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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마쓰리(축제)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1년 내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마을 단위로 크고 작은 마쓰리가 이어진다. 마쓰리는 풍작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대의 제의(祭儀)에 유래를 두고 있다. 일정한 날을 잡아 마을의 수호신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며 여러 가지 제물과 장식물을 꾸며놓는다.
마을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연극판을 벌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신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마쓰리를 연다고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놀이가 있는 마쓰리는 그동안 소원했던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우의를 나누는, 즉 문화를 매개로 한 축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농어촌의 마쓰리와 도시의 마쓰리는 기원하는 내용이나 섬기는 신의 성격은 다르지만 신을 즐겁게 하고 신과 인간이 교류하며, 참가자들의 공동체 의식을 드높인다는 점은 같다.
마쓰리에 쓰이는 제물이나 장식물을 함께 모여서 만들고, 마쓰리가 다가오면 연주할 음악이나 연극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예를 들어 매년 7월에 교토의 상점가에서 열리는 ‘기온 마쓰리’는 각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수레를 끌고 시가를 행진하는데, 마을 사람 전체가 하나가 되는 대대적인 축제로 유명하다.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를 위한 문화예술활동
축제에서 축제 참여자 즉 마을 사람들은 함께 장식물을 만들고, 음악을 준비하는 동안 역할을 분담하며 서로 조화를 이뤄가는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를 위한’ 문화예술활동이라는 측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사회 양극화,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이웃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소외계층의 상대적·심리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예술을 매개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다. 문화소외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마을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공동체 회복은 주민들 간의 소통 부재나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수단이다. 주민들이 회사·학교·가정 등 일상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을 매개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금샘마을공동체’는 아빠와 자녀들이 각각 밴드를 만들어 연주 실력을 겨룬다. 서울 성북구의 ‘함께하는 성북마을 문화학교’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강사로 양성해 요리교실을 운영한다. 경기 광주의 ‘너른고을생협’은 지역 생산물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전액 청소년센터에 기부한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공동체 안에서 주민 누구나 설계자·기획자·활동가·예술가가 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교토의 기온마쓰리를 넘는 한국만의 문화예술공동체 탄생을 기대한다.
글·박전열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객원교수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