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없어요.”
지난 8월 13일 서울 서초구 ‘놀담’ 사무실에서 만난 문미성(24) 대표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던 추억을 생각하며 창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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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놀담’은 ‘놀이’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도담도담’을 합쳐 만든 이름. 학부모가 놀이 돌봄을 신청하면 대학생 시터를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기업이다. 대학생 놀이시터 방문 서비스로, 놀담 애플리케이션에 회원 가입 후 원하는 놀이 지역과 시간 등을 입력하면 지역 기반으로 적합한 선생님을 연결해준다. 선생님으로 등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에서 프로필을 입력하면 된다.
18개월부터 열 살까지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2016년 8월 출시한 이래 현재 1만 5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꾸준히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성장해왔다.
선생님들은 유아교육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다. 서면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하며, 이후 기본 교육 과정인 ‘씨앗교육’을 수료해야 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다. 경력이 쌓이면 고급 교육 과정인 ‘새싹교육’도 제공된다. 놀담에 등록된 대학생 놀이시터는 3200명 정도다.
문 대표는 “열세 살 어린 동생이 있는데 동생 친구들과 함께 놀아주던 동네의 큰 언니 역할을 했다”며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이런 놀이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방문놀이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문 대표 스스로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배우며 회사를 발전시켰다. 그는 “사업 초기 놀이시터로 활동하면서 대학생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조금씩 알게 됐다”며 “그때 배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놀이 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놀이’가 무엇인지를 수없이 고민한다. 문 대표는 “우리 어릴 때는 많이 뛰어놀았는데, 요즘은 그런 놀이 문화가 끊어졌다”며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모래나 돌을 가지고 공터에서 놀이도 하고 그 속에서 친구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놀면서 사회성을 배운 것이죠. 요즘은 이러한 놀이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놀이로 사회성 길러야
놀이는 다양하다. 놀담은 획일화된 놀이를 정하지 않고, 아이가 가장 원하는 놀이를 제공하려 한다. 다만 연령별 맞춤 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6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휴지심, 수건, 포스트잇, 풍선 등을 활용한 소재 중심의 놀이를, 7세부터는 경쟁과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목적 지향적인 놀이를 제공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으로 사고파는 놀이’는 지양하고 진정성 있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문 대표는 “단순히 어떤 교구를 갖고 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놀이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이가 놀이 자체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령 냄새를 맡는 등 자신의 감각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아이에게는 그에 맞는 놀이를 찾아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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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놀담
이러한 서비스는 아이가 외동이라 사회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부모나, 퇴근 시간 동안 아이를 기다리게 하기 미안했던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문 대표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뚜렷한 대안이 없어 학원에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놀담은 획일화된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의 주도성에 초점을 맞춘 유연한 놀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경영 수업을 비롯해 팀 프로젝트를 하다가 2014년 휴학과 동시에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사회적기업, 즉 소셜벤처에 뛰어들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창업 사관학교를 수료하고, 연세대 창업지원단과 사회적기업진흥원 등으로부터 육성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금씩 사업의 윤곽을 맞춰나갔다.
사회적 문제 고민에서 시작한 청년창업
지난 창업 과정을 통해 문 대표는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작은 기업이다 보니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데서 오는 경험이 쌓여갔다.
“스마트폰 앱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리뉴얼을 수차례 해야 했어요. 좋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물론 그런 지난한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요.”
젊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라 사회적기업으로서 목표도 분명하다.
“평소에 생각했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일을 찾다가 팀원들이 맞벌이 부모에게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맞벌이 부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청소’ 아이템이 나왔어요. 그래서 어느 어머니 한 분에게 문의를 했는데, ‘대학생이 무슨 청소냐. 그냥 아이와 놀아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바로 그 순간 ‘대학생 놀이시터’ 아이템을 생각하게 된 거죠.”
무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템이라 사업을 발전시키면서 그 생각은 더 강해졌다. 향후 ‘놀담’을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문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돌봄서비스는 나라 차원의 도움이 필요해요.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 함께 놀아주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아동 중심의 놀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놀이 하면 떠오르는 기업, 제대로 놀 줄 아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놀이는 즐거움, 자발성, 주도성을 갖춘 놀이다. 즐거운 놀이는 놀이시터도 아이와 함께 즐거워해야 하고, 이러한 놀이에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학생 시터가 단순히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람과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