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낙관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든다. ‘낙관적인 마음이 정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 낙관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꼭 언급하는 인물이 있다.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짐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8년 동안 끔찍한 고문에 시달리며 독방 생활을 해야 했다. 함께 수용된 동료들은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는 살아남아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귀국 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는 인터뷰에서 그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던 낙관적인 동료들은 수용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풀려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크리스마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줬어요. 저는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사실을 왜곡해 현실적인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듣는 순간에는 위로가 되지만 기대하던 결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오히려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수용하는 태도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다만 비판적인 해석이 비관적인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음 세 가지를 주의하면 된다. 먼저 문제의 원인을 외적 원인과 내적 원인으로 구분해서 해석해야 한다. 외적 원인으로 일어난 일들을 내 탓이라고 여기며 자책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은 없다. 업황이 나빠져 매출이 줄어들거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객관적인 외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이전의 실패가 트라우마(사고 후유 장애)가 돼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다.두 번째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가늠하는 것이다. 지금의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괴로워해서는 안된다. 지금 내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을 대하듯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 세 번째는 당면한 문제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이다. 몇 번의 실패가 마치 내 삶을 모두 망쳐버릴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삶은 수만 개의 퍼즐 조각이 합쳐져 만들어진 그림조각과 같다. 실패도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른 조각들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건설적인 일이다.
이런 식의 마음가짐은 낙관이 주는 긍정의 위로를 느끼게 할 수는 없지만 고통을 수용하며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준다. 꿈꿀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을 때 필요한 조언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찾게 하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이 고통 속에 있다면 지옥 같던 8년을 견뎌낸 스톡데일처럼 강한 신념을 가진 현실주의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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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