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보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카메라 각도의 촬영장면이 종종 나온다. 바로 드론(Drone)을 이용한 항공촬영 장면이다.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찍은 그리스와 스페인의 해변 마을들은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더해준다. 이처럼 드론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현장감을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장비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항공촬영용 드론을 방송에 활용한 1세대 유저 가운데 한 사람이 안정철 드론텍 대표다. 20대에 프로카레이서로 국내 챔피언까지 올랐던 그는 자동차 전문방송 PD가 되면서 드론의 매력에 푹 빠져 사업가로 변신했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드론 전문기업 드론텍은 인명구조용 ‘헬프드론’, 농약살포용 ‘팜가드’를 제작하고 있다.
“카레이싱 중계 초창기에는 항공촬영을 위해 헬기를 임대해 촬영했어요. 500만 원을 주고 1시간 동안 촬영해도 10분 방송 분량이 안 나왔죠. 헬기는 원하는 앵글로 자유롭게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영국에서 러시아제 쿼드콥터(날개가 4개 달린 헬리콥터)를 도입해 쓰레기 투기 단속에 투입한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순간 쿼드콥터로 촬영하면 더 생동감 있는 영상을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곧바로 접이식 항공촬영용 드론을 제작했습니다.”
“최고 기술력으로 드론 강국 만들고 싶어요”
안 대표는 “처음엔 드론에 기존 카메라를 매달아 촬영했는데, 당시엔 그것만으로도 생생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반응이 뜨거웠다”며 “70대를 제작해 각 프로덕션에 공급했으니까 초기 방송국에서 사용한 드론은 거의 제가 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처음 드론은 군사 목적으로 활용했다. 1930년대 영국 공군에서 훈련기로 썼던 DH82 기체를 개조해 세계 최초의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다. 사격훈련 표적기 용도로 개발된 무인 비행기의 이름은 ‘DH82 Queen bee(여왕벌)’였다. 이를 보고 미국 해군도 비슷한 개념의 무인 항공기를 만들었는데, 원조인 ‘DH82 Queen bee’를 본떠 ‘Drone(수컷벌)’이라 명명했다. 이때부터 무인 항공기를 흔히 드론이라 부른다.

▶ 안정철 드론텍 대표가 드론의 두뇌에 해당하는 ‘비행 컨트롤러’를 보여주고 있다. ⓒC영상미디어
드론을 인체에 비유하면 4개의 회전날개는 팔과 다리, 모터는 심장, 컨트롤러는 두뇌에 해당한다. 드론텍은 드론의 두뇌인 ‘비행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 FC)’를 주로 생산한다.
“드론이 추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비행하려면 FC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해요. 우리 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는 FC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추락사고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산업 분야와 농업에서도 드론 활용도가 높아졌다. 드론의 매력은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탑 등 사람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물의 설비를 점검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지형지물을 파악해 지적도를 작성하는 일, 그리고 넓은 농토에 농약을 살포하는 데도 드론이 활용된다.
“일례로 산림의 병충해 발생 현황을 사람 힘으로 파악하려면 수많은 사람이 며칠간 일일이 산을 오르내리며 병충해 감염 여부를 직접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드론을 활용하면 몇 시간 안에 거뜬히 해낼 수 있어요. 더 좋은 점은 촬영한 영상으로 병충해 발생 지점의 좌표를 파악해 필요한 곳에 약품을 살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방제가 가능한 거죠.”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하는 기업에 힘 실어줘야
주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해야 하는 주요 산업시설에서도 드론의 효용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드론텍이 최근 납품한 한 화력발전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화력발전소는 굴뚝이나 발전소 건물에 균열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설비를 점검합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올라가 점검했는데, 최근에는 드론 영상을 통해 간편하게 점검할 수 있게 됐죠. 연소실 점검은 드론만이 할 수 있어요. 발전기 가동을 중단한 뒤에도 뜨거운 연소실이 충분히 식을 때까지 최소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드론을 활용해 설비를 점검할 경우 이틀 정도만 지나면 점검이 가능합니다. 80도 고열에서도 드론이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2014년 5월 1일 드론텍 설립 당시 안 대표는 회사 누리집에 ‘일반인 누구나 조종하기 쉬운 드론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꿈은 구조용 무인항공기 ‘헬프드론’과 농약 살포에 효과적인 ‘팜가드’로 현실화됐다.
헬프드론은 탐조등과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야간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확성기로 정보도 전달할 수 있다. 조난자에게는 즉석에서 구호품을 전달하고, 물에 빠진 익수자(溺水者)에게는 자동으로 팽창하는 구명조끼를 던져준다. 산과 바다, 강 등 전국 어디서든 조난자를 구호할 수 있는 전천후 장비인 셈이다. 헬프드론은 구조 관련 특허를 받았으며, 국제특허도 출원 중이다. 안 대표는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장착해 야간에도 정찰 및 구조 작업이 가능하다”며 “헬프드론은 기동성을 갖춘 가장 효과적인 구조용 드론”이라고 설명했다.
드론텍이 개발한 또 하나의 주력 제품은 농약 살포 등 농업 방제를 담당하는 ‘팜가드’다. 팜가드를 활용하면 넓은 농토에 효과적으로 농약을 살포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약 2000평(6600㎡)에 농약을 살포하는 데 15분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정확하고 균일한 분사를 위해 지형을 스캔해 분사하는 스마트 방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팜가드의 경우 최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넓은 농토에 효율적으로 농약을 살포할 수 있는 드론텍의 팜가드가 농업 혁명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드론 강국이 되려면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데, 국내 드론시장은 제품 조립과 판매, 활용에만 관심이 쏠려 독자적인 기술 개발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재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로 매출액 10조, 시장점유율 70%의 세계 최대 드론 업체 DJI(다장촹신커지)를 탄생시켰다”며 “기업의 외형적 평가보다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R&D 지원제도가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