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력과 전문 지식이 없어도 재능과 감성만으로 협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크라우드 소싱’,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말을 요즘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면 집단적인 외부로부터 전문적인 지식과 자본의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는 인터넷과 디지털기기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면서 가능해졌다. 방법과 방식이 훨씬 수월해졌고 이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겨났다. 돈이 없고 기술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 것이다. 실제로 영화와 같은 몇몇 예술작품이 이런 방식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크라우드 소싱과 펀딩 방식의 개방형 집단협력 모델은 기회의 부족을 느끼는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개인들은 가면 갈수록 자본과 고부가가치 기술로부터 접근이 차단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대중화되고 확대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실루엣(윤곽)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도 특허가 등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나리오 정도는 완성돼 있어야 했다. 크라우드 방식의 소액 자본 투자일지라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실체를 보고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 조건을 한 차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모델이 예술가들을 위해 먼저 등장했다. 2010년 설립된 미국의 히트레코드(hitRECord)는 음악, 영화, 사진, 공연, 그래픽 아트 등의 작품들을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협업 체계로 만드는 회사다. 히트레코드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음악가,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비디오 에디터 등의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발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면 이를 공연, 영화, 영상, 음반, 티셔츠와 같은 유·무형 형태로 상품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서 기존 크라우드 소싱과 펀딩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예술가는 자신이 어떤 작품에 참여할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고 히트레코드는 이들을 기획된 작품에 배치한다. 재능은 있지만 비즈니스 능력과 기획력이 없는 예술인들에겐 훨씬 수월해진 방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술가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창작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상품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통해 발생된 수익은 리소스(자원-재능)를 제공한 예술가들과 5 대 5로 나누어 가지게 된다.
현재까지 히트레코드는 성공적이다. 여세를 몰아 올해 8월부터 히트레코드는 케이블 채널 피벗(Pivot)에서 독자적으로 버라이어티 TV쇼 제작에도 나섰다.
히트레코드는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500일의 썸머> 등에 출연한 미국 배우 조셉 고든 - 레빗(Joseph Gorden - Levitt)이 CEO를 맡아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글·박성희(한국트렌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히트레코드 : www.hitrecor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