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55)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민생수사총괄팀 최근 청렴과 봉사로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헌신해온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청백봉사상’을 받았다. 전국 최초로 불법 대부업과 방문판매 전담 수사팀을조직에 신설하도록 하는 등 업무 성과가 높고,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 바가 크다는 게 수상 이유다. 김 씨는 "내가 상을 받아도 되나 싶고, 자랑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다"면서 "앞으로 더 똑바로 세상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공직생활 28년째인 김 씨는 무슨 일을 하든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왔다. 불법 대부업과 방문판매 전담 수사팀을 조직에 신설하게 된 배경도 바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였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
불법 대부업과 방문판매 전담 수사팀 신설로 이어져
"불법 대부업의 이자 등으로 생계에 위협을 느끼시는 분들이 대부분 돈 없는 서민들입니다. 불법 다단계 역시 돈 없는 대학생과 주부, 노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고요. 뉴스에서는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한 가족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례들이 종종 보도되곤 하잖아요. 어려운 서민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행정직 공무원에게는 서민들의 피해를 수사할 수 있는 수사권이 없다는 게 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시에서는 행정직 공무원들도 이런 분야에 대한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행정법규를 위반하는 범죄들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일반 경찰들이이런 행정법규 위반 사범에 대해서까지 상시적으로 단속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행정범죄에 대한 전문성과 정보력, 접근성이 높은 해당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 단속의 효율성이 높아지죠."
이를 위해 김 씨와 해당 팀에서는 2012년도부터 법무부에 수사권 부여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정부 관계부처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2013년 9월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국회에 계류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이에 김 씨와 팀원들은 수시로 국회를 찾아가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고요청하기도 했다. 그 결과 결국 지난해 7월 26일 불법 대부업 등 서민생활 침해사범 등에 대한 단속 강화를 위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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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민생수사총괄팀장은 행정직 공무원에게도 수사권을 줄 것을 요청해 불법대부·방문판매 전담수사팀을 최초로 구성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자 시·군·구의 담당 공무원들은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불법 대부업이나 가짜 석유 제조 및 판매 등 특별법 위반 행위를 직접 단속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불법 다단계와 방문판매, 무허가 의료기기 판매, 119구급대의 구조 활동 방해 행위 등 단속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행정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됐다. 이같은 특별사법경찰제도는 1956년 제정된 이후 업무적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와 관련된 신종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다.
개정안 시행으로 올해(1~10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단에서 검거한 불법 대부업과 다단계 판매 행위가 총 40건(전년도 같은 기간 1건)으로 대폭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동료들과 재능기부 동아리 만들어 6000만 원 후원
재능과 수입, 지속적으로 이웃과 나누는 삶 꿈꿔
김 씨는 업무 외적으로도 동료들과 함께 이웃에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평소 마음은 있지만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직원들과 함께 소외계층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재능기부 동아리’를만들게 됐어요. 2009년에 만든 이 동아리가 지금까지 6000만원의 기부금을 적립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재능기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은 주말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국가자격증시험 감독을 해서 받은 수당 일부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기부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재능기부 동아리에서는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시설인 한빛맹아원에 총 324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했고, 2012년부터는 일반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하는 시각장애 원생들에게 매년 목욕탕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중증장애인시설인 효정비전타운에 매년 생필품과월동용품을 후원해왔다. 이렇게 후원한 금액은 총 490만원 상당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거주할 곳이 없는 가정에 전세보증금도 후원했다.
"경남 진주시에 갑작스러운 생활고로 거주할 곳이 없는 가족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남편과 이혼하고 어머니, 어린 자녀와 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리하는 빌라에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보증금 전액(600만 원 상당)을긴급 지원하고 입주를 시켜줬죠. 그 어머니가 얼마 전에 구구절절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더라고요.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재능기부 동아리에서는 다문화가정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힘들게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14가구에 총 80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 이밖에 연말에는 소외된 다문화가정 27명의 어린이들에게 100만 원 상당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들 중에 특히 태권도를 좋아했던 어린 여자아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아빠는 일찍 사망하고 엄마는 지병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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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전희성
"다문화가정에 방문해서 초등학교 3학년 첫째 딸에게 ‘뭐가 제일 하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태권도를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에게 태권도 학원비를 계속 지원하면서 ‘네가 이 가정의 꿈이자 미래다’라고 말하며 격려해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는 게속상할 정도다.
"제 지론은 ‘돈 있는 사람은 돈 없는 사람을 위해 돈을 써야 하고, 힘 있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을 위해 힘을 쓰고, 머리 좋은 사람은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머리를 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재능과 수입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면서 사는 게 꿈이랍니다."
글· 김민주(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