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흡연자의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공원과 버스 정류장은 물론 어지간한 규모의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까. 금연하면 회사에서 격려금을 준다거나 흡연자는 승진에서 탈락시킨다는 소식 역시 흡연자들의 마음을 더더욱 옥죄고 있다.
그렇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정부는 애연가의 기호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담배 공급에 더욱 힘쓰겠다며 담배 광고를 자주 했다. 전매청이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거쳐 KT&G로 이름을 바꿔 가며,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어떻게든 ‘담배’라는 단어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실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전매청(현 KT&G)의 광고 ‘새 담배 발매’ 편(동아일보 1974년 3월 30일)을 보자. ‘새 담배 발매에 즈음하여’라는 헤드라인을 세로로 쓰고 다음과 같은 문구로 새 담배의 발매를 알렸다. “전매청은 이번 애연가 여러분의 선택의 폭을 보다 넓혀 드리기 위하여 제조 담배의 품종을 다양화하였습니다.” 애연가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담배 종류를 다양화했다고 살짝 애교를 부리며 포장한 셈.
“동일 정가 내에서도 각기 특징 있는 끽미(喫味 : 피우는 맛, 강·중·약)와 격조 높은 의장(意匠)으로 품종을 다양화”함으로써 애연가들에게 “봉사하고자 하며”, 외국인을 위해서도 “국제 수준급의 관광용 담배를 발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의 새 담배 발매는 가격의 인상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드리며 새 담배의 품질은 물론 기존 담배의 품질도 계속 유지, 향상시킬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광고에서 소개하는 품명(브랜드 이름)을 보자. 한산도, 수정, 단오, 샘, 아리랑, 명승, 개나리, 환희, 파고다, 남대문, 학(鶴)은 일반 시판용으로, 썬(SUN)과 거북선은 관광용으로 구분했다. 필터 20개비의 ‘한산도’나 ‘수정’이 한 갑에 150원이었고 ‘파고다’나 ‘남대문’은 50원, 그리고 관광용 담배는 200원이었다.
거의 모든 담배 브랜드가 외국어 조합으로 이루어진 지금과 비교해 볼 때,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반영한 그 시절의 담배 이름은 구수해도 너무 구수하다. 외국인 대상의 관광용으로 시판한 ‘썬’은 납득이 가지만 ‘거북선’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데, 혹시 외국인에게 우리의 거북선까지 알리겠다는 국가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었을까?
그렇지만 1970년대의 구수한 담배 이름도 1900년대의 그것에 비하면 무척 세련된 작명이다. 1900년대의 제물포지권련급연초회사(濟物浦紙卷煙及煉草會社)의 광고(대한매일신보 1905년 12월 28일)에서는 “위생상에 지극 유익하오니”라며 담배가 건강에 좋다고까지 강조하거나, ‘뷰티(Beauty)’라는 서양 담배를 기발하게도 ‘관기’(官妓 : 관청의 기생)로 번역하기도 했다.
1900년대에 궐련은 지위의 상징이자 애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위생에 유익한 것에서 백해무익한 것으로 추락하고 있는 담배 광고에서 기호품의 역사를 읽는다.
글·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