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플랫폼 야나두 김민철 대표
“소셜미디어가 없었음 기회조차 없었어요”
“우리는 모바일로 승부를 볼 겁니다.”
2015년 김민철(43) 대표가 ‘야나두’를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전 회사 구성원들에게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야나두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네이버밴드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2016년 1월 영어회화 강의 시장에 뛰어든 야나두는 시작 1년 만에 업계 1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야나두의 슬로건은 ‘인류의 잠재력을 깨우는 야나두’다. 인류의 잠재력을 키우는 회사를 운영하는 꿈을 꾸던 김 대표가 영어회화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EBS 인터넷 강의인 ‘목달 시리즈’ 마케팅을 맡아 성공을 맛봤던 김 대표는 그 노하우를 야나두에 접목했다.
“목달 시리즈로 중요한 건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강자들이 강의를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야나두에도 목달 시리즈에 썼던 환급 프로그램과 10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타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세운 김 대표가 마케팅 도구로 선택한 것이 소셜미디어다. 20대 스마트폰 사용자가 95%까지 치솟으면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급증하는 중이었다. 소셜미디어의 성장세를 본 뒤, 그 안에서 야나두가 파괴력과 영향력을 갖는 데 목표를 세우고 페이스북과 네이버밴드 사용자를 공략하기로 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일단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성장 가능성이 커 보였어요. 페이스북은 2030세대가 많이 사용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비교적 광고에 노출이 적으면서도 운영하는 방법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네이버밴드는 네이버의 카페 운영 노하우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어요. 또 카페를 이용하는 3040세대가 밴드로 많이 넘어오는 추세였죠. 그래서 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케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갈수록 사용자 규모가 커지는 페이스북에 집중했다.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 둘 중 하나는 야나두를 알도록 하는 게 목표였어요. 페이스북에 많은 콘텐츠와 광고비를 쏟아부어 야나두를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자 ‘야나두 페이지’ 구독자 수가 20만 명까지 늘어났어요.”
소셜미디어로 인지도가 늘어나자 다음은 텔레비전용 광고를 제작했다. 소셜커머스 티몬과 제휴해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홈쇼핑에 아홉 번 참가해 누적판매율 80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야나두가 놀라운 성장을 하는 데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아마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죠. 업계에서 1위를 선점한 업체는 TV 광고료만 100억대 넘게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만한 자본력을 갖추지 않았죠. 소셜미디어를 활용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죠.”
회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으니 일이 바빠도 기분이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야나두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구입해주셨죠. 지금 이분들을 어떻게 강의에 끝까지 참여하게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구입했으니 알아서 공부해라’ 식이 아니라 동기부여를 하고 어디서 문제가 일어나는지 분석해 소비자를 돕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C영상미디어
뷰티크리에이터 이사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뷰티크리에이터라 좋아요”

ⓒ이사베 제공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녀가 있었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친구들 얼굴에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현재 뷰티크리에이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사배(28)의 시작이다. ‘뷰티크리에이터’는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장품과 화장법 등을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친구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일상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제 얼굴이 떠올랐대요. 저한테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하면 잘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저 대신 어머니를 설득해줬습니다. 그래서 메이크업 학원에 다니게 됐죠.”
메이크업을 배우기 시작하자 특수분장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선택한 첫 직장이 MBC 특수분장실. 일은 재미있었지만 오랫동안 할 수는 없었다.
“일을 하는 도중에 약품을 팔에 쏟아 피부병에 걸렸습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5개월간 밖에도 못 다닐 정도였어요. 의사 선생님이 평생 회복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특수분장을 하면서 독한 약품에 계속 노출되니까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MBC를 나와 청담동 메이크업숍에서 일하게 됐죠.”
메이크업숍을 나온 후 2015년 7월 아프리카TV를 통해 소셜미디어에 첫발을 내딛은 이사배의 ‘샵 뷰티클래스’는 현재 아프리카TV에서만 누적 시청자 수가 411만 3608명에 이를 정도로 유명해졌다. 뷰티크리에이터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적이다.
“처음에는 많이 헤맸죠. 생방 도중에 방송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고,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서 촬영이 안 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볼 방송 내용도 많고요. 제 서투른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려주셔서 방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스스로 ‘흑역사’라 일컫는 첫 방송 이후 그는 다양한 콘텐츠로 방송을 이어갔다. 소녀시대 태연, 원더걸스 선미의 메이크업을 하면서 금세 유명해졌다. 아이돌 메이크업뿐 아니라 면접 때 좋은 메이크업, 사진에 예쁘게 찍히는 메이크업 등 보는 사람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이크업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사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특수분장’이다. 과거 경험을 살려서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 메이크업, 크리스마스 기념 루돌프 메이크업 등 특수분장을 주제로 방송한 날은 하루 종일 화제가 된다.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일이라 언제든지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제 방송에 달린 댓글로 보는 사람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제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제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뷰티크리에이터를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자, 이제 시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뷰티크리에이터가 되고 나서부터 신기한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어요.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뷰티클래스에서 강의도 해보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됐잖아요. 플랫폼은 계속 바뀌겠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제 일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알려지는 것까지 생각하면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아프리카TV 영어 강사, 디바제시카
“누군가의 인생 멘토가 되는 게 꿈입니다”

ⓒ디바제시카 제공
아프리카TV의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한 ‘사담’에서 시작한 게 게임, 요리, 먹방, 메이크업으로 확대되더니 음악, 낚시, 미니어처 제작까지 모든 취미를 아우를 기세다. 여기에 하나 더 ‘교육’이 추가됐다. 이젠 일방적인 방송에서 벗어나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워간다.
디바제시카(32)는 아프리카TV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BJ로는 1세대 격. 인기도 좋다. 아프리카TV에서만 40만 명, 유튜브에서는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비결이 뭐냐고?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서다. 각종 이슈, 세기의 미스터리 등을 전하면서 유익함을 더했다. 뿐만 아니다. 뭇 남성들을 ‘심쿵’ 하게 하는 요소도 갖췄다. 볼륨 있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옷차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 와중에 귀여운 토끼 춤 등 필살 애교를 부리니 반응이 안 좋을 리가 있나.
최근에는 활동 영역을 조금 넓혔다. 방송을 비롯해 기업 및 대학 강연을 하고,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책도 냈다. 실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영어책 <미드나잇 잉글리시>. 공감을 부른다는 이유에서 특히 해외 생활을 해본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4년 전, 나 홀로 시작한 방송은 이제 규모도 꽤 커졌다. 카메라맨, 편집팀, 작가, 매니저까지 뒀단다.
그도 한땐 일반 직장인이었다. 외국계 금융회사 컨설턴트.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언젠가 할 일을 끝내고 다른 직원들보다 먼저 퇴근했더니, 다음 날 ‘왕따’가 돼 있더란다. 그런 그에게 당시 유일한 낙은 아프리카TV. 특히 먹방 애청자였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땐 먹방과 토크 방송이 주를 이뤘는데,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건 자신 있었죠. 재밌는 콘텐츠 요소를 넣어 영어 방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송은 내키지 않았다. 콘텐츠의 차별을 두고 싶었다. ‘언어는 즐기는 것’을 기조로 삼고, 연예계 뉴스로 보는 영어 표현, 술자리에서 쓸 수 있는 영어 회화, 시사뉴스로 배우는 고급 영단어, 유령 이야기, 미스터리 등 흥미 요소를 접목했다.
이렇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해외 방송이나 뉴스는 물론이고 쉴 새 없이 SNS로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한시도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단다. 매일 이어지는 방송의 아이디어도 그렇게 얻는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살이에 민감해야 해요. 뭐가 유행인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가 뭔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 준비시간이 방송 시간과 맞먹을 정도죠.”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정식 ‘유학파’는 아니다. 물론 미국에 체류한 적은 있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장은 모두 한국에서 땄다. 영어 통번역을 전공한 그는 방학 때마다 미국으로 가서 식당 매니저, 브로슈어 영한 번역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익혔다고 한다. 영어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영어 선생님이었다. 그의 롤모델인 셈.
“전 시쳇말로 ‘학원 빠순이’였어요.(웃음) 어릴 때 엄마가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선생님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니까요.”
덕분에 누구보다 ‘멘토’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요즘 후배 BJ를 양성하고 있다. 더 큰 꿈도 꾸게 됐다고 한다.
“제가 하고 있는 영어 교육이 대중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서히 그렇게 돼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영어를 잘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 제 방송을 보면서 ‘아, 나도 영어를 잘할 수 있겠다’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차원에서 디바제시카의 다음 목표는 동기부여 강사가 되는 것. 그는 “단순히 단편적인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싶다”면서 “인생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얘깃거리를 지녀, 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돌직구’ 제품 리뷰어, 하경화·이혜민
“광고 없이 콘텐츠로만 승부하는 ‘뉴미디어’ 꿈꿔요”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선글라스를 끼겠단다. 연예인도 아닌데 꼭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발칙했다. 한데 맞는 말이었다. 조금 생각해보니, ‘눈을 가린다’는 건 선입견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C영상미디어
하경화(33,왼쪽), 이혜민(31) 씨는 지난 2016년 5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제품 리뷰사이트, ‘디에디트’를 오픈한 것. ‘사람들이 단순히 블로그 리뷰보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SNS상의 유명인)의 한마디를 더 믿는 시대’라는 점에 착안했다. IT제품을 시작으로 패션, 생활도구, 문화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선입견 없는 리뷰를 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행동이구나, 싶었는데 그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리뷰를 하고 있었기 때문. 맛깔 나는 문체는 덤. 이런 식이다.
“지적이면서도 터프하고, 청순한데 근육질인 디에디트 독자들에겐 어쩌면 이게 딱 어울리지 않을까? 평범한 펜의 반전, 미니인치(mininch)의 멀티 툴, 아니 툴 펜(Tool Pen)이다.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남자가 능숙하게 못질을 하고, 고장 난 내 물건을 뚝딱 고쳐줬을 때의 그 기분. 반전은 흥분돼. 글씨 쓰는 펜인 줄 알았는데 멀티 툴이라니 넘나 멋진 것.”
기존의 리뷰 페이지와는 몇 가지 차별점이 있다. 우선 여성을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경화 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젯 리뷰어는 남성 위주다. 경화 씨는 “딱딱한 IT제품이라도 오히려 여성이 화자로 나서 스토리텔링할 경우,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리뷰어의 주관과 취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 디에디트에서 경화 씨는 ‘에디터 H’로, 혜민 씨는 ‘에디어 M’으로 등장하는데 글 속에 각각의 캐릭터를 녹여낸다. 또 있다. ‘읽는 재미’에 생각보다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것. 기존 리뷰사이트는 대부분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지만, 경화 씨는 “다른 데서 못 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둘은 모두 문학 관련 전공자이자 잡지사 에디터 출신으로 글 쓰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짧은 글이 대세잖아요. 일반 기사도 카드뉴스로 나올 정도로요. 물론 이게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효율적인 도구라고는 생각하는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글의 힘’을 믿어요. 아무리 길어도 재밌는 글은 계속 읽잖아요. 수많은 유명 사이트를 거쳐 저희 사이트까지 온 분들이라면 무언가 다른 맛을 기대할 거예요. 디에디트에는 에디터 2명의 캐릭터가 그대로 담긴 재밌는 리뷰가 있는 거죠.”
종국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제품을 독자들에게 큐레이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독자들을 끌어모을 수 없었다”면서 “스타트업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대자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인 만큼 가능성은 무한하다”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고 했다.
“리뷰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하면 하나같이 ‘수익모델’을 물어봅니다. 수익이 없으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힘든 게 사실이죠. 인구가 많은 해외에서는 트래픽 하나만으로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광고주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에디트에는 광고 배너가 하나도 없답니다. 그야말로 순수한,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어요. 훗날 사람들이 ‘이런 미디어도 있구나’ 감탄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페이스북 세계여행기, 주영두·박수빈 부부
“소셜미디어로 새로운 여행에 눈떴어요”

ⓒ주영두 제공
하룻밤 사이에 결정된 일이었다. 부부의 세계여행. 연애시절 주영두(34)·박수빈(35) 씨는 강화도로 여행을 떠나 밤바다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평소 자신들이 원했던 삶과 꿈에 대해서였다. 그러다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둘 다 세계여행이 오랜 꿈이었다는 것.
“제가 아내에게 제안을 했죠. ‘그럼 우리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 해볼래요?’ 아내는 망설임 없이 ‘그래요,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하더군요.”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 둘은 바로 런던행 편도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5일 결혼 후 식이 끝남과 동시에 배낭을 메고 200일간의 세계여행 대장정에 올랐다. 여행에는 이름도 붙였다. ‘비전트립 : 함께 걷는 길’, 한 부부의 꿈과 비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이었다.
“그 전에도 굉장히 사이가 좋았지만 여행 후에는 끈끈한 정이 생겼다랄까요. 남녀 사이의 사랑 이외의 감정이 추가됐죠. 배낭 하나 메고 열악하게 여행을 하다 보니 일종의 ‘동지애’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젠 정말 서로 표정만 봐도 다 알아요.(웃음)”
이들 부부가 여행한 곳은 크게 세 지역이다. 유럽, 인도+네팔, 동남아. 유럽에서는 주로 자동차 캠핑 여행을 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속살을 맛볼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주로 북인도 ‘라다크’에 머물며 현지인의 생활방식을 공부했다. 동남아에서는 주로 태국에 머무르며 스쿠터를 빌려 태국 구석구석을 다녔다. 그렇게 정확히 200일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부의 여행기는 부지런히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중계됐다.
“처음에는 단순 기록용이었어요. 시간이 흘러 훗날 기록들을 보며 ‘맞아, 그땐 그랬었지’ 추억하는 용도랄까요. 물론 이를 기반으로 책 출판이나 사진 전시도 계획하고 있었죠. 그때만 해도 그게 꼭 SNS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기장에도 기록은 남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여행기를 공유하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 여행에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의외의 인물이 댓글을 남겨주기도 하고요. ‘좋아요’ 하나가 큰 힘이 됐어요.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여행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죠.”
이들처럼 여행을 하는 부류끼리 자연스레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게 됐다. 흔히 하기 힘든 캠핑, 모터바이크 여행이 가능했던 것도 ‘소셜미디어’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셜미디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바로 ‘공정여행’과 ‘봉사여행’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여러 여행가들 덕분에 공정여행을 알게 됐습니다. 아마 100일 정도 여행했던 때일 거예요. 그때부터 ‘착한 여행’의 가치를 알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단순 관광여행이 주를 이뤘는데, 그때부터 봉사여행에도 눈을 뜨게 됐죠.”
영두 씨는 “앞으로는 여행을 하더라도 단순 관광이 아닌 이런 목적에 가치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 7월에도 여행 계획을 갖고 있다. 바로 봉사여행이다.
“세계여행을 하고 또 여러 사람들과 여행기를 공유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뀌었어요.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버는 것보다 많이 나누는 것, 그게 저희 부부가 추구하는 삶입니다.”
웹 추리소설 작가 양수련
“모바일 추리소설로 젊은 마니아 팬 만들 거예요!”

ⓒC영상미디어
양수련(49) 작가가 웹소설 연재를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추리소설을 쓰게 된 것은 2013년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이 되고부터다. 출판시장은 나날이 위축되고 출간도 종이에서 웹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양 작가 또한 변화하는 출판시장에 부응하기 위해 웹소설 플랫폼에 자신의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을 오래 썼지만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무명작가예요. 웹소설 장르에서는 새내기에 불과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청춘인 셈입니다. 저만의 독자층을 만들겠다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으니 나이를 먹어도 아직은 청춘이라 말하고 싶어요.”
그녀는 2013년 잡지 <계간 미스터리>에 ‘14시 30분의 도둑’을 발표하면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책도 꽤 냈다. 소설집 <호텔마마>와 장편소설 <도깨비 홍제>, <은둔여행자>, <우리 살아온 미스터리한 날들> 그리고 대중예술 입문서 <시나리오 초보 작법>, <시나리오 Oh! 시나리오> 등이 대표적이다.
양 작가는 2010년대 들어 종이책에서 웹으로 일반 독자가 옮겨가면서 ‘전향’했다. 웹소설은 종이책과는 또 다른 장르였다. 분량이나 제작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발표도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작품을 많이 팔거나 살아남는 것은 작가의 몫.
“발표가 자유로운 만큼 웹소설 지망생들의 습작이 여과 없이 독자를 만나기도 해요. 작품성과 상관없이 오락용으로 읽히는 웹소설도 많고요. 웹시장에서 추리 장르는 후발주자입니다. 모바일로 읽기에 추리는 번거롭고 어려운 장르거든요. 그만큼 독자도 적어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웹소설은 빠르게 양산되고,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퇴장한다.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는다는 편리성만큼 가벼운 작품이 많다. 작품성까지 곁들여달라면 욕심일지 모른다. 독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은 종이출판 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익구조를 낼 수 있다. 종이책을 출간했던 작가들이 웹연재 플랫폼을 찾는 이유다.
양수련 작가는 현재 네이버, 교보 톡소다, 스낵북 등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출판사와 연계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직접 연재하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에 연재하면서 카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작품을 직접 홍보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가 SNS 기반을 통해 홍보 및 유통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웹소설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공모전인 것 같아요. 기존에는 응모작품을 심사위원이 심사한 후 공표했는데, 웹상에서의 공모는 작품 공개와 동시에 평가가 이뤄져요. 독자의 반응이 심사에 반영되기도 하고, 작품성과 상관없이 인기 순위로 당선작이 정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독자에 의해 입상이 결정되는 공모전. 독자의 관심작에 추가될수록 조회나 댓글에 따라 독자반응 점수가 자동으로 매겨지고 순위가 정해진다.
글을 오래 써왔음에도 작가로서의 전성기를 누려본 적 없다는 양수련 작가. 그는 현재 교보 톡소다 ‘쇼미더팬덤’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참에 홍보 좀 하겠단다.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무슨 공모전이냐 하겠지만 저 같은 사람이 은근 많아요. 현재 〈환과 커피유령-사건 일상사〉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어요. 3월 20일까지 독자의 반응이 점수로 이어진답니다. 작품의 홍보 또한 작가의 몫이죠. 혹시라도 톡소다에 오면 관심작에 추가해주세요. 꼬옥요!”
다른 장르에 비해 추리물의 인기는 미진하다. 하지만 웹으로 이동한 독자의 책 읽기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추리소설이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고 양 작가는 주장한다. 그는 “감각적인 것이 아닌,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읽기가 웹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꼭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 미스터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몇 년 전에 끊겼어요. 문예지 지원 차원에서 정부가 다시 도와주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