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문화융성위원회(이하 융성위)가 핵심 제안 과제를 발표했다. 내용은 ▶한식문화의 세계화 기반 구축 ▶소외지역 문화박스쿨 운영 ▶체감형 지역생활문화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세 가지다.
융성위는 4월 1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열린 제5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활동 방향과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표재순 위원장은 '우리 문화를 찾고, 섞어, 행복을 나눈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제1기 융성위가 문화기본법을 제정하고 '문화가 있는 날'을 추진하는 등 문화융성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제2기는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문화융성을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한다.
박 대통령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 것이고, 우리 혼을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 하나하나가 미래에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보고 적재적소 맞춤형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표 위원장은 이날 '마을을 문화로 다시 살리기'와 '타 부처 사업에 문화의 옷 입히기', '세대별 문화향유 확산하기' 등 문화융성을 확산시키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이어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문화가 국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문화 서비스 및 콘텐츠 제작 환경 개선'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융성위에서 제안한 과제에 대해서는 예산과 추진방식 등에 대한 실무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1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제5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식문화의 세계화 기반 구축
한식 세계화 사업이 농식품 수출 확대를 넘어 '한식문화'의 세계화에 기반을 둔 코리아 프리미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먼저 한식의 역사, 문화, 스토리 등 문화 소양을 갖춘 이들을 한식 전문가로 양성해 우리 문화를 알린다.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 등 해외 교육기관과 연계한 '한식 마스터클래스'도 추진한다.
4월 11일 문화창조벤처단지에 개관한 K-스타일허브의 한식문화관을 지방자치단체에도 설치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한식문화 사전도 개발된다.
전통 가치에 기반을 둔 한식 관광상품으로 전통주가 집중 육성된다. 융성위는 전통주를 고품격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식문화의 보전 가치와 우수성을 지닌 발효문화, 장 담그기 문화, 제례문화, 나물문화 등 전통 한식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동시에 한식문화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사업도 진행한다. K-팝과 한식을 연계해 K-팝 스타와 셰프가 함께하는 한식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표 한식 메뉴를 해외 한식당에 보급하는 방안이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한식문화 홍보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평창동계올림픽 특선메뉴 확산, 미식잡지 발간, 한식체험관 운영, 모범 한식당 인증(가칭 '평창 2018 레스토랑') 등 다각적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스마트 교실 ‘문화박스쿨’은 국내외 문화 소외지역에 설치돼 도서관, 교실, 창작공간으로 활용된다.
소외지역 문화박스쿨 운영
융성위는 올해 문화박스쿨(Boxchool)을 국내외 문화 소외지역에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키로 했다. 문화박스쿨이란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해 상황과 목적에 따라 교실, 도서관, 창작공간, 주거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스마트 교실이다. SK텔레콤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 배상민 문화융성위원이 설계한 것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의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서 지난해 대상을 받았다.
문화박스쿨은 운반과 설치가 쉽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단열, 환기, 냉난방을 함으로써 거주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국내에서는 먼저 쪽방촌과 농촌, 도서, 산간지역 등 도심 소외지역에 예술가 대상 임시 레지던스 형태로 지역주민과의 협업형 예술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평창올림픽 등 대형 축제가 열릴 때에는 임시 숙소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제3세계 소외 국가와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최첨단 교육 기능을 제공하고 필요 시 의료, 지역 주민센터, 공장 등의 형태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융성위는 올해 문화박스쿨의 구축과 활용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 국내외에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하고, 내년부터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한식문화’의 세계화로 나아간다. 사진은 지난해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에서 선보인 비빔밥.
체감형 지역생활문화 활성화 &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주민 간 문화향유 격차 심화, 생활문화센터의 열악한 운영 여건,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 수요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도 마련됐다. 먼저 모든 기초지자체에 생활문화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경찰청의 유휴 파출소 10곳을 활용하는 방안이 올해 시행된다.
청년 문화기획 인력을 센터에 파견해 운영을 활성화하고, 청년 문화기획자 대회(권역별), 지역문화 청년허브 지원 등을 통해 청년 인력이 자생적 협력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청년 예술인들이 골목과 전통시장 등 지역 내 공간에서 공연하는 '작은 음악회'를 지원한다. 지역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이는 동시에 청년들에게는 취업을 위한 디딤돌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자유학기제와도 연계해 예술·체육 교과를 2~3시간 집중 교육하는 '아트데이'와 '스포츠데이'를 운영한다. 예술가와 함께 문화 활동을 즐기는 학생 동아리 '드림스쿨'은 학교 예술교육을 확대해 청년 예술인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어촌 마을의 예술화 사업도 진행된다. 청·장년 귀농·귀촌자 등을 명예 문화이장으로 선정해 마을 단위 '1촌(村) 1문(文) 운동'을 벌이는 사업을 올해 시범 추진한다. 음식(Food)과 예술(Arts), 휴식(Rest), 음악(Music)을 결합한 마을을 조성하는 '컬처팜(Culture FARM) 프로젝트'로 농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