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 마세요. 김미경답지 않아요.’
30년간 알고 지내던 지인이 얼마 전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그가 나를 꾸짖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튜브를 틀기만 하면 김미경이 나와서 ‘손모가지 걸 테니 주식을 사라’는 광고가 뜨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그건 정말 ‘김미경답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김미경을 사칭한 ‘사기 광고’였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무료 책과 무료 강의를 해준다며 내가 연예인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이상하게 합성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연예인과 재벌총수, 심지어 전·현직 대통령까지도 사칭 사기를 당했다. 이 사실을 알자마자 나는 즉각 나의 모든 누리소통망(SNS)에 속지 말라는 공지를 올렸고 유튜브에 영상도 찍어 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게 불법리딩방 같은 금융사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똑같은 수법의 사칭 광고가 유튜브에 번지기 시작했다. 내 이름과 얼굴을 도용한 가짜 채널이 우후죽순 생기고 문제의 ‘손모가지 광고’가 유튜브 광고에 미친 듯이 떴다. 심지어 구글과 연결된 다른 광고 채널까지 사람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이 정도로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부을 수 있는 범죄자들은 도대체 누굴까? 바로 보이스피싱 조직이다. ‘손모가지 광고’에 관심을 보인 이들에게 김미경의 비서 또는 동생이라며 카카오톡으로 접근하고 밴드로 초대해 주식정보를 몇 가지 주는 척한다. 그다음 신뢰가 생기면 가짜 애플리케이션을 깔게 하고 가짜 수익률을 보여주다가 투자하라며 돈을 요구하거나 출금하려면 증거금을 넣으라며 입금을 요구한다. 실제로 입금하면 밴드를 폐쇄하고 연락을 두절한다.
과거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가짜 김미영 팀장이 가짜 김민수 검사가 됐다가 이제는 실체가 있는 유명인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지하에서 활동하는 줄 알았던 범죄집단이 백주 대낮에 유튜브 광고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이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다. 유튜브 같은 거대 플랫폼이 승인한 광고가 설마 보이스피싱 범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없다. 믿기 어렵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매일 사칭 계정을 수십 개씩 찾아내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오늘 10개를 지우면 다음날 10개가 또 만들어진다. 이미 경찰에 고발도 했지만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현실이다. 가짜가 내 얼굴과 이름을 도용해 온라인에서 광고를 돌려도 막지도 처벌도 못한다. 모쪼록 이 글을 통해 한 명의 피해자라도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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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