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1일부터 도로명 주소법이 전면 시행되었다. 도로명 주소란 기존의 지번이나 아파트 이름 대신 ‘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된 새로운 주소 체계다.
1910년 일제의 토지조사 때 부여한 지번 체계가 1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 도로명 주소법이 제정되었다. 그렇지만 인지도가 낮아 시행을 연기해 오다 새해 들어 전면 시행되었다. 도로명 주소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인지율은 90퍼센트에 이르지만 활용률은 3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1970년에 실시된 ‘우편번호제’와 사뭇 흡사한 측면이 있다. 우편번호제를 실시했을 때도 처음에는 활용률이 높지 않았고 반발도 많았다.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의 광고 ‘우편번호제 실시’ 편(경향신문 1970년 6월 30일)을 보자. “세계로 뻗어가는 체신!”이라는 헤드라인을 가로로 기다랗게 제시하고, 지면을 4등분해 메시지를 설명하는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먼저 “우편번호제란?” 무엇인지 알리며 의령우체국의 사례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어 “우편번호제를 실시하면” 능률·송달 속도·경제·기계화 면에서 어떻게 좋아지는지 설명하며, 주소·번호·기계로 우편물을 분류할 때 시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막대 그래프로 비교했다.
또한 “우편번호는 어떻게 쓰는가?”라며 우편물 봉투 표면의 윗부분 오른쪽에 있는 번호 기재 칸에 다섯 자리 번호를 써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 봉투와 엽서 봉투, 그리고 원통 및 사각형 소포에는 어떻게 우편번호를 기재해야 하는지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간단히 표현함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다. 주목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오른쪽 지면에는 1970년 7월 1일부터 우편번호제를 실시하니 국민 모두가 협조해 달라는 장관의 당부를 담고 있다.
제2의 우편 탄생이라고 할 우편번호제가 실시됨으로써 우편물의 주소를 읽지 않더라도 배달 우체국을 쉽게 구분하게 되었다. 수작업으로 1시간에 1,500통까지 분류하던 우편물이 3천통으로 늘었다. 우편번호제 실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손이 아닌 컴퓨터에 의한 우편물 분류였다. 주목할 만한 기대효과는 우편 배달의 정확성과 신속성 향상이었다. 우리나라는 1959년 10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이 제도를 대만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번째, 세계에서 15번째로 실시한 국가가 되었다.
지금 우편번호제에 반발하는 사람은 없다. 초기에 이 제도를 주민통제 수단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도 있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도로명 주소도 숱한 논란을 거쳐 비로소 시작되었다. 도로명 주소가 정착되면 우편이나 택배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일상에서의 주소 찾기도 한결 쉬워지리라.
새로운 모든 제도는 찬반 양론이 있게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우편번호제의 성공 사례에 주목해 보자. 정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 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물류 분야에서만 연간 3조4천억원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당장에는 좀 불편하더라도 새 주소를 익히려고 노력하자. 정부도 현장 구석구석과 연계시킨 홍보 활동을 다각도로 전개해야 한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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