ‘다목적 공간’에서 만났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자 카페이며, 강의실이다. 공간 한편은 주민들이 기증한 물품들의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은 낮에 집을 비우는 사람들을 위한 택배 보관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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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 지역민들에게 가장 다가가기 쉬운 문화를 매개로 정을 회복하자는 데 공감하게 됐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은 얼마나 되나요?
“‘나무그늘’이 주최하는 축제와 함께하는 단체가 숭문중학교 등 15개쯤 됩니다. ‘나무그늘’의 조합원은 130여 명, 그 가운데 마포구민은 절반가량 될 겁니다.”
2012년 7월부터 사업에 동참했으니 만 2년이 넘었습니다. 보람이나 성과가 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조합에서 개설한 강좌가 끝난 이후로도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축제인 ‘달빛시장’에서 도자기를 판매한 수익금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여든 살 넘은 어르신이 계세요.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 살기 때문에 혼자 거주하시는 거죠. 이 어르신이 도자기 만들기 강좌에 나오시면서 웃음을 되찾으셨어요. 손수 만드신 도자기를 자녀들에게 보내주신 뒤로 가족관계도 원만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곽 이사와 윤 이사는 15년 지기다. 신촌에서 함께 대학을 다닌 두 사람은 졸업 후에는 지역공동체사업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대학시절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만 20년째 살다 보니 웬만한 집은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이나 정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잖아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이웃간에 정만 있다면 갈등 같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잖아요?”
글·최경호/사진·김상호 기자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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