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산림항공관리소 Bell-206을 타다 12월 1일 오후 2시, ‘공중계도활동’에 나선 ‘Bell-206(산불진화 겸 예방헬기)’이 청양산림항공관리소의 이륙 승인을 받자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순식간에 고속도로를 줄지어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작은 점으로 보였다.
“날씨가 건조합니다. 산림은 귀중한 재산입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맙시다. 논·밭두렁을 태우지 맙시다.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입니다.”
Bell-206이 공중계도활동을 이어가는 1시간 동안 산불예방방송이 청양군 일대에 울려 퍼졌다. 공중계도활동은 산불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봄·가을철 ‘산불조심기간’에 한층 강화된다. 해당 기간 외에도 지역별 산불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돼도 즉시 운영된다. 이러한 조치는 산불 위험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 불씨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산불예방뿐만 아니라 산불 진화의 성패는 사실 초기 대응에 달려 있다. 몇 분만 늦어도 불씨는 바람을 타고 대형산불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월 22일 산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초동 대응 강화를 예고했다. 특히 대형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3~4월에는 신고 접수부터 물 투하까지 걸리는 ‘골든타임’을 기존 50분에서 30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골든타임 사수와 초동 조치에서 Bell-206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시야 확보가 가장 중요 이날 기자는 Bell-206에 탑승해 공중계도활동을 지켜봤다. 헬기 탑승 당일에는 기상조건이 양호했지만 출동 시 항상 기상조건이 좋을 수는 없다. 헬기조종 경력 33년 차인 박승훈 조종사는 “정말 출동이 어려운 상황은 안개, 산불로 인한 연기 발생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라며 “바람이 심해도 안전이 보장된다면 출동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헬기조종 경력 26년 차인 조태성 조종사도 올해 3월 발생한 ‘의성발 경북산불’ 당시 안동 지역 쪽 공중진화작업에 투입됐는데 진화활동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짙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조종사들이 고군분투했다”면서 “산불은 일반 화재와 달리 사용할 수 있는 진화 수단과 방법이 제한적이기에 초기 화점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즉각 대응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년 12월 기준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산불진화헬기는 총 50대로 이 중 보유량이 가장 많은 기종은 ‘KA-32’다. 총 29대로 담수량은 3000ℓ, 약제적재량은 2000ℓ, 비행시간은 190분이다. ‘S-64’의 경우 현재 7대를 운용 중인데 현재 보유 기종 중에서 최대 담수량(8000ℓ)을 자랑하고 한 번 인양 시 9000㎏까지 운반할 수 있다. 한 번 담수 시 2000ℓ까지 담수할 수 있는 ‘KUH-1(3대)’도 있다. 4대가 운용 중인 ‘AS-350’은 앞서 소개한 산불진화헬기에 비해 담수량(800ℓ)과 약제적재량(500ℓ)은 적은 편이나 한 번 비행 시 200분까지 운용이 가능하다. 산불예방헬기로 대표되는 Bell-206의 경우 현재 운용하는 산불진화헬기 중 담수량(600ℓ)과 약제적재량(400ℓ)이 가장 적어 화재진화보다는 주로 지휘통제기로 활용되고 있다. 기동성과 민첩성을 살려 초기 산불 상황 파악,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필요 물품 전달,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 조종사들의 임무교대를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산불예방의 완성은 ‘주민협조’ 우리나라 산불진화 컨트롤타워는 산림청이다. 산림청 산하에는 산림항공본부와 12개 산림항공관리소가 있다. 권역별 관리소를 중심으로 산불진화 작전이 이뤄진다. 산불예방 단계에서 Bell-206이 주로 공중계도활동을 담당하고 Bell-206이 메울 수 없는 현장의 ‘마지막 빈틈’은 ‘지상계도기동반’이 뛰고 있다. 기동반은 진화장비를 차량에 탑재한 채 산림 인접 지역과 주변 농가를 순찰하며 논·밭두렁 태우기나 농산 폐기물·쓰레기 소각 등 산불 위험 요소를 발견하는 즉시 초기 진화에 나선다. 지상계도기동반원인 조당연 산림주무관은 “직접 가기 어려운 지형의 경우 산림무인기(드론)를 활용한 산불예방활동을 펼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계도활동이 진행되지 않는 시간대를 활용해 은밀히 소각을 진행하는 영농가도 있어 속상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산불진화헬기가 출동하기 힘든 야간에는 공중진화대가 초동 대응을 맡는다. 산불 의심 신고가 접수되거나 산불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한다. 조 주무관은 “공중진화대는 퇴근 후에도 언제든 출동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산불조심기간에는 사실상 비상 대기 상태로 지낸다”며 “불시에 연락이 오더라도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장비 점검부터 이동 동선까지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발생 50㎞ 이내 헬기 출동 산림청은 현재 가을철 산불조심기간(10월 20일~12월 15일)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산불이 발생하는 즉시 모든 진화자원이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 지금까지는 산불이 발생하면 관할 구역의 산림청 산불진화헬기와 지방정부의 임차 헬기가 먼저 출동하고 산불이 확산될 경우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의 헬기가 추가로 투입됐다. 앞으로는 산불이 발생하면 관할 구역에 상관없이 산불이 발생한 곳에서 50㎞ 이내 가장 가까운 헬기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출동하는 체계로 바뀐다. 산불 초기부터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림항공관리소로서는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이다.
구준석 운항관제팀장은 “산림청 소속 산불진화헬기 조종사들은 평균 경력 20년 이상으로 이뤄진 베테랑들로 군 간부 출신도 다수인 만큼 지금과 같은 산불 위기 상황에서 임무를 완수하려는 책임감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며 “산불 발생 시 압도적인 초기 대응을 해낼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백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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