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살피면 서울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서울을 먹다>는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음식 기행작가 정은숙은 1년에 걸쳐 서울의 온갖 음식들을 맛보러 다녔다. 그렇게 찾아다닌 후 책에 소개한 음식은 총 17가지. 일제강점기부터 서울 명물로 소문난 설렁탕이 있고 냉면, 홍어회, 빈대떡, 부대찌개 같은 음식들이 포함돼 있다.
얼핏 의문이 생기는 건 언급된 음식들을 떠올릴 때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이 먼저 생각난다는 사실이다. 냉면은 평양과 함흥, 홍어회는 남도, 부대찌개는 으레 의정부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럼에도 저자가 이 음식들을 ‘서울 음식’이라며 책에 담은 이유는 뭘까.
대다수 서울 시민들이 지역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 세대부터 서울에 살기 시작한 경우가 57.2퍼센트나 차지했다.
부모 세대부터 살기 시작한 비율이 33.6퍼센트, 3대째 이상 이어져 토박이라 불릴 만한 비율은 고작 6.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 까닭에 서울 음식에는 이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을지로 평양냉면과 오장동 함흥냉면에는 6·25전쟁으로 피난 올 수밖에 없었던 실향민들의 애환이 스며 있다. 평양냉면 전문점에 가면 연세 지긋한 실향민들이 냉면을 먹으며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린다. 추운 겨울밤이면 뜨거운 아랫목에서 먹던 어머니의 냉면 맛을, 그 추억의 맛을 을지로에서 채워 간다.
신림동은 순대타운으로 유명하다. 원래 재래시장에서 시작한 순대볶음 가게들이 두 개의 건물에 입주하더니 타운을 이뤘다. 이곳 순대타운을 살펴보면 대부분 간판에 전라도 지명이 붙었다. 1960~70년대 신림동 인근에는 전라도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낯선 서울에 적응하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이 값싼 순대볶음과 얼큰한 소주 한 잔이었다.
책에는 이렇듯 서울 음식과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옥엔 야간 통행금지가 끝날 때까지 속을 풀던 사람들이, 장충동에는 장충체육관 운동시합을 보고 족발 골목을 찾던 사람들이 있다. 신당동 떡볶이집에는 이제 아들딸의 손을 잡고 와 그 시절 수줍었던 미팅의 추억에 잠기는 이들이 있다.
두 저자는 같은 대상을 얘기하되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글을 풀어냈다. 정은숙은 서울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이들과 그것을 먹고 즐기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담았다. 황교익은 음식의 유래와 그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한 지역에 모여 있게 된 배경을 인문학적 통찰을 담아 보여준다.
글·남형도 기자 2013.10.28
새로 나온 책
아니다, 성장은 가능하다
유필화, 헤르만 지몬 지음
흐름출판·1만5천원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성장과 발전의 기회는 있는가. 유필화와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두 교수는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5가지 주제로 분석한다. 세계화, 이익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 제품 세계의 변동, 달라진 소비자 행동, 총체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크 아탈리, 등대
자크 아탈리 지음
청림출판·2만9,800원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가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등대로 삼은 23인의 지혜를 담은 책이다.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토머스 에디슨 등 그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등대’들이 삶을 어떻게 헤쳐가는지를 통해 뚜렷한 신념과 인생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