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포르투갈의 와인 산지인 도루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포르투와인은 프랑스에서조차 그 옛날 랭보나 베를렌느도 즐겨 마셨고, 하나의 문화를 이룰 만큼 아주 고급스러운 와인이라고 했다. ‘그 와인이 어떻길래’ 하며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는 그 옛날 좋아했던 그룹 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햇빛 찬란한 고음으로 신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울었다. 택시 안은 택시 같지 않고 아주 작은 카페 같았다. 달리는 카페 속에서 눈을 감고 행주처럼 푸욱 젖어갈 무렵 전직 축구선수인 택시기사 아저씨도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나도, 담당 피디도 함께 흥에 젖었다. 교육방송(EBS)의 세계테마기행 출연차 떠난 포르투갈 여행이었다.
그렇게 포르투갈 전역을 돌아볼 때 어디를 가나 강력한 세계 공유의 추억은 팝송이었다. 그 팝송이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세대를 묶어가는 것을 느꼈다. 노래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좋아하는 가수와 연예인들은 이상하게도 가족 같다. 그들의 삶과 죽음마저 마치 곁에서 일어나듯 강한 현실감을 준다. 음악은 즐기면 즐길수록 잊히지 않는다. 떠올릴 때마다 감미로운 추억에 젖고 어디서든 따사롭다.
러시아 공항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내 내가 좋아하는 팝송이 흘러나와 낯선 장소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덴마크의 차안에서도 아바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때 만난 스물두 살이라는 청년 가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아바의 노래는 저도 좋아해요.”
“그 옛 노래를 알아?”
“여기서는 구닥다리 노래와 요즘 노래를 가리지 않아요. 그냥 들어서 좋으면 다들 좋아해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던 대학생인 가이더와 서먹함을 노래가 지워가고 있었다.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유행에 민감하지 않았다. 좋으면 오래 되든 아니든 흔들리지 않는 전통을 사랑하는 문화적 자존감이 대단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너무나 당연시되고, 유행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아주 좋은 점이었다.
그때 열린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과 함께 아바의 ‘댄싱 퀸’이 살며시 나를 감싸 안고 미소지었다. 그렇게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따사롭게 묶어가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세대를 넘고, 시간을 넘어 음악이 흐르는 차 안은 흥겹고 편안했다. 그렇게 추억과 최근에 있던 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엉켜 흘러갔다.
글·신현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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