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바람개비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기를 빌어본다.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우희덕
①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 주변에는 풍력 발전기가 스무 대 가량 설치되어 있다. 하얀색의 풍차 그 거대한 바람개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지역은 ‘바람의 고장’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분다. 10분간 드라이한 머리가 10초 만에 망가지곤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돈키호테의 심정으로 이곳을 찾는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발전기 중 유독 하나만 돌아가지 않는다. 무슨 영문인지 주변 발전기는 모두 힘차게 움직이는데, 바람도 세게 부는데, 하나의 발전기만 멈춰 있다. 머릿속 생각이 혼잣말로 나온다.
“쟤는 왜 안 돌아가지? 나인가?”
② 서귀포감귤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감귤류를 파는 과일 가게에 ‘신혼부부 할인매장’이라고 크게 붙어 있다. 한숨이 새어 나온다. 제주 신혼여행이 철 지난 이야기처럼 보여서가 아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안 그래도 달콤할 텐데 굳이 저렇게 할인까지 해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혼자 사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어디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③ 시장에 가면 잃어버린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다. 무엇을 특별히 사지 않아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주하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명절에 느끼는 풍성함과 북적거림, 시장은 일상의 명절 같은 것이고 스스로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끝자리가 4와 9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 한림민속오일시장은 내가 수차례 다녀온 서귀포올레시장이나 제주 동문시장보다 규모가 작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시장 풍경은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고, 실속 있고, 정돈된 느낌이다. 한 마디로 있을 건 다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다. 치열한 삶이 있다. 입맛이 없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것처럼 작은 희망을 맛본다. 그렇게 풀지 못한 숙제에 다가선다. 삶과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시장에 가면 꼭 떡볶이를 먹게 되는가.
④ 눈으로 마시는 파란색 칵테일. 세화해변과 더불어 금능해변은 나의 바다다. 가장 자주 찾는 해수욕장이다. 끝이 없는 바다를 보며 깨닫는다. 인생은 밀물과 썰물의 이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물 빠질 때 빠져 나와야 한다. 세속적인 생각과 단순한 진리는 맞닿아 있다.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도 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금능해변의 석양은 아름답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인생이 덧없게, 사람이 작게 느껴진다. 지는 해를 보며 생각한다.
내일도 태양은 떠오른다.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_ 장편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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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