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한 2014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기분은 남다르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 두근대는 마음으로 4년 후 평창에서 펼쳐질 동계올림픽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어달리기를 할 때, 저 앞에 달려오는 선수에게서 바통을 이어받기 전의 긴장감 같은 것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야말로 “느낌 아니까~.”
2018년이 되면 기차 타고 평창까지 쑹~
2017년에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을 거쳐 평창까지 바로 들어가는 열차가 개통된다고 한다. 평창까지 기차로 달려볼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서울에서 평창까지 산 넘고 물 건너 왕래하던 세월을 지나 바야흐로 새로운 철도의 시대가 눈 앞이다.
하지만 아직은 평창까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한다. 생각보다 그리 멀진 않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이면 평창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평창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이면 이내 평창올림픽시장에 닿는다. 추운 날씨를 뚫고 즐기는 겨울 스포츠만큼이나 매서운 겨울 날씨를 이기고 찾아가 먹는 강원도의 겨울 먹을거리는 없던 입맛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하다. 평창올림픽시장에는 과연 어떤 특별한 맛들이 있을까.
평창올림픽이 확정된 후 평창전통시장은 그 이름을 평창올림픽시장으로 바꾸고 재래시장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특성화 시장으로 선정돼 시장의 명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입구에 붙어 있는 상인들의 사진과 연락처만 봐도 명품시장의 명성이 어색하지 않다.
평창올림픽시장은 해방 이후 5일장으로 형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설로도 운영되지만 재래시장은 역시 장날이 제맛이다. 5·10일 장인데 장날에는 때에 따라 당나귀를 타고 시장을 도는 체험도 할 수 있고 마당극이 펼쳐지기도 한다.
골목 골목을 스칠 때마다 소소하지만 정스러운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만난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들이 넘친다. 시장 곳곳의 좌판에는 태백산맥의 정기를 듬뿍 받고 자란 고랭지 채소와 강원도의 개성 있는 특산물이 무시로 펼쳐져 있다.
골목마다 넘치는 먹거리와 볼거리
기온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인 평창에는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고랭지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가 많다. 여름에는 강원도 대표 농산물인 감자와 옥수수가, 가을엔 버섯과 메밀, 겨울에는 황태가 유명하다. 1970년대부터는 강원도 특산물인 메밀부치기를 팔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인기다. 푸짐한 산채정식은 물론 미각을 자극하는 메밀막국수도 있다.
평창올림픽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크게 세 종류다. 그 중에서도 첫째로 꼽히는 것은 메밀부치기와 콧등치기 국수, 메밀차 등의 메밀음식이고 둘째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올챙이국수다. 셋째로 수수부꾸미와 옥수수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밀부치기와 콧등치기 국수는 강원도 메밀로 만든 특산품이다.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평창에서 메밀 음식을 안 먹고 지나칠 수 없다. 시장 중앙통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메밀음식점들이다.
메밀전인 메밀부치기는 일반 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배춧잎을 넓게 펼친 메밀부치기도 맛있지만 매콤한 김치소를 넣어 돌돌 만 메밀전병도 막걸리 한잔 생각나게 하는 좋은 안주이자 삼삼한 간식이다.
메밀부치고 콧등치고, 올챙이국수까지
이름도 재미있는 콧등치기 국수도 메밀로 만든다. 콧등치기 국수는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올챙이국수와는 달리 100퍼센트 메밀로 면발을 굵게 만든 까닭에 그 면발이 뻣뻣하고 거칠다. 후루룩 먹다보면 면발이 콧등을 ‘툭’ 치고 넘어간다.
두번째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올챙이국수다. 올챙이국수는 짧고 굵게 끊어지는 그 모양이 마치 올챙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올챙이가 들어가는 건 아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옥수수를 가루 내어 만들었기 때문에 색이 노랗고 국수 자체의 맛은 무미한 편이다. 흔히 국수에 올려주는 김치와 양념맛으로 먹는다. 면이나 육수가 별 맛을 내지 않아 맛은 전체적으로 심심하고 담백하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옥수수 알갱이를 맷돌에 갈아 체에 걸러 삶는다. 구멍 뚫린 사각틀에 부어주면 면발이 저절로 끊기면 서 찬물에 떨어져 올챙이 모양을 만든다. 묵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해서 ‘올챙이묵’ 혹은 ‘올창묵’으로도 불린다. 시장통에서는 올챙이국수 만드는 풍경이 한창이다.
다음으로는 수수부꾸미를 먹어봐야 한다. 은은하고 담백한 수수전의 맛과 그 안에 든 팥소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다른 메밀전들과 함께 옥수수막걸리에 곁들여도 좋고 시장 구경하면서 길거리 간식 삼아 먹어도 맛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옥수수막걸리는 위에 소개한 음식들에 곁들여 먹으면 그 소소한 행복감을 감출 수 없다. 시장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더울 때는 더위를 씻어주고 추울 때는 몸을 녹여주고 우울할 때는 기분을 살려주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분위기를 뛰워준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옥수수와 감자, 메밀 등은 예부터 강원도 사람들에게는 귀한 식량이었다. 귀한 동시에 매일 먹다보면 분명 지겹기도 했을 터다. 강원도에 메밀이나 감자, 옥수수로 만든 음식들이 다양하게 발달한 것도 가능한 한 다채롭게 먹고 싶었던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발 700미터 평창은 가장 살기 좋은 높이
평창이 위치한 해발 700미터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곳으로 이는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이다. 이러한 기압에서는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증가해 5~6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수면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해발 700미터에서는 생체리듬이 좋아질 뿐 아니라 충분한 혈류 공급으로 인해 젖산과 노폐물의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덕분에 피로 회복도 빠르다.
그러한 고도 탓일까. 평창올림픽시장에도 그 곳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슬며시 웃음이 피어나게 하는 푸근한 기운이 흐른다.
비록 날씨는 춥지만 마음만은 정겹다. 강원도 특유의 투박한 구수함이 어우러진 시장의 인심이 흥건히 살아 있다.
추운 겨울 몸을 웅크리고 있기보다 평창의 겨울 레저도 즐기고 평창올림픽시장에서 입속이 즐거운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글과 사진·이송이(여행작가) 2014.02.10