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처럼 우리와 친숙한 생선도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다획성 대중어로 가정의 식탁에도 흔히 오르지만 식당에서도 가장 자주 만나는 찬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있었던 수산물 관련 조사에서 고등어는 선호도나 매출 면에서 압도적인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옛날에도 고등어는 흔했던 듯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우리나라 곳곳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이름을 <세종실록>과 조선중기의 <우복집(愚伏集)> 등에는 고도어(古道魚)라 했는데 다른 문헌에는 ‘도읍 도’자를 써서 고도어(古都魚)라고 하거나 ‘칼 도’자를 써서 고도어(古刀魚)라 쓴 기록도 보인다. 고도어는 ‘고도리’라는 고등어의 옛 명칭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것은 고등어의 새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도 쓰인다.
고등어라는 이름 역시 고등어(皐登魚)라 쓰기도 하고 ‘옛 고’자를 써서 고등어(古登魚)라고 한 경우도 보인다. 같은 이름에 다른 한자를 쓴 것은 차음 표기를 하다 보니 그리 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자산어보>는 고등어를 푸른 옥돌무늬를 가진 물고기라는 뜻의 벽문어(碧紋魚)라 했는데 약간 작은 놈은 속칭 돔발이(塗音發)라고 부른다 했다. 고등어를 지역에 따라서 고망어, 고동어, 고디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고등어는 영양가가 높으면서 값은 싼 편이라 ‘바다의 보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고등어처럼 다양하게 가공하고 요리하는 생선도 드문데 구이, 조림, 국, 찌개, 강정, 찜 등은 기본 요리이다.
<자산어보>는 고등어에 대해 “맛은 달콤하며 탁하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만들 수 있으나 회나 어포는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금방 죽고, 지방 함량이 높아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다 있을 정도로 쉽게 상하기 때문에 정약전은 그렇게 기록한 듯하다. 그러나 냉장 유통이 발달한 요즈음은 회도 흔하게 먹는다.
허균의 <도문대작>은 “고등어는 동해에 있는데 그 창자젓이 가장 좋다”라고 기록하고 있고, 정조 때 진상품에 관한 규정을 수록한 <공선정례>에도 고등어 창자젓이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고등어 젓갈이 그 시절에는 상당히 귀한 반찬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상북도 내륙의 안동 사람들은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개발해 지역 명물로 발전시켰다.
교통 사정이 신통치 않았던 시절에 동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를 산간지방으로 옮기려면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상하기 일보직전에 이른 것을 염장 처리하면 효소와 소금이 어울려 절묘한 맛의 간 고등어가 된다.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없는 지리적 여건이 숙성의 맛을 깨우치게 한 전화위복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등어는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몇 안 되는 생선의 하나이기도 한데, 학창시절이나 군복무 때 야영하면서 먹어본 고등어통조림 김치찌개에 대한 향수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부산 사람들은 어려웠던 시절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라 부르면서 가까이 할 수 없는 소갈비에 대한 한을 풀기도 했다.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가을 고등어 철이다. 이 식욕의 계절에 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 몇 마리 사다 가족과 함께 구워 먹고 지져 먹으면 웬만한 시름은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안동의 잘하는 간고등어 생산업체를 수소문하여 주문해서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고등어회는 제주도가 본고장인데 제주의 ‘물항식당’과 ‘만선바다’가 유명하며 서울에서는 강남 신사동의 ‘제주항’과 광화문의 ‘한라의 집’에서 맛볼 수 있다.
글·예종석(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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