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현주(40) 생활연구소 대표는 “당시 카카오 이모티콘의 유료 사업 모델 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나름 성공적으로 유료 모델을 론칭해 사내에서 신임을 얻고 있었다”며 “새로운 프로젝트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O2O 모델을 찾던 중 청소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 연현주 대표는 “전화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사도우미를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C영상미디어
연 대표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들의 성향과 요구를 파악했다. 기존 인력중개소를 통한 가사도우미 매칭의 문제점을 파악해보니 영세업체를 죽이는 사업이라기보다 고객과 매니저(가사도우미)가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는 고객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선결제하고, 가사도우미는 비용 지불이 전혀 없는 세련된 사업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특히 카카오에서 청소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향후 파급력을 분석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출시만 되면 카카오택시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난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별안간 서비스 출시 자체가 백지화됐다.
더구나 대리운전 업계를 비롯한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과의 갈등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O2O 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했다. 우선 기존에 준비 중인 O2O 프로젝트 5개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연 대표가 준비하고 있던 청소 O2O 서비스도 도미노처럼 직격탄을 맞았다.
연 대표는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이 아까워 회사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퇴사를 결정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만큼은 상용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업 결심을 한 연 대표는 즉각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찾아갔다. 연 대표는 김 의장에게 청소 아이템을 활용해 창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의장은 “원하는 사내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이든 맡기고 지원하겠다”며 재고를 권유했으나, 연 대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김 의장은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10억 원을 투자하며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 대표는 1년 6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홈클리닝 멤버 6명과 함께 2016년 말 카카오를 퇴사했고, 이듬해 3월 ‘청소연구소’를 창업했다.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집안 청소 예약
연 대표는 “보통 플랫폼 사업하는 분들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빠르게 매칭하는 데만 신경 쓰는데,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청소연구소 서비스는 우버, 카카오택시처럼 인스턴트 매칭이 아니라 아이 돌봄까지 염두에 두고 고객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려고 만든 플랫폼”이라고 했다.
“서비스의 표준화가 중요해요. 어렵거나 과하게 만든다면 공급자가 없을뿐더러 플랫폼을 떠나게 됩니다. ‘고객이 시키는 거 다 하라’며 도우미와 고객이 알아서 하라는 업체도 있는데, 우린 그런 것들을 차단합니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는 매니저들을 아프고 다치고 힘들게 해요. 우리 플랫폼은 일을 한정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고객이 원하는 선을 만들어요. 그 모델을 만드는 역할이 플랫폼이고 플랫폼이 ‘룰 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연 대표는 직접 현장에도 간다. 그는 “얼마 전 현장에 도우미로 나갔는데 고객이 깜박하고 외출해 문을 안 열어줬다”며 “무작정 매니저가 고객을 기다리지 않게끔 리스크 관리나 업무 룰을 만들어 합리적으로 매니지먼트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매니저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 1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생활연구소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청소연구소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앞치마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연현주 대표. 생활연구소는 11명의 직원들이 회원 6만 명, 2200명의 매니저(가사도우미)를 보유한 앱 기반 청소중개서비스 ‘청소연구소’를 총괄 관리한다. 2 청소연구소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요청하면, 전문 교육을 받은 매니저가 방문해 청소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연합
연 대표는 휴대전화에 청소중개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청소연구소’를 실제로 설치하며 설명해주었다. 구글스토어에서 ‘청소연구소’를 입력해 앱을 실행하자, 눈을 시원하게 하는 하늘색 화면이 나타나며, ‘무더위 업무 중 선풍기(에어콘) 부탁드려요~’, ‘칭찬뱃지는 매니저도 춤추게 합니다~’, ‘서비스 지역은 서울, 경기도 성남/부천시, 인천시 일부입니다’ 등의 안내문이 나타났다.
집안 청소를 위해 매니저를 부르는 모드를 시행해보았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동호수와 아파트 평형(115㎡)을 선택하고, 희망 청소시간(오전 9시 30부터 오후 2시)을 클릭하자, ‘4시간 30분에 59,400원 예상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진공청소기, 막대걸래, 고무장갑, 걸레, 세제, 수세미, 쓰레기봉투 등 청소도구를 고객에게 미리 준비하라는 안내문이 나타났고, 결제창에서 결제를 마치면 매니저가 예약되는 방식이다.
청소연구소는 청소 매니저와 고객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매칭만 시켜주는 기존 청소 O2O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매니저 희망자가 청소연구소의 매니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록신청을 하면, 신원 확인, 건강 확인, 인성면접, 이론교육, 실습교육, 보험 가입 등 6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채용한다. 선발된 매니저들은 서울 시내 5개 교육장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1회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실제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매뉴얼 과정에 따라 체계적으로 보호와 관리를 받는다.
연 대표는 “이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서 포지셔닝이 안 됐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근원을 따져보니 매니저들이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본인들이 전문교육을 받았다거나 직업의식이 없어 스스로 콤플렉스를 느끼다 보니 고객과 일하면서 마찰과 컴플레인이 발생한 거죠. 교육을 통해 ‘내가 전문가고, 교육받았고, 회사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가사도우미 일이 전문직이고 떳떳하다는 것과 자존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주머니, 도우미, 이모라고 불렀던 고객들이 지금은 대체로 매니저라고 부르고 있어요.”
연 대표는 “모든 매니저에겐 자체 청소도구, 앞치마 등을 제공해 소속감을 높였다”며 “청소시간, 서비스 범위 등을 명확하게 정해 청소 작업의 효율성도 극대화했고, 작업 도중 파손되는 기물에 대해 보험처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작업 지시에는 명확히 거부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존 서비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매니저 리포팅을 통해 들어보니, 20평형대 아파트라고 한 곳이 100평이었다거나, 개가 30마리나 우글거리는 곳, 시체가 나올 것 같은 빈집, 쓰레기 더미인 집,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라는 집도 있었습니다. 극소수이지만 이런 ‘진상고객’ 케이스가 나오면 매니저들에게 즉각 거절하도록 했어요. 청소연구소는 고객뿐 아니라 매니저를 위한 별도의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어 매니저들도 앱을 통해 자신의 스케줄 관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청소연구소의 매니저 관리는 체계적이고 엄격하다. 고객들의 리포팅을 통해 불만사항이 누적, 접수되는 매니저는 재교육을 거치게 하고, 효과가 없을 때는 전체 매니저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시스템을 차단하는 ‘방출조치’를 한다.
시간당 시급은 1만 2000원
청소연구소는 전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매니저 육성과 지원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월 120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교통비와 식대 명목으로 월 10만 원의 업무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인센티브 정책을 바탕으로 현재 2200명 수준인 매니저 수를 1만 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 대표는 “청소연구소의 시급은 정부의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뛰어넘은 시간당 1만 2000원 수준으로, 고객이나 매니저들에게 합리적인 금액”이라며 “매니저들의 임금은 일을 마무리하면 즉각 통장으로 입금하고 있고, 수입은 월 100~3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청소중개서비스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은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아 생계중심형이지만, 점차 자녀들의 교육을 마친 고학력 50대 이상 여성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또 “가사돌봄서비스는 살림을 해본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30세에서 65세에 해당하는 여성 지원자들을 매니저 교육을 통해 정식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연구소는 매니저를 100% 한국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연 대표는 “청소연구소는 합법적으로 성남시에 등록한 유료 직업소개업자로, 외국인(중국인)을 소개하면 불법”이라며 “중국인 중 영주권 있는 비자 소유자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가능한데, 이것은 사회 경력이 없는 주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연 대표는 “이용 고객은 추정치로 전체의 약 50%가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고, 나머지 50%가 1인 가구”라며 “가사도우미 하면 ‘양평댁’ 등 큰 저택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8평, 10평 등 원룸에 사는 1인 가구 직장인들이 앱으로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청소연구소의 재구매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자사 데이터에서 1회 이상 고객들 중 2회 이상 구매고객 데이터를 계산해보면 재구매율이 80%나 돼요. 1회 구매한 고객들 중 기간 내 80%가 2회 이상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해요. 한 번 이용하면 끊을 수 없어요. 청소라는 것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상품은 질리기도 하지만, 청소서비스는 아무리 치워도 계속 더러워지죠. 특히 평균적으로 주 1회 고객이 가장 많습니다.”
생활연구소는 서비스 지역을 확장 중이다. 현재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천, 경기도권, 부산 등 대도시 중심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월 30%씩 성장 중인데, 업계에서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활연구소는 ‘종합 홈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청소뿐만 아니라 실버케어, 베이비시터, 펫시터 등 다양한 범위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청소연구소 운영으로 노하우가 쌓인 만큼, 연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연 대표는 “현재 청소연구소의 재사용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서비스 품질 면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