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재난 안전시스템의 재편과 선진국 수준의 국민 안전성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출범했다. 지난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정부의 무능함, 작동하지 않는 재난 관리, 사라진 기업윤리, 정제되지 않은 언론 보도 등 우리나라 재난 대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과거에 다양한 재난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난를 통해 얻은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고 세월호 사고의 대응 과정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따른 재난이 증가해 수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발생 원인, 발생 장소, 재난의 규모, 재난의 직간접적인 영향, 재난 발생 과정의 진행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피해 상황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2016년 9월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23명의 부상자와 전통한옥의 피해, 불국사 대웅전, 다보탑 등 문화재의 피해 등 110억 원이 넘는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을 살펴보면 그 규모가 커지고 발생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복원하고 국민안전부 신설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장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가 재난의 예방과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재난은 그 크기와 범위가 단일 부서나 기관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관련 기관들이 협조를 해야만 신속하게 처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재난 관리체계는 일반 행정체계와 달리 특수성을 띠고 있다. 일반 행정체계는 이미 수립된 정책이나 규정의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집행·관리·감시가 이뤄진다. 그러나 재난 관리체제는 언제 어떤 유형의 재난이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해 표준운영절차를 규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재난 상황에 맞는 대응체계를 마련해놓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재난 관리의 전반적인 제도 및 기구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체제를 구축하며, 교육·훈련·연구 등 재난 관리에 효율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기관 및 민간단체와의 연계체제 구축, 대응계획 수립, 구조 및 구난, 신속한 복구 지원 등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수습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실무조직과 전문성 있는 인력 보강, 재난 관련 현황 파악 및 점검, 대비계획 수립 등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재난 안전 분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난 관리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민의 생명과 인명을 중시하는 긴급구조 및 응급의료체제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관리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재난 관리 리더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관리의 절차 및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능력을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 그리고 기초연구부터 실무연구에 이르기까지 재난 안전 분야의 전문 연구기관을 확대해 다양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난 안전에 대한 전 국민의 의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재난 안전의식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과 훈련이다.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재난 안전교육 및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데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안전의식 및 문화의 정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정부처럼 재난으로 인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없고 가동되지 않는 안전장치는 모두 걷어내야 한다. 개선과 보완을 통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재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재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백민호 | 강원대학교 재난관리공학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