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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원도 평창엔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도 많이 와서 외출하기에도 어렵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아마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 추운데도 저를 설레게 하는 ‘특별한 외출’이 있습니다.
저는 올해 3월부터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인근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제 일입니다. 작년에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이야기 할머니’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운이 좋아 합격하게 돼 1년 정도 교육을 받고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도 너무 즐겁고, 저를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생겼다는 게 참 기쁩니다. 적어도 1년 동안은 제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는 게 저를 설레게 만듭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제가 가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런 걸 보면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운 날 집을 나서는 게 조금도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면서 제 삶은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야기의 내용을 외워야 하고,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좋은 이야기를 머릿속에 외우고 다니게 되면서 제 마음도 반듯해지게 됐습니다. 이전에 비해 자연스럽게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제 삶은 더욱 여유로워지고 풍성해졌습니다.
얼마 전 노년기에 접어들면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점점 외로워진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한 발짝 먼저 다가가면 얼마든지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제게 ‘이야기 할머니’ 활동은 앞으로의 노후생활을 뜻깊게 보낼 수 있는 든든한 보험입니다.
글·정선주 강원 평창·이야기 할머니 2013.12.23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3월부터 전국 2,680개 유아교육기관에 ‘이야기 할머니’ 917명을 파견해 진행하는 이야기 교육활동이다.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을, 어르신들에게는 문화를 활용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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