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방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알베르 카뮈. 그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때 인간이 취하는 반응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번째는 삶의 희열을 느끼며 자살하는 인간. 두번째는 평생 그 의문을 가지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삶을 사는 인간. 세번째는 운명에 도전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인간이다.
카뮈는 “세번째 유형으로 반응할 경우 삶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고 주장했다. 그 세번째 유형을 대표하는 인간이 ‘칼리큘라’다. 카뮈의 희곡 <칼리큘라>가 동명의 연극으로 제작돼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로마의 황제 칼리큘라는 여동생 드루실라의 죽음을 목격한 후 갑자기 사라졌다가 사흘 만에 돌아온다. “인간들은 죽는다. 그들은 무력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칼리큘라는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런 칼리큘라의 방식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단지 무자비한 폭군일 뿐인가? 아니면 운명에 대항하는 혁명가인가? 연극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연극은 칼리큘라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불가능을 시도하며 저항하는 인물로 그린다. 폭군이 아닌 창조하는 인간으로, 마침내 죽고 마는 인간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그를 표현한다. 새롭게 조명된 칼리큘라가 관객과 어떻게 호흡할지 궁금하다.
글·박성민 기자 2014.09.08
기간 9월 21일까지
장소 서울 학전블루소극장
문의 ☎ 010-2069-7202
오은하의 지구별 관측소
‘대박 웹툰’ 기대해 볼까
이건 대작이겠다! 느낌이 오는 웹툰 두 편이 시작됐다. 7월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복학왕>(기안 84)과 지난달부터 다음에 게재돼 온 <파인>(윤태호)이 그 작품들이다. <복학왕>은 기성세대가 어쩌면 가장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세대, 20대 초반 청년들의 이야기다.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20대 후반과는 달리, 그리고 어쨌든 기성세대가 가정에서 매일 먹이고 재우고 생활동선을 잘 알고 있는 10대들과 달리, 20대 초반은 미지의 생물이다. <복학왕>은 바로 이 세대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가슴에 다가오고 마구 웃다가도 결국 맘 찡하게 만드는 것은, 소위 ‘지잡대’라고 불리는 학교에 다니는 수많은 젊은이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연민이다. “이따위 학교를 나와 결국 뭐를 할까” 하는 치명적 질문과 이에 따른 자조, “이따위 학벌로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나 제대로 튀길 수 있겠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서 우리는 이 사회의 편견과 이들이 뒤집어쓴 견디기 어려운 무게의 고통을 느낀다.
<파인>은 윤태호 마니아들에게 기쁜 소식임과 더불어 어리둥절한 뉴스다. 시작부터가 대작의 풍모인데 이걸 후딱 끝내고 <미생 2>를 한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궁금증을 되새길 새도 없이 <파인>은 독자들을 순식간에 1970년대 신안 앞바다 도굴꾼들의 소굴로 끌고가 버린다. 동네깡패 삼촌 밑에서 자란 양아치 오희동, 좌절된 꿈이 결벽스러운 꼼꼼함으로 나타나는 잔혹한 승부사 삼촌, 땅바닥 개미들을 향해 오줌을 휘갈길 수 있는 똘아이 나대식 등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에다가 서로의 관계도 손 베일 듯이 날카롭고 선명하게 묘사돼 있다. “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귀찮게 안 할 놈 셋이면 귀찮은 일이 생겨버린다”는 등 매회 주옥같은 대사들을 빵빵 터뜨리며 어느새 대한민국의 땅투기와 일확천금의 ‘돈 놓고 돈 먹기’ 현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무르익히고 있다.
글·오은하(매스컴학 박사·<코리안 시네마 투데이> 필자)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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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