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전문 인플루언서 ‘쏘맘’ 문소영 씨
“빛이라곤 없는 어두운 터널 한가운데를 혼자 걷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고 어쩌면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터널인 것만 같았죠.”
문소영 씨는 6년 전 첫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이같이 회상했다. 마냥 행복하리라 기대했던 출산과 육아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독박육아’에 있었다. 군인인 남편은 부대에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밤에도 주말에도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도움의 손길을 청할 곳 없는 낯선 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이 ‘육아우울증’이라는 파도가 그를 덮쳐왔다.
어두운 터널의 탈출구가 돼준 것은 누리소통망(SNS)이었다. 3년 전부터 문 씨는 육아를 하며 느낀 점,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 등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힘들 땐 힘들다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사이 힘든 육아의 과정 속에서도 조금씩 육아 노하우가 쌓이기 시작했고 ‘뮤지컬 육아’라는 자신만의 콘텐츠도 탄생했다. 뮤지컬 육아란 일상에 춤과 노래를 접목해 아이와 책을 읽고 놀이를 하는 그만의 새로운 육아 방식이다. 결혼 전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일했던 경험과 ‘흥부자’ 기질을 육아에 녹였다. 문 씨는 이 밖에 엄마표 영어 학습법, 책육아, 초간단 놀이방법 등 따라하기 쉬운 육아정보를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육아 전문 인플루언서로 성장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4만 1000명, 온라인에선 ‘쏘맘’으로 유명하다.
2018년생, 2022년생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문 씨는 활발하게 인플루언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른 양육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과거 자신처럼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경력이 끊긴 주부로 살며 우울해하던 나에게 육아라는 경험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됐다”며 “내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첫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군인인 남편을 따라 강원 홍천에 살게 되면서 하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 서울 노량진에 가서 공무원 시험 설명회를 듣기도 하고 매일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이력서를 넣고 면접도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뮤지컬 강습을 하게 됐는데 적성에 무척 잘 맞았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생기면서 다시 일을 못하게 됐다. 연고도 없는 곳에 살며 남편의 도움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숨이 막힐 만큼 힘든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된 것도 속상했지만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로 치부돼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한다는 게 서러웠다. 왜 누구도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나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육아전문 SNS를 운영하면서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출산 후 낮엔 육아에 찌들고 밤엔 온라인 맘카페에서 할인 판매하는 육아용품을 검색하다 잠드는 일상이 반복됐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온라인 강연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디지털 마케팅 기업 펑타이코리아 최원준 대표의 강연이었다. 그는 ‘일본의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와 일반 주부의 차이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정답은 후자는 나만의 지식과 노하우를 혼자 아는 데서 그치는 반면 전자는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이라고 했다. 느끼는 바가 컸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육아팁을 블로그와 SNS에 남기기 시작했다.

특히 ‘뮤지컬 육아’라는 콘텐츠가 인상적이다.
원래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 육아스트레스도 춤과 노래로 풀었다. 출산 후엔 아이가 내 유일한 관객이자 심사위원이었다. 아이가 반응을 해주니 책을 읽어줄 때도 몸으로 표현하고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더 실감나게 하는 등 역동적으로 하게 되더라. 그러다보니 책 읽기가 하나의 놀이가 됐다. 책에 어울리는 동요까지 함께 부르니 뮤지컬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말이 급격이 느는 걸 보면서 뮤지컬 육아를 콘텐츠로 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일상을 뮤지컬로, 일상을 연극으로’라는 나만의 슬로건도 만들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즐겁게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일상적인 대화도 노래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특히 훈육을 할 때 좋다. 가령 ‘장난감 빨리 치워’라고 잔소리를 하는 대신 ‘렛츠 클린 업(Let’s clean up)’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함께 청소를 하고 ‘밥 좀 얼른 먹어’라고 소리를 치는 대신 ‘아 유 레디 포 디너(Are you ready for dinner?)’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다.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니 웃음이 나오고 그사이 감정도 순화된다. 아이와의 스킨십이 늘어나니 유대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온몸놀이영어’, ‘육아하며 많이 하는 실수’, ‘초간단 놀이방법’, ‘떼쓰는 아이 대처법’ 등 다양한 육아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스스로 연구도 많이 해야겠다.
사람들이 육아를 하면서 어떤 걸 궁금해할까 살펴보니 당장 일상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놀이·육아 방법인 것 같더라. 쉬운 내용이더라도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해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의 책을 읽고 온라인 강연도 많이 본다. 아이들에게 적용해보고 괜찮은 것들만 골라 콘텐츠로 만든다. 무엇보다 나도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게 많은데 관련 정보를 찾아 응용해보는 과정이 즐겁다.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육아상담도 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뭔가?
육아를 처음 해보면 먹는 것부터 노는 것, 자는 것까지 모든 게 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엔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면 맞는 것 같고 저 사람이 저런 얘기를 하면 또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러니 광고에 현혹되기도 쉽다. 육아에 있어 자신만의 기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여러 전문가의 말들 가운데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정보를 통해 기준을 세우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육아 콘텐츠를 만들면서 본인의 육아도 수월해졌나?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또 우울증이 올까봐 몹시 걱정했다. 그런데 웬걸. 하루 종일 두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우울감을 느낄 새조차 없다(웃음). 둘째가 태어나면서 개인 시간은 더욱 부족해졌지만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일이 육아스트레스 해소에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또 육아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서 나부터 불필요한 정보에 휩쓸리지 않게 됐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소신도 생겼다. 우리 집에서 나는 ‘오은영 박사’로 통한다(웃음). 이제는 남편도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함께 육아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엄마도 공부하기를 멈춰선 안 된다. 나는 아이가 그림책을 보는 동안 옆에서 내 책을 읽는다. 인플루언서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처음엔 전문가의 말을 큐레이션해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 나만의 강점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다만 조바심은 금물이다. 나 역시 SNS를 처음 시작하고 반응이 없었을 땐 무척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까치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매일 저렇게 나뭇가지를 나르는 시간들이 모여야 견고한 집이 완성되는구나’라는 걸.
SNS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에 기부를 한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놔두고 가라고 만든 게 아니라 아이를 두고 돌아서는 엄마들을 설득해 양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첫째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을 때 미혼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조금이나마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다양한 이유로 홀로 육아를 하는 이들이 많다.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둘째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 가정보육을 하는 상황이다. 저출생으로 갈수록 보육기관이 줄어드니 정작 아이가 있는 집에선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힘들다. 한두 시간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나 갑자기 도움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더불어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어려운 점이 정말 많은데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모교육을 활성화하고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줬으면 한다.
오늘도 육아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육아는 두렵고 힘든 게 당연하다. 나 역시 주말부부로 지내는 탓에 여전히 육아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힘들다는 게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든 힘든 육아를 좀 더 재밌게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육아 전문 인플루언서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 시간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가 쌓일 것이다. 육아는 인내하고, 표현하고, 아이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조윤 기자
*시간제 보육 서비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에서 일시적인 보육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어린이집 내에서 독립반 혹은 통합반으로 운영된다. 월 최대 60시간 범위 내에서 시간당 5000원(정부 지원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아이돌보미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돌봄 제도다. 시간제 정기 이용 서비스, 긴급·단시간 돌봄 서비스, 영아 종일제 서비스 등이 있다.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정부가 연간 960시간까지 돌봄 비용을 지원한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