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연극예술가’라 불리는 노다 히데키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이 한국에서 연극으로 대중과 만난다. 이번 연극 <반신(半神·Half Gods)>은 아홉 살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얘기다. 언니 슈라의 장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마리아는 예쁘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반면 못생긴 슈라는 그렇지 못해 분노만을 안고 산다. 열 살이 되기 전에 둘 중 하나는 삶을 포기해야 한다. 몸집이 커질수록 하나의 심장이 쌍둥이에게 부담이 되는 탓이다. 이 사실을 안 슈라는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이 버림받을까 두렵다.
연극 <반신>은 서로 다른 주체가 한몸에 있는 양면적 존재인 인간을 ‘샴쌍둥이’로 형상화했다. 특히 이번 연극을 연출한 노다는 지난 9월 26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늘 타인을 갈구하지만 반대로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 존재의 역설적 욕망을 샴쌍둥이를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986년 하기오 모토의 단편만화가 원작이다. 30년이 지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NA 구조인 나선형으로 천장까지 이어지는 계단,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는 세트 위에 두 쌍둥이 소녀와 그들을 다른 차원으로 데려가기 위한 요괴들이 등장한다.
노다 히데키는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 등 유럽, 태국 등 타 아시아 국가들과도 활발히 작업해 온 세계적 연출가다. 이뿐만 아니라 극본도 쓰고 연기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이 많다. 일본에서는 올리는 작품마다 매진 사례가 이어져 그의 행보 자체가 큰 화제인 스타 연출가다.
글·김영문 기자 2014.09.29
기간 10월 5일까지
장소 서울 명동예술극장
문의 ☎ 1644-2003
오은하의 지구별 관측소
‘나이와 외모’ 편견 깨다
올해 초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저 노인분들이 한때는 젊고 매력적인 청년과 처자였으며, 지금도 쭈글쭈글하고 오그라진 살과 뼈에 갇혀 있어서 그렇지 반짝이는 호기심과 신선한 열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노인들도 지금 역시 마음은 똑같겠구나.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말하고 행동한 것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몸을 입게 된 것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머릿속은 옛날과 똑같은데 남들이 나에게 대하는 것이 달라 짐을 보면서 내가 나이 먹었음을 느낀다. ‘남들이 나를 전과 다르게 대함을 느끼는 것’이 노화를 맞아 겪는 여러 가지 변화 중 하나라면,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사진)·(이재용, 2014)의 주인공 아름(조성목)이만큼이나 이 변화를 극적으로 느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 영화는 조로(早老)라는 희귀한 병의 비극성이나 부모자식 사이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하지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 및 자신의 영혼과 조응하지 않는 외모와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중학교 3학년 나이인 아름이의 몸은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과 같다. 눈도 침침하고, 안 아픈 데 없이 약을 종류별로 달고 살고, 관절도 다 삐끗거린다. 하지만 “태어나서 거의 하루도 몸이 안 아팠던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신체 기능보다 이 사춘기 소년을 훨씬 더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조로해 버린 그의 외모. 성형과 다이어트로 아름답게 거듭난 사람의 이야기가 인간승리의 미담으로까지 격상되는 시대에 아름이는 악조건을 딛고 먼저 용기를 내 세상에 손을 내민다. 남이 보는 내 모습에 투항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 소년의 용감한 도전은 조로증이라는 생소한 병 이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울림 있는 공감거리를 준다.
글·오은하(매스컴학 박사·<코리안 시네마 투데이> 필자)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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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