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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전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다. 전체 운전자의 40%에 달하는 비율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정비사는 대다수가 남성이다. 여성 정비사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김희숙 대표는 그중 한 명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을 하던 남편이 정비공장을 차리며 뛰어든 게 계기였다. 용품을 판매하며 경영을 돕던 그는 알음알음 자동차 정비까지 알아갔다. 어느새 2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기름 냄새가 화장품 냄새보다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용품 판매부터 쉽지 않았다. 정비업계에 존재하는 은어 탓이었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빵꾸’나 ‘빠떼리’는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상에서 한두 번 들어봄직한 용어였으니까. “세루모터를 손봐야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용품 목록에는 ‘세루모터’가 없었다. 이는 스타트모터를 뜻했다. “데후 오일 교환해주세요.” 이것도 디퍼런셜 오일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용어는 점차 익숙해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호기심도 생겼다.
자동차 정비는 자격증 소지가 필수는 아니다. 그는 곁눈질로 정비를 배우기 시작했다.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어?” 동료들의 뒷말이 심심찮게 들렸다. 정비를 할 때도 고집을 부리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들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지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손님에게서도 얕잡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럴수록 묵묵히 견디며 정비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렀고 색안경이 벗겨지면서 차츰 동료들은 같은 정비사로 대해줬다.
여성 고객도 믿고 찾는 자동차 정비공장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늘었다. 특히 여성 고객 비율이 높았다. 여성 운전자들은 으레 정비공장 방문을 어려워한다.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 고객에게 바가지요금을 청구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정비공장을 찾는 게 저렴해도 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씨를 알게 된 여성 고객들은 정비공장 찾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고 차주가 자동차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정비사로 안정적 궤도에 오르자 김 씨는 또 다른 갈증이 일었다. 알음알음 배웠기에 고장에 따른 수리는 할 수 있어도 고장의 원인과 과정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맞을 때면 고객을 기만하는 것 같았다. ‘기초부터 다시 배워보자’ 이렇게 결심하고 경기도기술학교를 찾았다. 원리를 이해하고 바라보니 자동차가 새롭게 보였다. 몇 달간 주경야독을 이어갔고 ‘자동차정비기능사’에 한 번에 합격했다. “그 나이에 뭐 하러 힘들게 공부하느냐”고 묻던 주위 시선이 달라졌다. 이제 그는 타성에 젖은 동료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김희숙 대표는 자동차 정비사가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물론 타이어를 탈착하거나 헤드를 내리는 일 등 힘이 필요한 작업들이 종종 있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자동차 도색의 경우 여성 정비사가 남성 정비사보다 기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자동차정비기능사’에 이어 ‘자동차튜닝사’도 1차 합격한 상태다. 앞으로 ‘자동차정비기사’에까지 도전하겠다는 목표가 그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자동차 산업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거예요. 남성만의 영역도아니에요. 자신감과 책임감만 있다면 여성도 좋은 기술자가 될 수 있어요.”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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