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일원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을 찾은 시민들이 숲길을 천천히 거닐며 자연을 느끼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
숲에도 시간이 쌓인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숲일수록 그 시간은 숲의 생명들 속에 고스란히 남는다. 1960년대부터 연구와 교육을 위해 일반인의 발길을 제한해 온 비밀의 숲이 마침내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일원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수목원(학술림)인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이하 서울대 안양수목원)이 2026년 3월 1일부터 예약제로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다.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신비한 나무 이야기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말 서울대 안양수목원을 찾았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니 금세 입구가 나타났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수목원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변의 소음은 잦아들고 빽빽한 나무 사이로 숲의 고요가 내려앉았다.
사전에 발급받은 정보무늬(QR코드)를 스캔하고 숲길로 들어섰다. 길 안쪽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숲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숲 해설사가 일행을 맞았다. 자신을 ‘딱따구리’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방문객에겐 조끼가 제공됐다. 모두 조끼를 걸치자 탐험대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 숲 냄새를 맡으며 몇 걸음 옮기자 숲 해설사가 아름드리나무 앞에서 발을 멈췄다.
“수목원에 오면 맨 처음 이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이름이 조금 긴데요. ‘리기테다소나무’입니다.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를 교배해 만든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산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둥산으로 변했다. 산림을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심은 대표적인 나무가 리기다소나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생장이 오히려 목재로서 단점이 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위에 강한 테다소나무를 교배했고 그렇게 약 60년 전 탄생한 나무가 리기테다소나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숲 해설사가 발밑의 솔잎 하나를 집어 들더니 갈색 밑동을 가리켰다.
“잎이 뾰족한 소나무는 대표적인 침엽수 중 하나죠. 그런데 소나무 잎도 우리처럼 ‘집’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잎집 안에는 잎이 몇 개나 들어 있을까요?”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숲 해설사가 재미있는 비유를 꺼냈다.
“미국 사람들이 식사할 때 ‘포크’를 쓰잖아요. 그래서 잎집이 세 개인 나무는 북아메리카가 고향입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젓가락을 쓰니까 두 개. 잣은 손으로 집어 먹죠? 잣나무의 잎집은 다섯 개랍니다.”

숲 해설가 ‘딱따구리’ 선생님이 서울대 안양수목원을 찾은 시민에게 소나무 잎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숲의 형태, 구성 상태, 구성원 간의 관계 등을 소개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은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진 C영상미디어

도심으로 이사 온 나무, 산불을 이용하는 나무
걸음을 옮겨 마주한 나무는 어딘가 익숙했다. ‘쥐똥나무’다. 버스정류장 주변이나 도로변에 허리 높이 정도로 가지런히 심어진 바로 그 나무다. 초여름에는 하얀 꽃이 피고 향기가 난다. 가을이 되면 쥐똥처럼 작은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래 쥐똥나무는 산에서 살던 나무다. 어쩌다 도시로 내려왔을까. 배경에는 ‘녹도(綠道) 조성 구상’이 있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도로 주변에 녹지가 조성된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녹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연구를 요청했고 식물학계의 대부로 꼽히는 이영노 박사가 쥐똥나무를 추천했다고 한다.
쥐똥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꽃과 열매를 맺으며 새도 많이 찾아오는 특성이 있어 도시 도로변에 심기 적합했다. 지금도 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름부터 낯선 방크스소나무 앞에 섰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방크스소나무는 서울대 안양수목원 안에서도 두 곳에서만 볼 수 있을 만큼 흔치 않은 나무다. 이 나무의 특별함은 솔방울에 있다. 평소 단단하게 닫혀 있다 산불과 같은 강한 열을 받으면 솔방울이 벌어지고 씨앗이 밖으로 나온다. 씨앗은 산불로 인한 상승기류를 타고 먼 곳으로 이동해 싹을 틔우고 새로운 숲을 만드는 것이다.
방크스소나무만의 생존전략이자 산불 속에서도 숲이 자생할 수 있는 비결이다. 눈앞에 단단하게 닫힌 솔방울 하나에도 숲이 살아남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나무 한 그루를 지날 때마다 이야기가 이어졌다. 평소에는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나무들이 해설을 듣고 나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무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1960년대 서울대의 연구와 교육을 위한 학술림으로 조성됐다. 애초부터 시민의 휴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오랫동안 문이 닫혀 있었다. 덕분에 관악산의 자연림과 다양한 식생이 비교적 온전히 보전될 수 있었다.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과 나무의 모습이 달라 언제 찾아도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연구의 숲에서 시민의 숲으로
58년 만에 시민에게 문을 연 서울대 안양수목원에는 약 1158종의 식물과 다양한 산림 생태계가 보전돼 있다.
안양시와 서울대는 2018년 국유재산 무상양여 및 수목원 개방을 위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이후 6차례 시범 개방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6년 3월 1일 마침내 전면 개방을 시작했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해와 체험, 교육, 시민 건강증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뜻을 모은 결과다. 서울대 수목원은 산림청이 3월 선정한 ‘2026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숲을 오래 만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인화물질을 비롯해 음식물·음료(생수 제외), 돗자리, 삼각대, 개인이동장치(유아차·휠체어 제외) 등은 반입할 수 없다. 반려동물도 입장할 수 없으며 식물 채취와 쓰레기 투기도 금지된다.
올해 운영기간은 11월 30일(화~일요일)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신정(1월 1일), 설·추석 연휴에는 휴원한다. 운영시간은 동절기(11~3월) 오전 10시~오후 5시(입장마감 오후 4시), 하절기(4~10월) 오전 9시~오후 6시(입장마감 오후 5시)다.
입장은 누리집(arbor.snu.ac.kr)에서 사전예약하면 된다. 1인이 최대 20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서하나 기자

산림청이 선정한 2026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
전국에는 73개의 크고 작은 수목원·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자생식물을 수집·증식하고 보전하는 산림생물의 최후 보루이자 기후적응의 가치를 담고 있다. 방문객들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제공하는 최적의 장소가 돼줄 것이다. 산림청은 그 가운데서 ‘2026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을 선정했다.

1.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강원 춘천시)
2. 경상남도수목원(경남 진주시)
3. 구례수목원(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4. 기청산식물원(경북 포항시)
5. 미동산수목원(충북 청주시)
6.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경기 안양시)
7. 신구대학교식물원(경기 성남시)
8. 일월수목원(경기 수원시)
9. 천리포수목원(충남 태안군)
10. 한택식물원(경기 용인시)
(가나다 순)

서울대 안양수목원 두 배 즐기는 법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