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전히 남자다워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중략) 남자들은 동류집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체질상 술이 안 맞아도 악착같이 ‘원샷’을 한다.”
남자들에게 술자리란 어떤 공간일까. 일반적으로 술자리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즐거운 자리로 비쳐진다. 심지어 형님과 동생 같은 관계를 만들고 직장에서의 상하관계를 뛰어넘기도 한다.
18년간의 공직생활을 거친 저자는 이런 술자리가 만드는 남성중심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술자리 문화의 내막을 낱낱이 들춰내면서다. 그 속에는 한국 남성들의 은밀한 욕망들이 꿈틀대고 있다. 책에서는 “술자리에는 승부, 질서, 허세, 음모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고 말한다.
왜 이런 문화가 생긴 걸까? 바로 ‘남자답지 못할까봐’ 두려워서란다. 남자답지 못한 남자로 낙인 찍히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남자들 간의 비즈니스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 ‘마초’를 강요하는 남성문화가 활개를 펴게 되는 시점이다. 남자다움을 갖기 위해 남성들은 자연스레 술을 마시며 버티고 함께 어울려야 한다.
이런 문화는 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남성중심 문화가 만든 조직의 경직성, 사회의 구태가 그 결과였다. “술자리 문화는 전국에 4만5천개에 달하는 유흥주점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를 세계 1위의 성형대국으로 만들었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 협력과 소통의 자세처럼 남자가 갖춰야 할 덕목 대신 욕망에 사로잡힌 일상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다.”
한편 저자는 이런 마초 현상의 원인을 ‘어쩔 수 없었음’에서 찾기도 한다. 바로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주역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를 갖추지 못했다. 돌파구로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술과 여자였다는 게 저자의 변론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남성 독자들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여성 독자들에게는 이런 문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남성들을 이해해 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 있는 남성들을 위로하고 있다. 꼭 마초적이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틀어박힐 필요는 없다고 다독이며, 억지스럽게 붙들고 있던 자신만의 틀을 깨기를 권고한다. 마치 중년의 저자 자신에게 하는 위로 같기도 하다.
이 책에 의하면 ‘흔들고 섞어야’ 하는 것은 술병만이 아니다. 지금 사회에 팽배한 마초 문화를 흔들어야 한다. “남자들은 변해야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들어야 하고 흔들려야 한다. 결혼을, 남자다움을, 남자의 엄숙주의를, 군대를 흔들어야 한다. 그리고 섞어야 한다.” 남성문화에 지친 남성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따뜻한 건배 제의다.
글·박지현 기자 2014.01.13
새로 나온 책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동물의 행복할 권리
전경옥 지음 | 네잎클로바 | 1만6,800원
동물보호운동가의 7년간의 활동 기록을 담은 책이다. 동물원 문제와 동물쇼 반대운동 전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Action for Animals)’의 설립자이기도 한 저자가 모란시장, 농장, 도살장, 동물원 등 동물의 권리가 박탈당한 현장을 고발한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생각이 있는 존엄한 한 생명임을 깨닫게 한다.
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마거릿 폴 지음 | 정은아 옮김 | 소울메이트 | 1만6천원
내 안에도 아이가 있다! 늘 성숙함과 강함을 강요하는 시대에 저자는 가장 약한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스스로 ‘내면아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부모가 되면, 자신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돌봐 자기 내면의 ‘부모가 되는 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법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